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14 02:36

하늘 주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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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주유소


이월란(2011-12)


달리다 멈추는 곳에는 언제나
올려다 볼 하늘이 있었네
걷다 지친 땅 위에는 언제나

되돌아 볼  하늘이 있었네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는데
모두들 돌아갔다고 믿는 곳
한숨 받아 마신 두 발도
승천하여 길이 되던 곳

쏟아지는 시간의 비밀과
저장량을 알 수 없는
저 높고 푸른색이 있어
고개 들어 공중 급유를 했네

새들이 알을 낳은 지평선에
걸터앉아 있다 보면
어두워져도 별 박힌 천국이 되어
손끝에 머물던 곳

한 번씩 엔진을 끄고
비가 오면 와이퍼를 작동시키고
마른 사막을 달려온 듯
목을 적시었네

손차양으로도 가려지는 곳에서
오일처럼 떨어지는 윤활유를 싣고
거대한 시야를 달려왔네

어디를 달려도 노숙인 땅에서
고스란히 떠 있어
어둠이 어둠을 밝히던 저
한적한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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