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2.15 08:10

동태엄마

조회 수 615 추천 수 39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동태엄마



이월란(10/02/12)



오랜만에 동태찌개를 끓인다
토막친 채로 얼었다 녹은 것들을 씻는데
몸통의 두붓살 같은 깔끔한 내장을 씻어내고 보니
대가리만 개수대 옆에 달랑 남아 있다
이걸 버릴까 말까 순간의 딜레마 속에서 눈알을 굴리는데
불쑥 나타나 혀를 차시는 저승의 엄마
이 대가리를 넣어야 국물이 시원한기라
대가리들이 제대로 굴러야 세상국물도 시원해지고
동그란 눈이 그대로 붙어 있는
동태 대가리를 흐르는 물에 씻는데
붉은 혀가 임종의 언어로 굳어 있다
무엇이었을까, 마지막 순간 혀에서 잘린 그 말은
태어의 엄동설한이 화염으로 녹아내리고
보글보글 간을 맞추는데 삶겨버린 허연 눈동자를 치켜 뜨곤
벌어진 입속에 선명히 붙어 있는 혀가 자꾸만 말을 한다
동태보다도 더 차갑게 얼었다
더 뜨겁게 끓다 가신 동태엄마의 잔소리
이 대가리를 넣어야 국물이 시원한기라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77 브레인스토밍 이월란 2010.02.12 459
776 꿈꾸는 발 이월란 2010.02.12 616
775 말반죽 이월란 2010.02.15 485
774 야바위 이월란 2010.02.15 457
773 견공 시리즈 둔갑술(견공시리즈 53) 이월란 2010.02.15 605
772 제3시집 개같은 3(견공시리즈 54) 이월란 2010.02.15 783
771 견공 시리즈 큰 가슴, 작은 가슴(견공시리즈 55) 이월란 2010.02.15 965
770 팔찌 이월란 2010.02.15 522
769 나의 詩 이월란 2010.02.15 509
» 동태엄마 이월란 2010.02.15 615
767 소통왕국 이월란 2010.02.15 514
766 영문 수필 Children’s Online Protection Law 이월란 2010.08.08 1335
765 털털교실 이월란 2010.02.21 551
764 춤추는 살로메 이월란 2010.02.21 525
763 VIP 이월란 2010.02.21 524
762 제3시집 이월란 2010.02.21 683
761 이혼의 꿈 이월란 2010.02.21 773
760 제3시집 언어의 섬 이월란 2010.02.21 780
759 영문 수필 Revenge 이월란 2010.02.28 903
758 아홉 손가락 이월란 2010.02.28 490
Board Pagination Prev 1 ... 42 43 44 45 46 47 48 49 50 51 ... 85 Next
/ 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