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 담그기

2010.03.15 09:48

김수영 조회 수:1397 추천: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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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 담그기                     金秀映

조상들의 놀라운 지혜가 

노란 된장으로 입맛으로 다가와 

보글보글 끓는 뚝 베기 된장찌개 맛

간장이 녹아들어 옆집 총각 짝사랑에

애간장 끓는 줄 스리슬쩍 누가 알랴? 

 

쌈장으로 상추 쌈 한 잎 베어 물면 

도라지 타령이 절로 나지 

가마솥에 메주콩 삶는 구수한 냄새 

조상의 인심이 푹 익는날

닐리야 닐리리

딛을 방앗간에서 

쿵쿵 메주콩 찧는 소리 

멍멍 짖는 멍멍개 소리에 

나그네가 찾아드네 

 

주물딱 목침처럼 메주를 만들어 

겨우내 더운 방에서 매주 뜨는  냄새 

구리다 못 해 구역질 나는 냄새 

곰팡이가 꽃이 되어 썩는 냄새에 

나그네 안절부절 잠을 설치네 

날 버리고 가신 임 십 리도 못 가서 콧병 나겠네

 

메주는 썩을수록

고약한 냄새가 심할수록 

된장 맛이 참 좋대요 어쩌잠 

날 버리고 가신 임도 푹푹 썩어져야 한다

제발 푹푹 썩어져야 한다 깨

 날 찾아 다시 오시는 날 맛좋은 된장 냄새 

솔솔 난다깨 릴리야  릴리야  니나노  

얼씨구 좋다 절씨구 좋다 

 

봄 처녀 마음에 살랑살랑 바람이 일고 

강남 갔던 제비가 파란 잎사귀 입에 물고 

임 그리워 처마밑에 날아들면 

겨우내 푹푹 잘도 썩은 메주들이 다투어 

큰 질항아리 물속에 담기는 날 

 

푹푹 썩은 임의 마음 검정 숯덩이 되어 

썩은 메주가 그리워 메주 곁에 드러눕는다 

얼씨구 지화자 얼씨구나 좋다 

 

임의 마음 메주에 흘러 들어가 

메주가  맛있게 숙성되면 나는 빨간 고추로 

타버린 님의 까만 마음 빨갛게 물들여 주지, 

어 살판 났다깨 썩기를 참 잘도 했구나! 

그래서 십 리도 못 가서 임 그리워 다시 돌아 왔다깨 

 

너와 나의 사랑이 녹고 녹아 

이렇게 맛있는 된장이 될줄 누가 알았으랴 

메주도 썩고 임도 썩고 나도 썩어 

구수한 된장찌개 맛이 천하일품이라네

정말 썩기를 잘했어,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아리랑 아리랑 쓰리랑 쓰리랑 아라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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