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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 예배와 성가대 연습을 마치고 한국 마켓에 들렀다. 점심을 좀 적게 먹어선지 높은 음을 목청껏 내서인지 배가 출출했다. 보는 것마다 어찌나 맛있게 생겼는지 입구에 진열된 싱싱한 참외와 복숭아부터 상추, 깻잎, 호박, 오이, 버섯 등등… 좀 과하다 싶게 봉지에 마구 담았다. 사람들은 엄청나게 붐비고, 무슨 소린지 모르지만 방송도 웅웅 대며 흘러나오고, 아는 분들도 만나 중간중간 눈인사도 나누며 쇼핑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득, 어깨가 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가방… '어쨌지?' 불안한 생각이 엄습하면서 가슴이 퉁탕댔다. 남편이 지키고 있는 쇼핑 카트 있는 데로 달려갔다. "내 가방 어딨어요?" 남편에게 다그치듯 물었다. "당신 언제 가방 나한테 맡겼어?" 되레 묻는다. 쇼핑이고 뭐고 정신이 번쩍 들어서 '내 가방…'하면서 방방 대고 있었더니 옆에서 채소를 담고 있던 한 여자분이 '조금 전에 가방 잃어버린 사람 있으면 프런트로 오라고 방송하던데요'하는 거였다. '아, 그 방송이?' 정신없이 프런트로 달려갔다. 매니저같이 보이는 분한테 "가방 잃어버렸어요"하며 울상을 지었더니, 이거냐며 내주었다. '마켓 직원이 주워 왔다'고 했다.

신용카드, 운전면허증 등등… 잃어버리면 정말 복잡해지는 중요한 것들이 들어있는 가방을 찾았으니 누가 주웠던 무슨 상관이랴, 싶어 "고맙습니다" 인사하고는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남편 있는 곳으로 왔다.

그런데 남편 표정이 영 아니다. "당신, 과일 고른다고 정신 팔려 가방 챙기는 거 잊어버렸지?" 음성은 나직하지만 심문하는 소리로 들렸다. "아니… 분명히 카트 위에다…." 확신이 서지 않았지만, 가방은 이미 내 손에 들어왔으니 일단 밀고 나가기로 했다. 내가 쭈욱 카트를 지키고 있었는데 뭔 소리냐며, 당신 언젠가 손가방 차 트렁크 위에 올려놓고 그냥 차 몰고 가버리고는 딴소리하지 않았느냐? 또 언제는 메이시에 옷 사러 갔다가 새 옷에 정신 팔려 입고 간 옷 어디 뒀는지 몰라 그냥 오지 않았느냐? 나의 전적을 은근슬쩍 꺼냈다.

'당신 오늘 또 일 낸 거야. 괜히 다른 사람 누명 씌우지 말고 자기 잘못 인정해.' 딱 그런 눈빛이다.

그러고 보니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난 누군가의 탓으로 돌렸다. 차 트렁크 위에 가방을 올려놓고 그냥 차 몰고 가버린 날도 아이들 바이올린 선생님 댁 가정부를 의심했고, 메이시에서 옷 잃어버린 날도 내 주위를 맴돌던 그 여자가 슬쩍하는 상상을 했다. 아무 잘못 없이 죄인이 된 그들에게 미안하다.

다친 오른쪽 손목이 계속 아파 청소하는 아줌마의 도움을 받아 집안을 정리하는 날이다. 아들 방 책상 위에 돈이 조금 있길래 얼른 치웠다. 외출 다녀온 아들이 자기 방에 들어갔다 나오더니 '혹시, 오늘 아줌마 다녀가셨냐'며 아주 조심스럽게 묻는다. "나의 부주의가 억울한 사람 만든다"며 조용히 타이른다. 엄마 말을 금방 알아듣고 미안해하는 아들을 보며 뜨끔하다. '조금 더 주의 깊은 어른이 되자.' '내 탓으로 마무리하자.' 마음 속으로 외쳐본다.

미주 중앙일보 2013. 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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