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06 20:30
마지막 생일처럼 - 이만구(李滿九)
첫눈 내리던 계절에 태어난 것을
나는 추억 어린 생일이라 감사하고 산다
이제 어머니는 가시고 없지만
내 곁에 아직도 사랑스러운 아내가 있어
햇참기름으로 볶아 끓인
생일 미역국으로 함께 식사한다
나는 아내가 차려 준 미역국에다
정유년, 초겨울 저녁 열 시에
날 나아주신 분 먼저 잡수시라 기도한다
산뜻한 생일날의 가벼운 발걸음
아침 해와 하현달이 떠가는
하늘 속의 음력 생일을 헤아리며 걷는다
앞서 가는 저 낙엽 뒹구는 가을날이
지금의 내 생일인 것은
아무런 기약도 없이
혼자 철새처럼 떠나와 타국에서
살아온 우연히 정해진 운명 때문일 거다
생일도 언젠가는 사라져 가는 것
한해 한해 마지막 생일처럼
걱정 없이 웃을 수 있는 날이어야겠다
그러기에, 한평생 기억될 날로
감사하며 행복한 하루를 보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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