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8.22 12:08

여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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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산


이월란(2010/08)


그늘의 비밀을 캐러 헉헉대며 올라가는 햇살의 노예들을 보았니

공중의 높이에 초록의 자일을 걸어 두어야 한다는 것이야
발밑의 사각지대를 굽어보며 정상의 만세를 불러야 한다는 것이야
남쪽으로 날아가 번식하고 돌아오는 철새의 휘파람을 불어야 한다는 것이야

아이젠에 붙어 있던 마지막 계절의 거죽을 널어놓은 평지를 돌아 나와
벙어리 산을 오르며 고함치는 저 비정한 상승의 꿈으로
하면하는 도롱뇽의 둥근 무늬로 신선한 공중벌레들을 잡아먹지

내구성 짙은 육신을 담보로 세미암벽을 타는 릿지화의 마모일랑
투명기판 위의 자침이 가리키는 사방으로 흩어져버린 지난날들일 뿐
두 발로 벗긴 악천후의 미래를 가파르게 만져보고서야
수풀 헤친 장갑 속에 드문드문, 과거에 찔리면서 묻혀 온 정상에의 꿈

헤드랜턴에 수색당하는 그늘은 이미 잠복 중
고열량의 행동식을 삼키고 방풍의 덧옷으로 감싼 현실은
회항하기 위해 연료를 버려야만 하는 비행기처럼 허기진 몸이 되어
상승의 겹눈을 따먹을수록 낮아지는 세상이 되어, 마침내
다시 오르기 위해 하산하는, 창이 두꺼운 신발 속의 알피니스트들

지상의 햇살은 느닷없이 산사태를 맞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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