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시집
2025.05.17 11:49

들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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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 / 이월란

 

 

들꽃은 입이 없다

 

바람이 물으면 하늘하늘 수화로 춤추다

편지 한 잎 전해주기도 하는

 

들꽃은 귀가 없다

 

한 잎 두 잎 버렸던 귀들이 돌아와도

만발해진 소문 앞에 고개만 끄덕끄덕

 

들꽃은 눈이 없다

 

눈먼 하늘 푸르다 어두워지면

종일 모은 시선 발아래 묻어두는

 

들꽃은

 

더듬더듬 디딘 곳이 일생이 되어버린

부끄러운 부끄러움

 

여기

 

작은 신들이 기도를 묻어두고 가는 땅

구름이 두고 가는 그늘진 눈 아래

 

저기

 

손톱만 한 얼굴로도 세상이 눈부셔

이승의 이름 하나씩 헤아려보는

 

들꽃은

 

배운 게 없어 들판이 되었다는 어미를 밟고

몸에 털이 나는 환절기마다

지나쳐온 내가 피어나는

 

들꽃은

 

바람에 손이 자라고

비 오는 날 목이 마른 발 없는 짐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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