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화 피다
2023.07.01 01:25
잎 하나 없이 아름다운 꽃이 피었다
상사화 피다
김수영
애타게 보고파
애간장을 태우다가
스스로 불타 남은 재
어이하랴
그리움만큼 길게 뽑은 꽃대
홍학처럼 가느다란 외다리로
흔들리며 바라만 보는 곳은
어디일까
타다 남은 불씨 하나
바람 일렁일 때마다 불꽃 일더니
이렇게 꽃눈으로 점화될줄
뉘 알았으랴
임을 향해 가꾸어 온
신비로운 그 자태
떨림으로 바라보고 있노라면
나도 어느새
꽃 한 송이 피워무는
기다란 그리움 하나.
꽃이 피기 전 잎만 무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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