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06 19:33
거울 속의 아버지 - 이만구(李滿九)
창가에 가을 햇살이 비치는 주말 아침
두 식구 사는 집, 사랑스러운 아내가
내 머릴 깎고, 염색도 하고, 거울을 보니
바람 가듯 멀어져 간 이별의 긴 세월
거울 속 희미해지는 기억으로 남은
아버지의 모습이 내 얼굴 안에 어린다
어릴 적, 상고머릴 좋아하신 아버지
그 가엾은 마음도 어렴풋이 스쳐 간다
아내는 신혼 초부터 함께 이발소에 가
노인 아버지의 상고머릴 깎게 하고
둥그스름한 두상이 잘 어울리신다 했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내 머리의 앞과 뒤
아버지처럼 볼록한 두상은 아니지만
양지바른 곳에 앉아 있는 나의 노후
흰 모자에 지팡이 짚으시던 모습이려나
거울 속의 내 모습에서 아버지를 보며
이제, 어쩔 수 없이 나의 속 마음도
점점 모질지 못한 세월을 닮아가고 있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81 | 봄이 오는 길목에서 | Noeul | 2017.12.22 | 473 |
80 | 침묵 앞에서 [1] | Noeul | 2018.01.03 | 533 |
79 | 겨울 멜로디 | Noeul | 2019.12.28 | 391 |
78 | 도시의 겨울비 [1] | Noeul | 2020.05.13 | 360 |
77 | 걷다 오는 행길 [1] | Noeul | 2021.05.01 | 325 |
76 | 오레곤에 와서 [1] | Noeul | 2022.11.01 | 287 |
75 | 가을에 핀 배꽃 | Noeul | 2023.01.14 | 203 |
74 | 마지막 포옹 | Noeul | 2023.06.08 | 87 |
73 | 풀숲 속 무꽃향기 | Noeul | 2023.06.09 | 66 |
72 | 시는 사랑을 싣고 | Noeul | 2023.06.09 | 72 |
71 | 어느 로사리오 인연 | Noeul | 2023.06.09 | 74 |
70 | 한 여름날의 기억 | Noeul | 2023.06.09 | 80 |
69 | 하얀 고백 | Noeul | 2023.06.10 | 53 |
68 | 바닷새의 꿀잠 | Noeul | 2023.06.13 | 64 |
67 | 해바라기 | Noeul | 2023.06.13 | 57 |
66 | 11월의 밤 | Noeul | 2023.06.13 | 51 |
65 | 밤하늘 그 이름 별들 | Noeul | 2023.06.13 | 55 |
64 | 어머니의 섬 | Noeul | 2023.06.13 | 55 |
63 | 하얀 동백꽃 | Noeul | 2023.06.14 | 50 |
62 | 낙타의 고백 | Noeul | 2023.06.14 | 4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