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밤의 망향

2010.07.13 02:15

김수영 조회 수:811 추천:225

까마득한 전설처럼
잊혀져 가는 추억 속에
나를 건져 올리는 샘물

내 얼굴이 환히 거울처럼 비췬다
연륜이 눈처럼 쌓인 얼굴엔
하나 둘 주름살이 피어오르고

그 주름살 속에
어머님의 얼굴이 포개지고
소꿉장난 친구들이 하나 둘
손 흔들며 웃음 짖는다

박 꽃처럼 소담스럽게 떠오르는 하얀 달님
예나 지금이나 비취는 달빛에 드리운 그림자
행여 님이신가
뒤돌아 봐도
서늘한 달빛만 내 이마에 내려앉는다

멀리 삽살개 짖는 소리에
밤하늘의 별이 떨어지는 데

긴긴 여름밤은 할아버지의 헛기침 소리에
깨어 일어나 앉는다

담뱃대 터는 소리에
새벽이 마중 나온다

종달새는 찌찌 빼빼 울어 예고
울타리에 기어오른 노란 호박꽃은
아침 햇살에 입을 벌려 나팔을 분다.

한 여름밤의 망향 金秀映 까마득한 전설처럼 잊혀져 가는 추억 속에 나를 건져 올리는 샘물 내 얼굴이 환히 거울처럼 비췬다 연륜이 눈처럼 쌓인 얼굴엔 하나 둘 주름살이 피어오르고 그 주름살 속에 어머님의 얼굴이 포개지고 소꿉장난 친구들이 하나 둘 손 흔들며 웃음 짖는다 박 꽃처럼 소담스럽게 떠오르는 하얀 달님 예나 지금이나 비취는 달빛에 드리운 그림자 행여 님이신가 뒤돌아 봐도 서늘한 달빛만 내 이마에 내려앉는다 멀리 삽살개 짖는 소리에 밤하늘의 별이 떨어지는 데 긴긴 여름밤은 할아버지의 헛기침 소리에 깨어 일어나 앉는다 담뱃대 터는 소리에 새벽이 마중 나온다 종달새는 찌찌 빼빼 울어 예고 울타리에 기어오른 노란 호박꽃은 아침 햇살에 입을 벌려 나팔을 분다.

댓글 0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80 하나님, 당신은 누구시기에 김수영 2010.03.21 876
379 오라버니의 명강의 김수영 2010.03.23 968
378 할미꽃 김수영 2010.03.25 884
377 인술(仁術)을 베푸는 명의(名醫) 김수영 2010.04.01 925
376 너, 그기 있었는가/새벽미명에 김수영 2010.04.03 992
375 The Lord of Easter 김수영 2010.04.03 944
374 백목련 file 김수영 2010.04.04 861
373 잡초같은 인생 김수영 2010.04.14 1036
372 바다는 말이 없어도 노래한다/천안함 순국장병들을 위한 조가(弔歌) 김수영 2010.04.16 904
371 아름다운 마음(A beautiful mind) 김수영 2010.04.20 1055
370 석송령 김수영 2010.04.21 975
369 주전자속의 개구리 김수영 2010.04.23 1394
368 思母曲 김수영 2010.05.08 836
367 꿈꾸는 자 김수영 2010.05.10 972
366 말의 위력/유대인들이 왜 이차세계대전 때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대량 학살당했나? 김수영 2010.05.10 1241
365 도둑누명 김수영 2010.05.24 947
364 키다리 김수영 2010.05.29 913
363 그대의 혼이 포푸라 초록 잎에 김수영 2010.05.31 1050
» 한 여름밤의 망향 김수영 2010.07.13 811
361 응급실에서 김수영 2010.07.15 6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