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1.29 09:07

Ms. Jerilyn T. Solorzano

조회 수 658 추천 수 3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Ms. Jerilyn T. Solorzano



이월란(10/01/26)



칼같은 시간에 여유 있는 걸음으로 타박타박 걸어와
탁자 옆에 코트를 슬로우모션으로 벗어놓는 여자
책 한 권 달랑 꺼내 놓고 인사 한마디 없이
흥미없는 기억을 떠올리듯 저 게으른 눈동자
혀끝의 모터만은 최첨단이다
멍하니 입술만 쳐다보다, 페이지는 언제 말한건지
헐레벌떡 책장을 넘겨야만 한다
중간책상에 한 번씩 걸터앉는 엉덩이마저 차가운 여자
시를 많이 읽고 쓰라는 그녀는
성의 없이 프린터한 스케줄도 히떡히떡 던져주기 일쑤다
첫시간부터 700페이지의 교재를 종횡무진 누비는
그녀의 차가운 입술엔 냉담하고도 철저한 교수법이
못된 버릇처럼 숨어 있다


임신 5개월에 어그부츠가 잘 어울리는
러시아 소녀의 중대 목표는
학기말까지 아이를 출산하지 않는 것
그 여자, 설명 한 번 차근차근 해준 적이 없어
혼자 지껄이다 나가버리잖아
(그래, 첫 아이의 발길질로 깔깔대기엔
나의 아이들은 세상 밖에서 이미 장성해 있고
따뜻한 강의실만 찾아다니기엔
발품 팔며 걸어온 나의 길은 이미 너무 길다)
그 여자 수업, 난 곧바로 드랍했어
왜?
역시, 싸늘한 얼음공주의 이름은 너무 길었다
Because She's Bitch!


(최근에 쓴 시를 가져오라고 한다면 난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제목과 마지막 행을 한글로 바꾸는 것을)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97 안락사 이월란 2010.01.19 475
796 미래로 가는 키보드 이월란 2010.01.19 584
795 체모 한 가닥 이월란 2010.01.19 501
794 사인 랭귀지 이월란 2010.01.19 565
793 밤마다 쓰러지기 이월란 2010.01.23 483
792 비밀일기 이월란 2010.01.23 471
791 입양천국 이월란 2010.01.23 491
790 안개와 바이러스 이월란 2010.01.23 601
789 버러지 이월란 2010.01.29 493
788 영혼, 저 너머 이월란 2010.01.29 519
787 그리운 자리 이월란 2010.01.29 510
» Ms. Jerilyn T. Solorzano 이월란 2010.01.29 658
785 고래와 창녀 이월란 2010.01.29 683
784 눈먼자의 여행 이월란 2010.01.29 767
783 영문 수필 The Last Note 이월란 2010.02.12 967
782 야누스 이월란 2010.02.12 489
781 그녀 이월란 2010.02.12 467
780 이월란 2010.02.12 493
779 바람의 자식들 이월란 2010.02.12 545
778 병신춤 이월란 2010.02.12 566
Board Pagination Prev 1 ... 41 42 43 44 45 46 47 48 49 50 ... 85 Next
/ 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