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싶은 길로 가십시오
이제 그만 내 마음에서 당신을
내려놓습니다
저쪽 길로 가고 싶은 심정으로
이쪽 길을 가는 당신만 같아
힘겨웠습니다
행여나 하여
부질없는 말 많이도 했습니다
마음에 담지 마시고
가고 싶은 길로 가십시오
당신의 날개 짓을 편안히
바라볼 수 있도록 내 속에서
요동 치던 바람을 기어이
재우겠습니다
당신은 부디
가고 싶은 길로 가십시오
지금을 잊게 해 주십시오
일년이 흐른 후 처럼
지금을 그렇게 잊게 해 주십시오
아니 몇 년이 흐른 후 그 때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의아한 표정으로
되 묻을 그때처럼 그렇게
지금을 잊게 해 주십시오
먼먼 훗날
서늘한 연민의 허허로운 웃음으로
아득한 지금을 떠 올릴 그때 처럼
그렇게 이 순간을 잊게 해 주십시오
-오연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