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23 16:27
국수 한 그릇 - 이만구(李滿九)
사는 것이 무언지, 그저 반겨주는 오늘
잠에서 깨어 거울 앞에 서 살펴보니
모습 추레하고 입맛도 예전 같지 않아
이럴 수 있는 가을 타는 하루라 생각했지
고국의 맛 짜파게티 끓여 먹던 주말
아내와 점심 나가하자니 혼자 가라 한다
재킷 걸치고, 집 근처 월남국숫집 가서
국수 한 사발 먹고 값 지불하려 하니
앞선 백인이 먼저 지불하고 갔다는 말
문밖, 그 사람은 벌써 떠나 찾을 수 없다
아주 모르는 사람이 베푼 국수 한 그릇
내가 무엇이 그리 측은해 보였을까
절실히 도움 필요로 하는 사람 찾아
오른손은 왼손 모르게 보시하는 건데
난 멋으로 빛바랜 오래된 모자 쓰고
단지, 산다는 것 잠시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럴만한 이유 없는 날 왜 자선했을까
아무튼, 한 시절 살면서 살맛 나는 세상
가을 속 낙엽 지는 가로수길 걸으며
벽에 걸린 성체 액자 자꾸 눈앞에 밟힌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81 | 이월의 바람 | Noeul | 2023.06.14 | 45 |
80 | 한 편 만들기 | Noeul | 2023.06.14 | 46 |
79 | 낙타의 고백 | Noeul | 2023.06.14 | 47 |
78 | 그림 속 레몬향 물컵 | Noeul | 2023.06.14 | 47 |
77 | 길 잃은 새 | Noeul | 2023.06.14 | 48 |
76 | 네 안에 내 모습처럼 | Noeul | 2023.06.14 | 48 |
75 | 하얀 동백꽃 | Noeul | 2023.06.14 | 50 |
74 | 마음속 줄금 | Noeul | 2024.01.18 | 50 |
73 | 11월의 밤 | Noeul | 2023.06.13 | 51 |
72 | 소풍 | Noeul | 2023.06.14 | 51 |
71 | 하얀 고백 | Noeul | 2023.06.10 | 53 |
70 | 밤하늘 그 이름 별들 | Noeul | 2023.06.13 | 55 |
69 | 어머니의 섬 | Noeul | 2023.06.13 | 55 |
68 | 해바라기 | Noeul | 2023.06.13 | 57 |
67 | 박꽃 | Noeul | 2023.06.14 | 57 |
66 | 정월의 봄비 | Noeul | 2024.01.28 | 58 |
65 | 차창 밖 풍경 | Noeul | 2023.06.14 | 58 |
64 | 밥상 | Noeul | 2024.01.10 | 58 |
63 | 어머니의 빨랫줄 | Noeul | 2023.06.14 | 59 |
62 | 9월의 가로수 | Noeul | 2023.06.14 | 5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