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공 시리즈
2009.09.29 11:46

이쁜 똥(견공시리즈 33)

조회 수 741 추천 수 1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이쁜 똥 (견공시리즈 33)



이월란(09/09/24)



토비가 트레이닝 패드 위로 올라가면 우선 납작한 코를 더 납작하게 갖다대곤 킁킁킁 그 지겨운 냄새를 맡고 또 맡다가 천천히 두 바퀴쯤 돌고 뒷다리를 약간 굽힌다 그리곤 오줌을 싼다 싸고 나면 얼른 패드 밖으로 뛰쳐 나오는데 재수 없으면 동그랗게 물든 오줌을 뒷발로 살짝 밟게 된다


그리고 이하동문, 똑같이 킁킁킁 냄새를 맡은 후 훨씬 빠른 속도로 네 바퀴쯤 돌고 배가 패드에 닿을만큼 뒷다리를 앉은뱅이처럼 더 많이 굽히고 가랑이도 더 벌리면 영락없이 똥 누는 폼이다 똥은 항문 근처의 털 한 가닥 더럽히지 않고 몽글몽글 잘도 나온다


멋모르고 아이를 낳았을 때 내 새끼 똥도 이렇게 이쁘고 향기로웠지 않나 똥이 촌수를 가린다는데 똥을 치울 때마다 촌수가 줄어든다 유산까지 물려 받았다는 헤밍웨이의 육손 고양이들처럼 물려줄 재산은 없지만 詩라는 아빠에게서 태어난 나의 아기, 조잡한 詩들과 살림을 차리고 배터지도록 적막을 먹고 사는, 똥도 이쁜 아기를 둔 우린 아직도 신혼이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77 약속 이월란 2009.09.23 408
776 가을 혁명 이월란 2009.09.23 455
775 견공 시리즈 겨울나기(견공시리즈 32) 이월란 2009.09.23 565
774 견공 시리즈 새벽별(견공시리즈 31) 이월란 2009.09.23 542
773 로봇의 눈동자 이월란 2009.09.19 595
772 지구병원 이월란 2009.09.19 426
771 독종 이월란 2009.09.19 393
770 견공 시리즈 목방울(견공시리즈 30) 이월란 2009.09.19 571
769 제3시집 목격자 이월란 2009.09.16 885
768 견공 시리즈 꽃의 알리바이(견공시리즈 29) 이월란 2009.09.16 560
767 견공 시리즈 바람의 길 5(견공시리즈 28) 이월란 2009.09.16 552
766 견공 시리즈 007 작전(견공시리즈 27) 이월란 2009.09.16 704
765 견공 시리즈 비밀 2(견공시리즈 26) 이월란 2009.09.16 514
» 견공 시리즈 이쁜 똥(견공시리즈 33) 이월란 2009.09.29 741
763 견공 시리즈 쓰다듬기(견공시리즈 113) 이월란 2011.12.14 568
762 제3시집 흐린 날의 프리웨이 이월란 2009.09.04 1008
761 견공 시리즈 악의 꽃(견공시리즈 21) 이월란 2009.09.04 691
760 견공 시리즈 몸가축(견공시리즈 20) 이월란 2009.09.04 642
759 시한부 이월란 2009.09.04 456
758 미련 이월란 2009.09.04 462
Board Pagination Prev 1 ... 42 43 44 45 46 47 48 49 50 51 ... 85 Next
/ 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