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by오연희

다시, '존 웨인'을 찾아서

posted Mar 08,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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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존 웨인'을 찾아서

코로나19로 피트니스가 닫히자 오랜 습관이던 수영 대신에 걷기를 시작했다. 동네와 공원을 돌다가 코로나 기간이 길어지자 가까운 비치로 반경을 넓혀갔다. 파도 소리 청량하고 바다 내음 상쾌한 리돈도비치가 아침 걷기 코스 중의 하나가 되었다. 운동 후 밖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하는 것은 소소한 즐거움이다.  
 
하지만 코로나 기간 동안은 아침 오픈하는 식당이 드물기도 했지만 오픈한 곳도 마음이 불편해서 선뜻 들어가지지가 않았다. 많은 식당이 오픈 시간을 줄였다. 맥도널드조차 오픈 시간을 늦춰 혹시나 하고 갔다가 역시나 하고 돌아서야 했다.  
 
팬데믹이 마침내 엔데믹으로 바뀌면서 요즘 부쩍 밝은 기운이 감돈다. 분위기가 부드러워지면서 식당에서 먹는 것에 스스럼이 없어지고 있다.  
 
아침 비치를 걸은 후 정말 오랜만에 비치 근처, 존 웨인의 친구가 시작했다는 옛 단골 레스토랑을 찾아갔다. 식당 입구 안쪽에는 존 웨인 모형이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손님이 북적거려 정말 이 집은 변함없이 잘 되는구나 중얼대며 우리는 패티오에 자리를 잡았다. 한 종업원이 오랜만에 나타난 우리가 반갑다는 듯 가볍게 어깨를 툭 치며 지나간다. 마실 것과 음식을 주문 받으러 오는 종업원이 순서대로 나타났는데, 둘 다 코로나 발발 전에 보던 얼굴들이다.  

예전에 먹던 음식 그대로 주문할까 하다가 혹시 그동안 변화가 있었을지도 몰라 메뉴판을 요구했다. 그런데 음식 메뉴를 정하며 설마 싶어 다시 들여다보았지만, 음식 가격이 코로나 전 그대로이다. 원래도 그리 비싼 집이 아닌데 가격을 그대로 고수하다니 뭔가 뜻있는 생각을 가진 주인 같아 괜히 고마웠다.  

문득 얼마 전 다녀온 이웃 동네 한 한식당이 떠올랐다. 오른 음식값, 줄어든 음식량, 낯선 종업원들, 손님이 적어 썰렁한 분위기, 그렇게 생각해서인지 주인 부부의 표정도 어두워 보였다. 그렇게 잘 되던 식당이었는데 물가는 오르고 종업원 구하기가 어렵다는 말이 실감난다며 함께 간 친구들 모두 짠한 마음으로 그 식당을 나왔다.  
 
서민 음식으로 불리는 칼국수 한 그릇도 가격이 많이 올라 물가 상승이 예사롭지 않다는 말을 듣는다. 여러 패스트푸드점들이 치솟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음식량을 줄이고 할인 혜택을 축소 내지 종료한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존 웨인 친구가 시작했다는 그 레스토랑이 가격을 올리지 않고 버티는 비결이 따로 있는지 나는 모른다. 어쩌면 올리기 직전일 수도 있다. 적절한 선에서 가격을 올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지만 음식량과 서비스까지 삼박자가 모두 안 좋은 쪽으로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예전의 활기를 되찾은 주인 부부의 여유로운 웃음을 다시 보고 싶기 때문이다.  
 
남편이 월급생활자였을 때는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자영업을 한 후부터는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다. 오지랖이 넓은 사람도 아니고 남의 걱정 떠안고 사는 타입도 아니지만, 장사가 잘되면 괜히 신나고 안 되면 은근 걱정되는 것은 눈에 쉽게 들어오기 때문일 것 같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어려움을 겪는 비즈니스에도 햇살 환하게 비치기를 기원해 본다. 

 

미주중앙일보 [이 아침에] 2022년 3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