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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맹'이라는 말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던 20여년 전, 나는 동네 컴퓨터 학원을 기웃거리다가 어린 학생들 틈에 앉아서 MS DOS와 GW BASIC 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접했다. 숫자를 입력하면 계산이 되어 나오는 연산법을 배웠는데 ‘컴퓨터는 정직하다’라는 느낌이 너무 신선하고 좋았다. 그렇게 잠깐 컴퓨터 맛만 보고 미국에 왔다.


아리조나 조그만 도시에 있는 동네 칼리지에서 ESL 과정을 하는 동안 자판이나 제대로 익힐까 싶어 키보딩 클라스에 등록을 했다. 한국에서 컴퓨터 맛을 보고 와서인지 영어가 미숙해도 재미있었다. 어학코스를 끝내고 정규과정을 시작 하면서 몇 개의 컴퓨터 클라스를 필수과목으로 이수해야 했다. 일주일에 한번 LAB 시간이 따로 있었고 그 외는 모두 교실에서 이론만 가르쳤다. 그런데 두꺼운 교과서 속의 빽빽한 영어를 소화해 낼 수가 없어 머리가 지끈거렸다. 클라스에는 나와 일본여성, 아시안이라고는 딱 두 명 있었는데 그 여자는 얼마나 영어를 잘하는지 질문은 도맡아 놓고 해댔다. 그녀는 ‘똑똑이’ 나는 ‘멀뚱이’ 시간이 갈수록 그렇게 좋아했던 컴퓨터시간이 끔찍해졌다. 간신히 낙제는 면했지만 컴퓨터에 대한 막연한 갈증만 남기고 끝났다. 그때로부터 5년의 세월이 흐른 후 나는 남편 직장 따라 영국으로 건너갔다.


컴퓨터 학원(직업훈련소 같은 성격의)이 집 근처에 있었다. 미국에서의 일들이 생각나 그 앞을 지나칠 때 마다 복잡한 심정이 되곤 했다. 그러던 어느날 내 발길이 그냥 그 쪽으로 옮겨졌다. ECDL(European Computer Driving Licence)이라고 일곱 과목의 컴퓨터 클라스를 이수하고 시험에 합격하면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는 것과, 그곳에서 배우는 사람들 대부분은 직장인이며 회사에서 돈을 대주어 배운다는 사실을 알았다. 학원비가 만만치 않았다. 외국인인 내가 컴퓨터를 무료로 배울 수 있는 길은 미국의 소셜 넘버와 같은 개념의 국가에서 내주는 번호(National Insurance Numbercard)가 있어야 했다.


번호를 받을 수 있을까 싶어 물어물어 사무실을 찾아갔다. 내 남편은 상사주재원으로 또박또박 너의 나라에 세금을 납부하고 있으며 공부를 위해 필요하니 번호를 내줬으면 한다고 떠듬거리는 영어로 설명을 했다. 안 된다고 딱 자르면 그냥 돌아오리라 마음먹었는데 의외로 공부 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친절하게 물었다. 컴퓨터라고 했더니 학원이름과 전화번호를 달라고 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 컴퓨터 학원에 전화를 걸어 사실을 확인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몇 주 후 NI 넘버카드가 집으로 배달되어 왔다. 영주권자도 아닌데 NI번호를 받는 경우는 없었다며 주위에서 한마디씩 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 딱 맞았다.


컴퓨터 교실에 들어서니 나와 일본남자, 이곳에서도 동양인은 딱 두 명이었다. 영어를 잘하는 그 일본 청년은 내가 선생님의 말을 못 알아들으면 친절하게 설명을 해 주었다. 그 설명 마저 이해하지 못할 때도 있었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했고 시험을 쳐놓고 미국으로 다시 들어왔다. 5개월 후 미국주소로 자격증을 보내왔다.


자격증을 가졌다고 컴퓨터를 잘 다루느냐, 천만 만만의 말씀이다. 언어장벽으로 인한 이해의 한계를 더 절실하게 느꼈을 뿐이다. 혹 90% 알아들었다 하더라도 나머지 10%가 메인포인트 일지도 모른다는 그 불안감, 많은 이민자들이 겪는 안타까움이 아닐까 싶다. 나를 아는 분들 중에 몇몇은 내가 컴퓨터를 제법 능숙하게 다룰 줄 안다고 생각한다. 그럴 때마다 “노오~~” 양손을 젓고 싶다. 무궁무진한 기능을 가진 컴퓨터, 알수록 모르는 분야가 너무도 많다는 것을 깨달을 뿐이다. 커다란 수박에 칼도 못 대보고 그저 침만 살짝 바른 이 기분, 누가 알까. 영어와 컴퓨터, 풀리지 않는 숙제를 평생 안고 살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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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연희 2015.08.12 07:08
    오선희 (2008-11-02 04:16:10)

    언니야! 굿모님-
    정말 오랜만이야
    이틀전 학교축제를 성공적으로 끝내고
    몰려온 피곤을 어제는 잠으로 해결하고
    오늘 조금 여유가 생겨 지아랑 조조할인 영화관람,
    미용실,점심외식, 예술회관 미술작품과사진전시실을 들러 모처럼 컴에 앉아 언니를 찾았어
    여긴 완연한 '가을'이야
    와중에 지난주엔 구미집에, 그전주엔 서울큰딸에게
    정신없이 시간이 가네
    무심한 동생 이해하시오^^
    사는게 원-
    나이가 들면 여유로워져야 하는데 점점 더 바쁘니... 히- 나이가 아직 덜 먹었는가??
    여하튼 보고싶고 형님!!



    오연희 (2008-11-03 12:23:20)

    와~~선아!
    웬일이냐? 진짜 반갑데이...
    나..요즘 무쟈게 바쁘여.. 이사하거든...
    아침에 웹관리일 일단 해놓고
    계속 짐싸...는데...세상에나..어쩜 짐이
    끝이 없다야..왜 이렇게 많이 안고 사는거니....
    일년에 한번을 사용해도 다시 살려면 돈이니..그냥 또 싸네..:(
    사는게 원...진짜...그렇지? ...근데
    난 멀리서 자식 도리도 제대로 못하고..눈물난다..
    진짜...보고싶다...아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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