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5.19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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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월란(2012-4)


도망친 시를 잡으러 다닌다
어린 날 숨바꼭질하던 장롱 속까지 뒤지며
범인을 뒤쫓는 형사의 육감으로 뛰어도
모든 행인들의 얼굴이 용의자로 보인다
의뭉스런 담벼락마다 오감이 번갈아 잠복근무를 해도
별도 달도 시치미를 떼고 있다
흑백의 몽타주를 들여다보는 두 눈은 이미
화려한 착시에 길들여져 있고
예상 밖의 변수에 취약한 인상착의 앞에
조합된 이목구비들은 모두 초상권이 없는
사체들의 사진이었다
품고 가는 얼굴은 영영 잡지 못할
완전범죄의 날조된 그림자인지도 몰라
미궁 속으로 들어가는 급조된 시나리오는
수시로 절박한 척,
낯선 이만 좇는 탕아의 발자국을 따라
알리바이가 수시로 입증되고 있다
죽은 것들의 초상화를 들고
산 것을 잡으러 다니는 것
타인의 실적으로 공개되는 얼굴들은
발뺌할 수 없는 물증처럼 흉악하다
오늘도 내가 잡은 시는 진범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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