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오연희

억새꽃

posted Sep 17,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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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억새꽃

                                              오연희


금빛 억새풀 물결치는 언덕아래
가을꽃이 슬픔처럼 놓여있는

공원묘지

억새꽃 부대낄 때마다

자지러질 듯

으악새 소리 들린다

 

으악새가 억새라는 것을 한참 후에야 알았다고 하면

누가 믿으랴 


누가 믿으랴만
눈물에 젖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사람들

몇 번의 가을이 오고 가는 동안

잊었나 보다

그래야지, 그만 잊어야 살지


누렇게 이끼 낀 비석들

구성진 가락으로 가을을 불러대는

으악새 소리면 되지

그래야지, 그래야 죽은 자도 살지


  2008년 9월 17일

-'심상' 2008년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