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5.21 04:53

山人, 船人, 그리고 詩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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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人, 船人, 그리고 詩人  



이월란(10/05/20)



산이 자꾸만 불러 산으로 간 그는 산에 한 번씩 벌렁벌렁 드러누워 산이 되었다 벼랑이 다리를 벌리고 오라 할 때마다 성기 같은 몸을 벌떡 세워 내려 꽂히고 싶었다 사업은 간단히 파산했고 다시 기어들어간 직장은 예전 같지 않았다 심마니 친구에게 일찌감치 일러 놓았다 내가 죽으면 나를 데리고 내려가지 마라 환절마다 춤추는 산의 오르가슴이 될테니까

바다가 자꾸만 불러 바다로 간 그는 바다 위에 한 번씩 출렁출렁 드러누워 바다가 되었다 한 번씩 체위를 바꿔 보자고 덮칠 때마다 세상에 없는 자웅동체가 되어 뼈와 살 속에 시퍼런 물을 가득 채우고 싶었다 뭍에 붙박여 사는 모든 것들이 바람의 몸을 빌어 난잡한 춤을 출 때마다 차라리 흐르다 까무러치고 싶었다 어미의 양수처럼 다시 나를 받아 줄테니까

시가 자꾸만 불러 시에게로 간 그는 한 번씩 아른아른 드러누워 시가 되었다 질처럼 애액이 솟구치는 행간마다 발기된 욕망을 심어 두었다 들어가자마자 끝이 보이는 육신의 구멍보다 끝이 보이지 않는 미로 속에서 헤어나오지 않는 것이 차라리 편했다 이리저리 옮겨 다녀도 패륜아가 되지 않는 백지 위의 세상은 문법이 틀리고 시제가 뒤섞여도 시가 되어 그의 어둠을 밤새 안아 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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