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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


이월란(2011-5)


우린 가끔씩 마룻바닥의 틈 사이로 숨겨진 어둠을 들여다보곤 했었지 해를 걸어 다니던 신발이 한 번씩 튕겨 들어가 나오지 않을 때면 가늘고도 긴 희망의 작대기로 끄집어내어 다시 신고 돌아다녔었지 쥐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것들은 집박쥐였어 모가지에서 초음파가 나온다는, 그래서 그 반사음으로 거리를 재고 동서남북을 구별한다는

그 예민한 반향 체계를 가진 그것들에게 밤마다 잡아먹힌 나비들이 몇 마리나 되는지 몰라 그 짧고도 높은 파장의 소리로 먹이인지 장애물인지 구별한다는 건 타고난 축복 내지는 보람 없는 업적의 서막이었어 꽃박쥐가 오면 꽃이 되었고 흡혈박쥐가 오면 따끈한 피가 흐르는 짐승이 되어 주었지 그 박쥐동굴 위에서도 가슴이 뽕긋이 자라는데  

관광객 같은 타인들로부터 배인 빛의 냄새를 독침처럼 숨기며 살았지 철퍼덕, 하늘에서 떨어지는 시신을 치울 때마다 올려다 본 하늘은 하도 파랗고도 파래서 꿈이 착지한 것이라고 여길 뻔 했지 마룻바닥이라든지, 지붕 아래 천정 위라든지, 그 절묘한 공간으로부터 옮겨 붙은 공수병으로 림프샘이 퉁퉁 붓던 날은, 쥐들이 나의 몸을 밤새 뛰어다닌 아침으로 햇살을 둘둘 감고 살균하는 날

그렇게 오래도록 위독해지는 병을 아직도 다 치르지 못해 치사량 훌쩍 넘긴 어둠의 환각제를 삼키고나면 은신처들이 몸을 불리고 있지 맞아, 마루 밑에서 기어 나온 날아다니는 유일한 포유물, 파르르, 낙태되지 못한 앞다리로 밤마다 날고 있었던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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