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20 22:20
물밥 식사 - 이만구(李滿九)
반찬이 넉넉지 못한 때나
이가 튼튼하지 못한 나이 드신 분들이
자청해서 챙겨 드시던 물밥
주말 식사 언제부터인가
어느새, 나도 즐겨 먹고 있었다
예전에 돌아가신 우리 아버지는
바쁘시거나 입맛 없으실 때
밥이 보약이라 여기고
찬 밥 덩이 물사발에 담그시며
빈 수저로 도닥거려 물밥을 고르셨다
차리는 번거로움 없는 패스트푸드
혼자 먹는 식사 소리 낸들 어떠냐 마는
부모님 제사 때, 초헌하던 나는
흰 고봉밥 세 숟갈 찬 물그릇에 풀고
수저 소리 내어 담갔다
여름철, 새참으로 풋고추나 오이를
쌈장 찍어 먹는 담백한 맛
기름기 없는 싱거운 초식성 식사로
시원한 물 한 사발 반주하며
입안에서 술술 넘겨 삼키던 물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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