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08 20:05
국화꽃 한 송이 - 이만구(李滿九)
머-언 그리움에 다시 찾은
고향의 긴 세월
가을 언덕 강어귀 하단에 서 있습니다
흐르는 물결 넘어 갈대숲에는
당신 속삭임 서걱거리는 듯합니다
산천 실개천 모여 강줄기 이루듯
석양빛 스러져 흐르는 강물
어린 동생들의 형상 싣고
물결 따라 당신 모습 안고 출렁입니다
살아온 이역만리 낯선 땅 하늘 아래
어디선가 한 번쯤 뵐 수 있는
그러다 두루 살피면 가고 없는 당신입니다
그런 먹먹함 이따금 세월 속에서
되살아나는 건 갚을 길 없는
저의 뼈아픈 불효가 아닌가 싶습니다
강 언덕 저만큼 피어난 들국화
그 위에 잠 청하는 흰나비 하나 앉습니다
이제 와, 어둠 내리는 강가에서
하얀 소복 당신을 전별하며
국화꽃 한 송이 강물 위에 띄워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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