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09 13:49

조회 수 491 추천 수 1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이월란(09/12/07)



나는 상상해 본 적이 없다
저 문 너머에도 내가 살고 있었다는 사실
한기에 소름 돋던 날은 꿈속 창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에도 나는 통째로 날아가버려
열면 추우리라, 다시 되돌아오지 못하리라
아니, 아예 잠겨 있으리라, 그랬는데
저 문을 열면 시퍼런 강물이 이무기를 키우고 있으리라
저 문을 열면 태풍이 나를 갈갈이 찢으리라, 그랬었는데
열면 열린다는 사실은 케케묵은 해피엔딩의 전설이었는데
유년의 꿈을 선명히 새기고도 너무 늙어 녹슬어 버리더니
누군가, 언젠가 열어주리라 지독히도 기다리더니
꿈의 톱날은 벽에도 문을 그리고 손잡이를 달아
그 누군가의 손이 나의 손이었다고
그 언젠가가 바로 지금이었다고
삐꺼더덕 삐꺼더덕 입을 열고 있다
내가 디딜 수 있는 땅이 문 너머에도 다져지고 있었다니
나의 뒷모습을 닮은 그림자가 손을 내밀고 있었다니
문의 심장은 내 손에 쏘옥 들어오는 손잡이였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 이월란 2009.12.09 491
836 제3시집 세컨드 랭귀지 이월란 2009.12.09 652
835 마력 이월란 2009.12.09 435
834 간밤에 내린 눈 이월란 2009.12.15 454
833 詩 5 이월란 2009.12.15 414
832 詩 6 이월란 2009.12.15 441
831 길치 이월란 2009.12.15 412
830 바람에 실려온 시 이월란 2009.12.15 535
829 코끼리를 사랑한 장님 이월란 2009.12.15 468
828 당신에게선 물 흐르는 소리가 나요 이월란 2009.12.20 609
827 가변 방정식 이월란 2009.12.20 491
826 푸드 포이즌 이월란 2009.12.20 571
825 무제사건 이월란 2009.12.20 454
824 립스틱, 내가 나를 유혹하는 이월란 2009.12.22 510
823 그리움 4 이월란 2009.12.22 448
822 세밑 우체국 이월란 2009.12.22 479
821 귀여운 뱀파이어 이월란 2009.12.22 533
820 착각이 살찌는 소리 이월란 2009.12.31 707
819 사랑빚 이월란 2009.12.31 490
818 전화 이월란 2009.12.31 425
Board Pagination Prev 1 ... 39 40 41 42 43 44 45 46 47 48 ... 85 Next
/ 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