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3.05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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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월란(10/03/03)



넌픽션 속에 앉아 있는 사람들 틈에서 앉은뱅이 걸음으로 픽션을 고른다 괜찮은 제목들은 하나같이 왜 제일 밑칸에 있는걸까 실존의 본질 속에서 허구를 동경하는 꿈을 억누르고, 엎드려 있던 사람들도 창밖으로 한 두점씩 빈말 흘리고 있다 내가 고를 수 있는 건 언제나 허구의 세상일 뿐, 눈물의 행성, 숲속의 호수, 화려한 딸, 신의 은총,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뉴욕타임즈 추천도서, 뭐가 뭔지 모를 땐 역시 세상의 메달에 목을 매는 법, 픽션에 발디딜 신용은 아직도 유효합니까 내가 안고 나갈 수 있는 삶은 열 개의 가상무대(물론 갱신도 가능하다), 허구는 역시 가볍다 현실의 위엄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재질부터 다르다 가벼워 날아갈 것만 같은 ‘가짜’ 다섯 권을 품에 안고 나오는데 빨간 배낭을 맨 긴머리 소녀가 문을 열어준다 얼마나 많은 날들을 나는 현실의 문을 열고 나갈 손이 없어 멍하니 서 있었었나 겨울은 여전히 허구의 찬바람으로 현실을 호령하고 있다 나를 어디에 주차시켰었더라 차를 부르는데 엉뚱한 방향에서 피할 수 없는 목전의 증거물이 나를 부른다 나도 모르는 나를 아는 것처럼, 삡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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