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깃발/마지막 달을 보내며

2011.11.30 14:26

김수영 조회 수:642 추천:177

청자 빛 하늘에 걸려 있는
창백한 낮달이 얼굴을 내민다

황혼이 찾아오면 등 불 밝히고
임 맞을 채비에 얼굴이 홍조를 띤다

한 장 두 장 찢어버린 달력 속엔
내 연륜의 나이테가 자라
훈장처럼 하얀 벽에 걸려 있다

온갖 풍상을 다 겪은 겨울나무처럼
뼈만 남은 앙상한 가지에 깃발이 나부낀다

네모난 사각지대에 갇혀 하루하루
열심을 다하는 배우의 연기가 눈부시다

연기가 끝나면
불이 꺼지고 인생의 막이 내리면
용감히 사각지대를 박차고 나온다

저 한 장 남은 깃발이
바람에 찢어지고 눈보라에 헐리어도
어두운 밤이 올 때까지 버티며 서 있다가
새벽 여명을 맞이하리라

태양을 잉태한 여자가 거기 서 있다


마지막 깃발/마지막 달을 보내며                 金秀映 청자 빛 하늘에 걸려 있는 창백한 낮달이 얼굴을 내민다 황혼이 찾아오면 등 불 밝히고 임 맞을 채비에 얼굴이 홍조를 띤다 한 장 두 장 찢어버린 달력 속엔 내 연륜의 나이테가 자라 훈장처럼 하얀 벽에 걸려 있다 온갖 풍상을 다 겪은 겨울나무처럼 뼈만 남은 앙상한 가지에 깃발이 나부낀다 네모난 사각지대에 갇혀 하루하루 열심을 다하는 배우의 연기가 눈부시다 연기가 끝나면 불이 꺼지고 인생의 막이 내리면 용감히 사각지대를 박차고 나온다 저 한 장 남은 깃발이 바람에 찢어지고 눈보라에 헐리어도 어두운 밤이 올 때까지 버티며 서 있다가 새벽 여명을 맞이하리라 태양을 잉태한 여자가 거기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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