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밥 / 성백군
콩나물, 시금치, 무 생채, 도라지, 상추…
닥치는 대로
큰 양푼에 모아 밥 얹어
고추장 한 숟갈, 참기름 몇 방울 떨어뜨리고 훌 섞어
쓱쓱 비비며 맛을 낸다
살맛 나는 세상이 되려면
잘 비벼져야 하는데
저만 잘 난 사람들이 너무 많아
국회는 눈치 보기에 바쁘고
정부는 제맛을 낼 수 없다고 투덜대니, 민생은 아예
맛 간 미생이다
개인도 맛이 나려면
잘 섞인 비빔밥이 되어야 하는데…,
콩나물이 용을 쓴다고 콩 나무가 될 수 없고
시금치가 일어선다고 시금치밭이 될 수 없듯이
이미 세상에 나와 비빔밥이 되었으면 싸우지 말고,
남의 것 욕심내지 말고, 제 것이나 지키며
잘 섞이기만 하면 되건만
그게 쉽지 않나 보다
일어서는 상추에 소금 쳐 가라앉히고
죽어가는 도라지에 고추장 발라 일으켜 세워
한국의 비빔밥이 세계에 이름을 내기까지는 쉽지 않았다며
갑질은 죽이고 을은 일으켜 세우는
비빔 질을 계속 하라고
비빔밥이 언론에 날마다 숟가락질을 한다
652 - 0121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