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15 11:50

詩 6

조회 수 441 추천 수 2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詩 6



이월란(09/12/12)



바닥에 떨어져 있는 머리칼을 줍는다
가끔은 참혹한 광경에 곤두섰을 기억의 흔적
소리 없는 시간의 빛에 바래어 세어버린 세월 자국
생각의 무게에 눌려 구불구불해진 삶의 흔적
모발습도계처럼 생의 기름기가 빠진 세월의 측정치로
발끝에 푹신한 신을 삼아도 남았을
분명, 뇌리에서 떨어져나온 나의 일부였다
기다려주지 않는 세월처럼 떠나버린 나의 분신이었다
무게도 없고, 부피도 없고, 촉감도 없는
시상의 줄기들을 꼭 쥐고
백지같은 휴지통으로 가는 길은
갑자기 더 애매모호하게도 멀어져 있다
장애물이라도 만난다면 손아귀에 힘만 주어져
정체모를 손아귀에 목이 졸리듯 가슴만 답답해진다
걸음을 옮기는 나마저 머리칼처럼 가벼운 물체가 되어
나는 나를 옮겨 놓지 못한다, 바람에 날아가버리기 전에
버려야 했다, 검은 시상 한 오라기
잃어버리기 전에 하얀 백지 위에라도
이 가벼운 분비물을 활자로라도 붙여 두어야 했다
스카치 테이프로 머리칼 몇 올 벽에 붙여 두듯이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37 이월란 2009.12.09 491
836 제3시집 세컨드 랭귀지 이월란 2009.12.09 652
835 마력 이월란 2009.12.09 435
834 간밤에 내린 눈 이월란 2009.12.15 454
833 詩 5 이월란 2009.12.15 414
» 詩 6 이월란 2009.12.15 441
831 길치 이월란 2009.12.15 412
830 바람에 실려온 시 이월란 2009.12.15 535
829 코끼리를 사랑한 장님 이월란 2009.12.15 468
828 당신에게선 물 흐르는 소리가 나요 이월란 2009.12.20 609
827 가변 방정식 이월란 2009.12.20 491
826 푸드 포이즌 이월란 2009.12.20 571
825 무제사건 이월란 2009.12.20 454
824 립스틱, 내가 나를 유혹하는 이월란 2009.12.22 510
823 그리움 4 이월란 2009.12.22 449
822 세밑 우체국 이월란 2009.12.22 479
821 귀여운 뱀파이어 이월란 2009.12.22 533
820 착각이 살찌는 소리 이월란 2009.12.31 707
819 사랑빚 이월란 2009.12.31 490
818 전화 이월란 2009.12.31 425
Board Pagination Prev 1 ... 39 40 41 42 43 44 45 46 47 48 ... 85 Next
/ 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