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오연희

안단

posted Feb 13,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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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단
                                                                                                          오연희


즐겨 입던 연 하늘색 원피스 묵은 얼룩이 흉하다
하늘하늘 날 듯 폼 잡던 시절 떠올리며
세탁소에 맡겼더니
더 밝은 하늘색이 되었다
화창한 내일에 어울릴 것 같아
거실벽에 걸다가 내 눈길 확 붙잡은
치마 아래 연 분홍 안단
겉옷 밖으로 나풀대는 속옷 온통 유행이라지만
이건 아니지 싶어 안쪽으로 말아 넣어
꿰매 붙인다

있는 줄도 모르고 살던 내 속의 당신도 가끔
이렇게 유행처럼 밖으로 나와
나를 당황케 한다

말아 넣어도 자꾸만….


미주문학 2013년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