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2008.08.22 08:22

코리아타운 웨스턴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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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타운에는 한 달에 두어번 나가는 편입니다.
집에서 삼십분 드라이브하면 닿는 가까운 거리이고
볼 것도 살 것도 많은 곳이지만 쉽게 나가 지지가 않습니다.
문학행사나 아니면 특별히 사람 만날 약속이 있을 때만
나가는 편입니다.
제가 방향감각이 유난히 둔하거든요.
세일 엄청 한다는 광고보고 들어갔다가 길을 잃어버려 고생한 적도 있고
몇 번 갔던 곳도 오랜만에 가면 또 헤매는
‘길치’ 라고 나 할까요.

대부분의 모임이 저녁에 있어서 행사를 마친 후
프리웨이 탈 때 특히 신경이 많이 쓰입니다.
10번 프리웨이를 타려고 웨스턴 길로 가면 흑인이 다가와
차 유리를 마구 닦거든요.
무조건 닦아놓고 돈을 달라는 것 같아요.
늦은 밤에 여자혼자서 드라이브하는데 돈 주느라 창문 열다가
무슨 봉변을 당할까 봐…겁이 나서 말이에요.  
가능하면 그 길을 피하려고 하는데 며칠 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웨스턴길로 가고 말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프리웨이를 타기직전 빨간신호에 딱 걸렸습니다.
그 순간이 바로 흑인들의 영업시간(?)이잖아요?
아…그런데 늦은 시간이라선지 제차 한대 뿐이었습니다.
아이고 클났다… 온몸이 오싹했습니다.

어..그런데 제차로 다가오던 흑인이 딱 멈추더니..
차 유리 닦을 생각은 안하고 이상한 몸짓을 하는 거에요.
제가 멀뚱거리고 있으니까 답답하다는 듯이 가슴까지 치면서
자꾸만 뭐를 돌리라는 몸짓을 하는 거에요. 아이고 이 바보야..하는 표정으로…

아하!
그제서야…제가 라이트를 켜지않고 운전했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날 행사장이었던 호텔에 발렛파킹 했던 기억이 나는 거에요.
시동끄고 조금만 있으면 자동으로 라이트가 꺼지는 것을
아마도 발렛파킹을 해줬던 아저씨가 손으로 라이트를 껐던 모양이에요.
시동만 걸면 자동으로 켜지는거니까 저는 그러려니..하고 운전했던 것이구요.
그 밤길을 불도 켜지않고 운전한 것을 생각하니 아찔했습니다.

흑인의 몸짓을 알아듣기는 했지만 당황하니까
라이트 켜는 곳이 어딘지 통 모르겠더라구요.
이것저것 마구 돌렸더니 그 흑인이..
아니야! 그 쪽이…..이쪽이야! 창 밖에서 코치하느라고..난리도 아니었어요.
푸른 신호등으로 바뀌는 순간 저의 라이트도 켜졌어요.
그 흑인… 얼굴이 환해지면서…손으로 브이자를 그려 보였어요.
신호 바뀌었으니까 어서 가라는 몸짓까지 했습니다.

그날…저…그렇게 피하고 싶어하던 웨스턴길이 다르게 보였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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