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숙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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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홍싸리꽃

2005.07.12 11:32

최영숙 조회 수:674 추천:34

홍싸리가 정말 존재한다는 사실에 전 놀랐습니다.
전 싸리꽃은 하얗기만 한 줄 알았거든요.
화투에만 그려져 있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네요.
완벽한 색의 조화가 가슴을 저리게 하는군요.
어떤 조화인지 나마님의 발길이 닿는 곳은 모두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곤 합니다.
우면산 산자락이나 관악산이 새로운 그림으로 눈 앞에
펼쳐지니까요. 지금은 위치도 아득해지고 산그림자도 눈앞에서
사라졌지만 제게는 그저 차를 타고 지나가던 곳이었을 뿐
남다른 의미를 두지 못했었는데 지금 다시 그곳을 찾을 수
있다면 저도 홍싸리 꽃이 무덤무덤 피어 있는 곳을
찾아낼 것 같습니다.
나마님이라면 제 할머니 동네의 평범한 뒷산에서도 산이
끌어 안고 있는 넋을 건져 올리실 것 같아요.
그동안 땅굴 작업 하시느라 파~리해지셨을텐데 이번 산행이  
좋은 보약이 되셨을 줄 압니다.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고 제게는 또한 격려가 되기도 합니다.
그 바쁘신 중에도 기억하시고 소식 전해주셨으니까요.
지금까지는 연습게임이었고 이제부터는 결승에 오르신 줄로
믿습니다. 누가 쓰란다고 쓰나요, 그치요?
'나으 남자'도 안부 전합니다.
데스밸리에서의 간증을 잊지 않고 감격으로 나마님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언젠가 큰일을 해낼 분으로 입력이 되어
있어서 청양고추 스토리도 나름대로의 해석을 가지고
읽은 사람이구요.  점잖고 안 점잖고를 떠나서 가슴과 가슴으로
부딪치는 진실을 말하고 싶어하는 사람인 거 아시지요?
마주앉아 얼음 막걸리를 나누지는 못해도 언젠가 나마님을
다시 만나면 서로가 그 속을 들여다보고 눈물 한가닥, 잡아 올리게
되길 바랍니다.  
>청양 고추 이야기로 웃기긴 했으나 선비가 쓸 글은 아니었지요.
>그래서 요번은 품위 있는 소식 전하려 해요.
>
>연꽃 귀경 나섰어요.
>한 송이라도 보았으면 할 말 엄청 많겠는데 하나도 못 보았네요.
>아직 철이 이른 거지요.
>
>신경질.
>"야, 나 더 늦기 전에 산에라도 튀어야지 모처럼 땅굴 작업 쉬며 왔는데 안 되겠다."
>냅다 우면산으로 튀어 옴 몸이 짭잘한 소금기로 뒤덮이게 산행을 했네요.
>
>잦은 비에 눅눅한 흙은 스폰지처럼 물을 머금어 푹신했고, 짝 찾아 세레나데를 부르는 뻐국이 소리가 산 속에 가득했지요.
>문득 아주 작은 꽃들이 보이는 거예요.
>
>연꽃은 엄청 큰데 이 꽃은 아주 작네... 생각을 하며 자세히 보니까 싸리꽃이데요.
>홍싸리꽃.
>
>고스톱을 못치는 착한 최작가이니까
>흑싸리 홍싸리 화투 용어도 모를 거고.
>좌우간 싸리나무는 알죠?
>홍짜 들어 가는 건 참 추억 할게 많아요.
>홍시
>홍실
>홍마담도.
>
>들러 보니 지금이 제철인지 그 홍싸리 꽃이 무덤무덤 피었어요.
>작은 것이 아름답다.
>어쭈, 메롱하며 혓바닥을 내미는 듯 제비꽃을 닮았네.
>문득 그런 생각에 찰칵.
>카메라 기능을 몰라 꽃을 확대하여 찰칵.
>접사 기능이 있는 것 같아 찾아 찰칵
>
>흐흐
>지금 보내는 이 사진 한 장 남았네요.
>다른 것은 죄다 못 쓰고.
>실력 탓인지, 카메라 탓인지, 꽃 탓인지 모르지요.
>
>땀 샤워 속에 이왕 흘릴 땀, 아예 탕 속으로 들어가자!
>착한 결심.
>나는 단순 무식이 생명이라 뭔가 떠오르면 실행을 하거덩요.
>
>우면산 능선 종주 끝에 남태령을 만났지요.
>6차선 도로에 휴일인데도 무에 그리 바쁜지 엄청 차들이 오가고 있었어요.
>거기를 횡단 보도를 통 해 건넜갔습니다.
>
>축대를 쌓은 끝에 정문이 보였어요.
>"여기 좀 들어가면 안될까요?"
>"충성! 뭐 하시는 분인데요?"
>"우면산 자락이 남태령으로 해서, 요 관악산과 연결되어 있잖아요. 그래서 관악산 오르려고요."
>"이 아자씨가 시방 농담하시나. 안 돼요!"
>"지나가기만 할 건데."
>"여기는 군부대란 말이예요. 등산로도 없구요."
>"원래 나는 등산로로 잘 안댕겨요."
>"안돼요. 일반인 출입 통제 구역이요."
>
>더 이야기 해봤자 나라 지키는 군인 '약', 밖에 줄 게 없는 것 같아 양보했어요.
>그러나 한번 뺀 칼!.
>
>지나가는 빈 택시를 잡아타고 관악산 등산로 입구로 날라 갔지요.
>오매 징그러운 거.
>공연히 왔네.
>이건 마이클 잭슨이 관악산 꼭대기에서 무료 컨서트를 한다는 풍문에 속은 넘들처럼 까맣게 오르고 있는 거예요.
>
>야, 한국에...아니 서울에 이런 산 없었음 우짤번 했을꼬.
>우야등둥 연주대를 거쳐 정상에 섰지요.
>그곳도 다른 군부대 철조망이 있잖아요.
>애구...묻는 내가 바보지.
>든든한 방선생님이라면 몰라도 최선생이 거길 오를 것 같지 않은데.
>
>거기서 관악산과 우면산 사이 분단 된 능선을 한참 바라보았네요.
>
>"그래! 결심했어. 다음엔 그쪽으로 내려가야지. 길 잘못 들어내려 왔는데 영창이야 처넣겠어. 자꾸 그래야 돼. 그런 사람이 많아야, 그래야 징그러워서라도 시민에게 산을 돌려주겠지. 이 인간 떼거리를 봐. 이들을 위하여 서, 할 수 없이 나는 선구자가 될 거야."
>
>이~~일송정 푸른 물은~~ 노래는 안 불렀으나 선구자가 되겠다는 굳은 결심을 한 내 눈, 동공이 확 열리는 기적이 나타났어요.
>통 크게 시민의 산을 찾겠다고, 역시 세상을 크게 보는 사람에게 잘 보인다는 말 농담이 아니네.
>
>'얼음 막걸리. 씨원한 막걸리가 한잔 삼 천 원."
>그 글씨가 엄청 크게 보였던 거지요.
>그걸 무시하면 여태 흘린 땀은 고문이 되는 거고, 벌떡거리는 심장은 파업을 할지도 모르지요.
>숨도 안 쉬고 두 잔 쭉 마시고 나니 행복지수 100점.
>
>몇 잔 더 마시려 했으나...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렸지요.
>왜? 서울대 쪽으로 있는 암릉으로 내려 가야했으니 취하여 바위에 헤딩할까 봐.
>이 돌 머리야 아깝지 않지만 그 이쁜 바위 상처 날까 봐 참은 거지요.
>
>연분홍 치마가 아니라 태극기가 바람에 휘날리더라네요.
>그 바위 꼭대기까지 악착스레 올라가 한 컷 찰칵.
>여기서 보는 관악산은 골계미가 있는 산은 맞아요.
>사람만 적어도, 군 부대가 변두리로 가고 등산로가 더 생겨 사람이 분산만 되더라도, 참 아기자기한 암릉과 기암이 돋보이는 산 맞아요.
>
>이쪽은 바위가 많아 그런지 사람들이 별로 없네요.
>한참 내려 오며 흐르는 땀 속에 다시 갈증을 느꼈고, 그리하여 다시 막걸리 마시러 정상으로 빠꾸하려다 참았네요.
>
>이번에 올라가면 선구자가 되어 분명히 군부대 쪽으로 내려 설 것 같아 서지요.
>
>믿거나 말거나.^^
>
>방선생님께 안부 꼭 전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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