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꽃
오연희
금빛 억새풀 물결치는 언덕아래
가을꽃이 슬픔처럼 놓여있는공원묘지
억새꽃 부대낄 때마다
자지러질 듯
으악새 소리 들린다
으악새가 억새라는 것을 한참 후에야 알았다고 하면
누가 믿으랴
누가 믿으랴만
눈물에 젖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사람들몇 번의 가을이 오고 가는 동안
잊었나 보다
그래야지, 그만 잊어야 살지
누렇게 이끼 낀 비석들
구성진 가락으로 가을을 불러대는
으악새 소리면 되지
그래야지, 그래야 죽은 자도 살지
2008년 9월 17일
-'심상' 2008년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