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숙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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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8일 금요일, 이곳 워싱턴에 폭설경보가 내렸습니다.
오후가 되면서 하늘은 어두워지고 집 주위는
침침한 기운으로 짖눌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 갑자기 새들이 날카로운 소리로 우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새들은 떼를 지어와 뒷마당 큰나무 위에 모여 앉았습니다.
너나 할 것 없이 한마디 씩 하는지, 몇초 동안을
비명처럼 우짖다가 동시에 입을 다물고, 그런다음에
대열을 만들어 분산합니다.
그리고는 다른 녀석들이 다시 모여옵니다.
그러기를 서너 차례하고 나서 뒷마당이 고요해졌습니다.
새들이 떠나간 나무가지를 올려다 보며
저는 감지했습니다.
대단한 눈이 오겠구나....재난이구나....

그리고 정말 70센티미터가 넘는 눈이 퍼부었습니다.
눈이 그친 주일 오후, 저는 쌀을 담아가지고 뒷마당에
나가 힘이 닿는대로 멀리 멀리 뿌렸습니다.  
다음 날이 되어도 새는 한마리도 오지 않았습니다.
화요일 아침, 길도 뚫리고 밖에도 다녀왔습니다.
뒷마당에서 새들이 깔깔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하지만 아직 녹지 않은 눈위에는 새 발자국이 나지 않았습니다.
쌀알들은 눈 속으로 퐁당 빠져 들어간 모양입니다.
그래도 저는 기다립니다.

하늘을 나는 새들을 먹이는 일이 제 깜냥으로는
어림없는 줄 알지만, 그래도 저는 그래야만
위로가 될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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