바닷가에서/오연희
노을과 바다의 입맞춤
아슴한 배경으로 흐르고
팔만 뻗으면 손 닿을 바로 거기
펄떡거리는 고래 떼
짙은 실루엣으로 춤추는
맨하탄 비치
양손에 들린 신발로 훨훨 날개 짓 하는
맨발의 연인들 그 촉촉한 발자국
선명하다
모래사장에 새겨진 뜨거운 사랑의 고백
온통 출렁인다
얄팍하게 펴놓은 안개 위를 떠다니는 듯
종종걸음치는 갈매기 태초의 기억만으로
한 생을 사는가
포스근히 어둠이 내리면
비릿한 해조음에 사랑을 실어
영원을 노래해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