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와 잔추 사이에서 / 성백군

by 하늘호수 posted Dec 0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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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와 잔추 사이에서 / 성백군

 

 

늦가을 단풍잎이

아침 햇살을 받아 방울방울 울고 있네요

밤새 내린 이슬에

몸을 씻느라 매우 힘들었나 봅니다

 

검붉은 색이 맑은 색으로 바뀌면서

어둠이 밝음으로 빛나요

만추를 햇빛에 씻으면 잔추(殘秋)만 남아

욕심이 사라지고 순수만 남습니다

 

저걸 봐요

작은 바람에도 바알 간 잎이 반짝입니다

예뻐요. 고운 것만 가지고 겨울로 들어가야

추위도 감동한다고 잔추가 만추를 걸러냅니다

 

힘으로는 세상을 못 이겨요

어차피 당할 바에야 감동으로 대해야 감격한답니다

들녘도 수확을 다 내어주고, 헐렁합니다

나무들도 입성을 다 벗었는데

사람만 쥐고 있으면 부끄럽잖아요

 

사계 중 한 계절만이라도

비워 봐요, 비우고 처분을 기다려 봅시다

동사(凍死) 대신에 눈꽃이 많이 피면

다음 생은 저절로 천국이래요

 

   1441 - 1116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