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by오연희

[이 아침에] 못 생겼다고 괄시받는 여자 1/24/2015

posted Jan 2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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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의 탄생.' 얼마 전에 끝난 주말 드라마이다. 요즘 한국에서 뜨는 미녀는 누구일까, 은근한 호기심으로 클릭했다. 너무도 허황한 이야기에 시간 낭비야 시간 낭비, 하면서도 마지막회까지 다 보았다.

뚱뚱하고 못생겼다는 이유로 시댁에서 괄시받고, 불륜에 빠진 남편에게 살해당할 뻔한 여자가 전신성형으로 거듭나, 남편의 불륜녀를 되찾고 싶어하는 남자와 의기투합하여 복수전을 펼쳐나간다. 그 과정 속에서 그 남자와 사랑하는 사이가 되어간다는 스토리를 가볍고 유쾌하게 풀어나간 로맨틱 코미디다. 말도 안 되는 비상식적인 인물과 비현실적인 상황설정에 속이 오글거렸지만, 뚱뚱하고 못생긴 아줌마에서 완벽한 미녀로 변신한 주인공 사라는 예뻤다. 세상이 변한 탓인지 성형미인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더 이상 판타지로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자연 미인으로 알려진 탤런트 황신혜가 메인 MC로 진행하는 '렛미인'이라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일상 생활조차 힘든 남다른 외모로 절망과 아픔과 상처 속에 살아가는 여성들이 공짜 성형수술의 기회를 얻기 위해, 자신의 피폐한 삶을 속속들이 보여준다. 내로라 하는 각 분야 성형 전문의들이 출연해 수많은 지원자 중 처한 상황, 수술 가능 여부 등 다각도의 검증을 거쳐 최종 '렛미인' 대상자를 선정해 수술 준비에 들어간다. 인생 대반전의 드라마틱한 변화를 극대화하기 위해 문제 부위 이외 전신 성형을 감행하기도 하고 거기다 메이크업, 헤어, 스타일링까지 바꿔, 완전히 돌변해 나타난 모습은 모두를 감동을 넘어 경악의 도가니로 몰아가기도 한다.

남편의 불륜녀로부터 '거울도 안 보냐'는 빈정거림을 당한 100kg이 넘는 거구의 여주인공이 '렛미인'을 암시하는 한 프로그램에 응시하는 이야기가 '미녀의 탄생' 첫 회에 언급된다. '렛미인' 대상자로 선정되지는 못했지만, 결국 남편에게 비참하게 버림받은 후 한 성형외과의를 찾아가 예쁘게 만들어 달라고 애걸복걸한다. 그녀의 기막힌 사연에 굴복, 전신성형을 감행한 그 남자가 바로 남편의 불륜녀를 되찾고 싶어하는 남자인 동시에 재벌가의 숨겨진 후계자라는 설정부터 억지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럼에도 아시아 최고 성형미인역을 맡은 주인공 한예슬의 빼어난 미모와 서글서글한 의리남 주상욱과 함께, 권선징악의 해피엔딩 로맨틱코미디 한 편 본 기분이 나쁘지가 않다. 그리고 생각한다. 정말 주인공의 남편이 뚱뚱하고 못생긴 이유로 아내를 버렸을까?

성형대국다운 발상이고, 예쁘면 다지,라는 생각에 빠진 사람은 인정하기 싫겠지만 외모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드라마는 말한다. 내 주위에 행복한 부부 또 불행한 부부를 보며 그 말이 맞다는 것을 절감한다. 외모는 그냥 외모일 뿐, 외모 때문에 사니 마니 하는 부부는 드문 것 같다. 부부는 마음으로 산다는 말, 세월이 갈수록 고개가 끄떡여진다.

아무튼 '미녀의 탄생' 주인공 한예슬이 LA 출신이라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 친구들에게 연예 뉴스를 뒤적거리며 그녀의 근황을 살핀다고 했더니 '연예계' 진출을 환영한다나 어쩐다나.



미주 중앙일보 '이 아침에' 2015.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