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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이 골리앗을 이겼다                                              

 

   사람이 살다가 억울함을 당할 때가 종종 있다. 본인은 아무 잘 못이 없어도 상대방이 피해를 입혀 물질의 손해나 건강을 해칠 수가 있다. 정말 어처구니없이 엉겁결에 억울 함을 당할 때에 말문이 막히고 어안이 벙벙하여 한방 뒤퉁수를 얻어맞은 기분일 때가 있다. 피해를 본 당사자는 속수무책일 수도 있고 법적으로 대응할 수도 있다. 법적으로 대응할 경우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고 시간도 엄청 소요될 때가 있어 종종 포기하는 수가 있다.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별도리가 없는 것이다. 정말로 억울한 일이라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난감한 일을 당했을 때 우리는 어떻게 현명하게 대처 해 나갈 것인가가 우리가 지혜스럽게 인생을 살아 갈 수 있는 관건이 될 수가 있다. 하나 때론 본인도 어떻게 할 수 없는 불가항력일 때가 있는 것이다. 

   나는 오늘 한동안 소식이 뜸했던 딸로부터 기분 좋은 전화를 받았다. 딸은 북가주 새크라멘토에 살아온지도 꽤 오래되었는데 데이비스 시에서 커피숍을 운영하고 있다. 여자 변호사가 운영하던 매상고가 좋은 가게를 인수해서 사위와 딸은 열심히 미국인 입맛에 맞는 커피를 제공해 왔다, 맛좋은 커피로 손님들을 대접하려 무던히 애쓴 결과 단골들로 항상 북적인다. 특히 유시 데이비스 대학교에서 가까운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이 커피숍은 대학생들과 교수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교수회의가 있는 날엔 단체 주문이 들어와 수입이 짭짤하다고 한다. 딸과 사위는 ‘나 혼자 잘 먹고 잘살자.’라는 생각을 버리고 늘 지역사회 대소 행사가 있을 때마다 무료 커피로 봉사해 왔다. 고객들로부터 칭찬이 자자하자 손님들은 계속 모여들기 시작했고 급기야 그 입소문이 데이비스 시 시장 귀에 들어가 시장으로부터 감사패를 받기에 이르렀다.      

   커피숍이 번창 일로에 있었는데 쇼핑몰 주인이 스타벅스 커피숍을 같은 몰 안에 들여놓게 되었다. 같은 몰 안에 들어있는 스타벅스 커피숍 때문에 딸네 커피숍은 문을 닫게 될 줄 알았다. 고객들은 스타벅스로 안 가고 계속 딸네 커피숍에 여전히 모여들기 시작한 것이다. 정말 의외였다. 원체 커피 맛이 좋고 서비스가 좋아 딴 곳으로 갈 수 없다며 '한 번 고객은 영원한 고객'이라며 요동 부동으로 딸네 커피숍에만 고객이 모여들었다. 스타벅스는 장사가 잘 안되니까 약이 올라 쫓아낼 계획으로 쇼핑몰 주인을 꾀어 리스 계약이 끝나면 내 보내라 부추겼다. 리스 계약 만료가 다가오자 같은 쇼핑 몰안 다른 가게로 옮기라고 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사정을 해도 듣지 않아 옮기기로 하고 준비하고 있었다. 같은 몰에 있으면 영업에 여전히 지장을 초래할까 봐 스타벅스가 아예 쫓아 내버리라고 건물 주인에게 압력을 가했다. 일주일 안에 나가라는 통지를 받고 갑자기 쫓겨나게 되었다. 약자가 강자에 밀려 억울함을 당하게 되었다. 

   매일 새벽부터 커피 마시려 찾아온 고객들은 영문도 모른 채 아연실색하여 쫓겨나게 된 이유를 알게 되었다. 이때부터 고객들은 팔을 걷어붙이고 딸네 커피숍을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 움직이기 시작했다. 딸과 사위가 부탁한 것도 아닌데 고객들 스스로가 발 벗고 나섰다. 데이비스 시 일본 인 하원의원을 동원하여 많은 탄원서를 고객들로 부터 받아 억울하게 쫓아낸 쇼핑몰 주인의 횡포를 고발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 사실이 이곳 지역사회 신문에 큰 이슈로 보도가 되었고 라디오 텔레비전 방송국에서 딸과 사위를 초청하여 인터뷰하는 소동까지 벌어지게 되었다. 유시 데이비스 대학교도 이 사실을 알고 학교 교지신문에 크게 보도했고 단골 대학생과 교수들이 합세하여 부당하게 쫓겨난 억울함을 고발하며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걷잡을 수 없이 퍼저가는 고객들의 분노에 결국 쇼핑 몰 주인은 두 손 들고 항복하고 말았다. 쫓아내는 대신 옆 건물에 있는 다른 가게를 재계약을 해 주었고 리모델링하라며 오만 오천 불을 그냥 주었다고 한다. 착하디착하게 살아온 딸과 사위가 고객들로부터 이렇게 뜨거운 사랑을 받을 줄은 몰랐다. 정말 억울함을 당해 앞이 캄캄했지만, 선량하고 양심이 바른 고객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일사불란하게 불의를 고발하는데 용감하게 앞장섰기에 딸네 커피숍은 쫓겨나지 않을 수가  있었다. 딸과 사위는 이 일로 인해 일약 유명인사처럼 되고 말았다고 한다. 

   커피 맛이 좋다고 광고나 선전도 할 필요 없이 저절로 데이비스 시민이 다 알게 되었으니 고객이 몰려오는 일은 눈앞에 불 보듯 뻔한 일이 되었다며 기뻐하고 있다. 이번 일로 쇼핑 몰 주인도 자성을 해야 하고 스타벅스도 약자를 쫓아내려고 하지 말고 더불어 같이 살아가는 상생의 원리를 배워 동반성장으로 함께 살아가는 기업 철학을 터득했으면 좋겠다. '나도 잘살고 너도 잘살자' 란 win win 사상이 참 필요할 때다. 이 지면으로나마 딸네 커피숍을 지켜준 모든 고객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 관련 기사 중앙일보 2013년 4월 17일자 일면에 게재 다음과 같이 아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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