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5.02 15:49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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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 / 이월란(10/04/28)



나 그대에게 주고 싶은 것 있었네
  
석양 아래 엎드린 저 허무와
아침햇살 속에서 나를 찌르던 저 아픔과
바람이 내게 와 버리라했던 저 속절없음과
하루만에 피었다 지는 저 꽃의 부질없음과
돌아보면 티끌이었던 저 세월의 서러움과
빗소리에 파편처럼 튀어오르던 저 쓸쓸함과
남루해지는 육신 아래 자라기만 하던 저 초라함과
어둠 속에서 더 밝아지던 저 적막함까지

그렇게 다 주고도
그렇게 다 받고도

그대의 두 손 위에서

허무하지 않고
아프지 않고
속절없지 않고
부질없지 않고
서럽지 않고
쓸쓸하지 않고
초라하지 않고
적막하지 않을

날이 오리라...... 여기며

그대를 잊는 것보다
나를 잊는 것이 더 쉬워진
오늘도,
나 그대에게 주고 싶은 것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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