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시집
2012.02.05 10:27

이월란(移越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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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월란(移越欄)


이월란(李月蘭)(2012-2)


클릭을 하시면 이월란(移越欄)이 뜹니다
나를 보고 싶어 이월란을 클릭한다
내게로 넘어온 계정을 찾는다
이전의 결과를 추적한다
내가 넘겨받은 기간은 무한대
마감일을 알 수 없다는 것은 곧 영원이다
내일로도 넘어가고, 다음 주로도 넘어가고
다음 달로도 넘어가고, 다음 해로도 넘어간다
전액을 넘겨 줄 다음 회기는 여전히 안전한가
옮겨온 과정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있고
전해진 경로는 말끔히 지워져 있다
손에 있는 활자나 숫자들의 기원은
검고 때로는 붉은 잉크 위에서 감사를 마쳤다
전생에서 내세로 넘어가는 얇은 장부 속
단식과 복식 부기가 번갈아가며 달을 넘기고
또 해를 넘겨 왔겠다
아직 끝나지 않은 손익계산서
어디선가 고스란히 넘어온 항목과 잔액이
문신처럼 새겨져 있던 신생의 거래내역은
미수금처럼 마이너스로만 뜨는 기장 사무실에서
복사만 시켜도 자동으로 불러오고 자동으로
넘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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