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14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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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월란(2011-12)


크리스마스 캐롤이 헤프게 들릴 때쯤이면
남편은 직장 동료들의 선물을 산다
수준은 5불 이하
이번에도 서른 개쯤을 샀던가, 흔해 빠진 초콜릿
거들어준답시고 리본과 스티커를 붙여주는데
갑자기 뜯어서 먹고 싶다
열심히 이름을 적어 붙이고 있는 남편에게
나 한 개만 뜯어 먹음 안돼?
안돼, 딱 맞게 산 걸, 살 때 사지 그랬어
그래도 먹고 싶은데, 갑자기
먹고 싶은데
눈을 흘기며, 20년 전부터 서운했던 것들이
하나씩 떠오를 때쯤
난감한 표정이 짜증스런 담벼락을 기어오르다
포기를 선언한다
그래, 먹어라 먹어

내가 먹고 싶은 것은
나를 위해 다시 시간을 들이고 구색을 맞춰야만 하는
이 귀찮은 세상살이를 감당해야하는
달콤한 희생
심심해져가는 마음 한 조각
뜯어먹고 싶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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