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17 14:17

죄짐바리

조회 수 541 추천 수 1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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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짐바리



                                              이 월란




인적 없는 들판 구석
홀로 핀 들꽃 앞에
한번씩 한들한들 내려 놓아 볼 일이다


무엇이 비춰도 말갛게 되비치는
저 하늘만 품고 흐르는 강물 위에
한번씩 푸르게 띄워 볼 일이다
  

허락받은 한 계절의 땀흘린 수확을
대형마켓이 바로 보이는 길 후미진 곳에
곱게 쌓아놓고 <fresh! $5oo each box>라고
삐뚤빼뚤 써 놓은 좌판 위에
한번씩 내려 놓고 침 발라가며 셈해 볼 일이다


별집을 짓고 지상의 미리내를 꿈꾸는
저 하룻밤 살고 지는 야경 아래
한번씩 내려 놓고 환하게 비춰 볼 일이다


때론 서로의 등에 지워주고
때론 서로의 등에서 내려 준
너와 나의 삶의 봇짐을
오욕칠정의 등짐을


                                       2008-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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