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08 11:40

물 긷는 사람

조회 수 757 추천 수 5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물 긷는 사람


                                                            이 월란




오늘도 물을 긷는다

몸 안에 길어진 물은 늘 소리죽여 출렁이는 법을

눈치로 익혀온 터였다

감당할 수 있을만큼의 밀물과 썰물이 태동을 시작하고

어느 새벽녘 끝내 바다를 흉내내기 시작했다

생과 사의 인력으로 감성과 이성이 맹렬히 파도타기를 하며

물목에서 쌈박질을 해대었고

때론 고즈넉한 수면에 어로선 한척 띄워질까

구천을 헤매이던 혼령 하나 모셔와

빈 등대에 앉혀 두고 푸닥거리 하는 무녀가 되었다가,

하루해가 동에서 서로 몸의 마디마디를

뱀의 혓바닥처럼 훑고 지나가면

해 떨어지는 수평선 따라 나란히 몸을 뉘였다

삶의 미련은 질기고 또 질겨

선잠 속에서조차 쏴아아 쏴아아 파도소리를 내었건만

삼킨 갈증은 쏟아지는 물살에 지워지지도 않고

눈 뜨면 바로 목이 타, 또 물을 길러 가는 사람

어느날이면 빈 등대를 박차고 나와 손 내밀 그 혼령따라

갈매기 가슴으로 날아갈 그 날까지          

                                              
                                                                                                                            2007-02-27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7 제1시집 연(鳶) 이월란 2008.05.08 711
56 음모(陰謀) 이월란 2008.05.08 553
55 꽃샘추위 이월란 2008.05.08 551
54 비질 이월란 2008.05.08 531
53 악몽 이월란 2008.05.08 600
52 바람의 밀어 이월란 2008.05.08 538
51 이별을 파는 사람들 이월란 2008.05.08 636
50 제1시집 봄의 넋 이월란 2008.05.08 740
49 그런 날 있다 이월란 2008.05.08 585
48 그립다 말하지 않으리 이월란 2008.05.08 549
47 제1시집 울초 이월란 2008.05.08 897
» 물 긷는 사람 이월란 2008.05.08 757
45 바느질 이월란 2008.05.08 685
44 제1시집 질투 이월란 2008.05.08 843
43 제1시집 현실과 그리움의 경계 이월란 2008.05.08 928
42 불망(不忘) 이월란 2008.05.08 627
41 곶감 이월란 2008.05.08 647
40 고문(拷問) 이월란 2008.05.08 891
39 바람 맞으셨군요 이월란 2008.05.08 643
38 타인 이월란 2008.05.08 693
Board Pagination Prev 1 ... 76 77 78 79 80 81 82 83 84 85 Next
/ 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