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by오연희

[이 아침에] 나의 중국 견문록

posted Apr 30,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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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해에서 두 시간 거리에 있는 수주 시에 와 있다. 중국사람은 매사 서두르지 않는다 해서 '만만디'라고 한다는데 사람 나름인 것 같다. 우리 일행을 태운 거래업체 사람이나 택시 기사들 대부분은 과속과 추월을 얼마나 겁나게 해대는지 곡예사 저리가라 이다. 차창밖 사거리에는 차와 자전거와 오토바이와 사람이 뒤엉켜 있어 걱정스레 바라보았더니 저 복잡함 속에도 나름대로 질서가 있어 사고율은 낮은 편이라고 해명한다.

서울보다 일찍 봄이 온듯 거리가 온통 푸르고 봄꽃 만발한 풍경이 참으로 아름답고 풍요로워 보인다. 미국에서도 어느 정도 사는 사람들이 소유하고 있다는 명차가 드물지 않게 보이고 건축 중인 대형건물들이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중국도 한국처럼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 것 같다. 호텔이나 식당 그리고 웬만한 사업체에는 영어가 가능한 사람을 두고 있는데 내가 만난 몇 명에게 물었더니 모두 중국에서 배운 영어라고 한다.

요즘은 중국도 유치원 때부터 자녀의 영어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한 자녀 낳기를 권장하는 국가정책에 의해 대부분 외아들 외동딸이라 그 귀한 한 자녀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걱정이라는 한 중국 엄마의 하소연을 들으며, 부모 마음은 세계공통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식당도 있지만 중국 왔으니 무조건 중국음식을 먹기로 했다. 모르고 주문해도 반 정도는 우리 입에 맞는 것 같다.

중국사람들도 우리처럼 식당에 가면 음식을 넉넉하게 주문하는 경향이 많은데 버려지는 음식이 너무 많아 음식을 남기면 벌금을 내게 하는 식당이 늘고 있다고 한다.

'중국 공산당 만세'라는 구호와 함께 벽면이 온통 선동적인 그림으로 가득 차 있는 식당에도 갔다. 중국 인민공화국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모택동의 고향에서 시작된 음식점이라고 한다. 나오면서 보니까 커다란 모택동 조각상이 식당 입구를 장식하고 있었다.

하루를 정해 수주의 명소 몇 군데를 안내하는 사람 없이 다니기로 했다. 이번이 세 번째 중국 방문이지만 택시를 탈 때는 안전을 위한 경계의 태세가 늦추어지지 않는다.

명소관광 후 기념품 상점이 늘어선 거리를 걷는데 자수품을 파는 대부분의 가게 맨 앞쪽에 걸린 한 인물화가 눈길을 붙잡는다. 모택동이다. 그의 생전의 업적 중 잘못한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를 존중하고 존경하는 중국인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공산주의와 민주주의가 어떻게 다른지 교과서적인 답 외에는 잘 모르지만 중국인들 역시 비싼 집값과 의료보험과 자녀교육에 대해 고민도 하고 불평도 하면서 열심히 일하고 자유롭게 행동하고 즐겁게 사는 것 같다.

중국은 정말 가는 곳마다 사람이 너무 많다. 사람의 수는 숫자에 지나지 않아, 라고 할 수 없을 것 같다. 저 많은 수 중에 뛰어난 생각을 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도 인권 문제와 빈부 격차 등등 문제가 많겠지만, 승천하려고 꿈틀거리는 용의 기운을 올 때마다 느낀다. 지금까지 달려온 속도로 비추어 볼 때 무섭게 질주할 미래를 짐작하게 된다. 한국도 미국도 분발해야 될 것 같다.

(미주 중앙일보 '이 아침에' 2013년 3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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