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열매는 시큼하다

2003.10.27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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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 안 우윳빛 물안개 속을 거닐며 둘이는 손을 꼭 끼고 이야기했다
널 결코 놓아주지 않을 거야
마디마디 맺어가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우린 이제 하나, 천생 연분이지 오목과 볼록이 마디마디 꼭 맞아
내복 선전처럼 감탄하면서 서로를 감싸안았다
구렁이 같이 칭칭 칡넝쿨처럼 칭칭 영원히 떨어지지 않을 것 같았다
길기도 했다

삐삐 신호는 누가 보냈는지 듣는 순간 둘의 연분은 지퍼처럼 찍 갈라졌다
하늘의 뜻이야, 운명에 순종하자
깍지를 벗어난 둘, 하나는 동쪽 끝으로 하나는 서쪽 끝으로 달아났다
널 다시 안 만날 거야
높은 담이 쌓아지고 집이 둘 생겼다
외로움은 견딜 수 없어요
갈라진 반쪽은 다시 짝을 구했다 첫 사랑과 똑 같은 모습이다 다른 반쪽도 마찬가지였다
역시 천생연분이지

베싸메 무초
갈라진 반쪽이 원하는 것은 뜨거운 입맞춤이었다
저것 좀 봐 입맞춤만으로도 아기를 낳다니
A U C G 줄줄이 나오는 입맞춤의 아이들은 이빨이 셋이었다 (*)
아이들은 일개미같이 아미노산을 물어오고 또 물어와
열매를 만들었다

사랑의 열매
그것은 결코 달지 않았다
시큼했다.

(*) RNA 의 코드는 셋씩 무리를 지어 단백질의 구성원인 아미노산을 만든다.
시작노트: 세포의 사랑은 어떤 것일까? 생물학적으로 사랑은 자기 복제와 분열의 연속이다. 자기 복제란 알엔에이의 작업이다. 생명의 기본단위는 디엔에이이고 이기적인 디엔에이가 자기를 자꾸 증식시키려는 것이 이 세상이라는 <이기적 디엔에이>이론은 상당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디엔에이가 알엔에이로 그것이 단백질생성 다시 디엔에이를 만든다는 증식의 기본 원리는 사랑의 원리이다. 알엔에이가 만드는 아미노산... 말부터 시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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