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번 버스와 중용

2021.01.07 09:27

강창오 조회 수:79

중국의 어느 외진 고지대에 승객으로 꽉 찬 44번 버스가 달리고 있었다. 갑작스레 승객들중2명이 강도로 돌변하여 승객들의 금품을 빼앗기 시작하더니 나아가서 차를 세우게하고 필사 저항하는 여자운전기사를 성폭행한다. 다른 승객들은 그저 방관만하고 있을 때 한 중년남자 하나가 일어서서 막아보려 하지만 강도들의 흉기에 찔려 제압 당하고만다. 성폭행후 그 강도들이 도주하자, 그 운전기사는 아까 강도들을 제지하려다가 다친 중년남자한테 다짜고짜 내리라고 명한다. 그 중년 남자가 황당해하면서, '나는 당신을 도와주려고 했었는데’ 하면서 주저하니까 운전사가 소리 지르면서 '당신이 내릴 때까지 출발 안 한다’고 버틴다. 갈길에 다급해진 나머지 승객들이 그와 그의 짐을 강제로 끌어내리자 운전기사는 경멸하듯 승객들을 돌아보고 그 자리를 떠난다. 그 중년남자는 다친 몸을 이끌고 요행히 다른 차에 편승하게되고 얼마 후 참혹한 교통사고 현장을 목격한다. 바로 그가 탔던 44번 운전사가 버스를 질주해 모든 승객과 함께 절벽아래로 추락한 것이다. 경찰은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다고 전한다.

이 얘기는 1999년 실제로 중국에서 일어났던일로 2001년 홍콩에서 영화로 제작되어 Venice 와 Sundance 영화제 수상을 받았고 Cannes 영화제에도 초대받았다고 한다.

요즘같이 좌우이념 양극화가 대두되는 시기도 일찌기 없었던것같다. 불란서 혁명시 헌법개정을 위해 국회가 열렸을때 왕정파와 반대파가 나누어져 좌석 오른쪽 왼쪽에 앉으므로 시작되었던 좌우의 대립이 보수주의 진보주의로 포장되어 자리잡기 시작한다. 허지만 20세기에 들어서서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의 거대한 두 구도가 대표적인 이념의 대립으로 절정을 이루게된다. 사실 공산주의의 간판이었던 철의장막, 죽의장막이 서방위주의 자유민주주의 제도와 대립해 있던 그시기에는 이미 냉전으로 인해 서로간의 이념이 확립되어 있었기 때문에 실상 이념의 양극화는 오히려 지금같은 평화시대에 더욱 가중되어가고 있다고 보아진다.

이렇게 세상이 점점 더 이념으로 극렬하게 되가는 대립의 선에서 얼핏들으면 마찰을 피하게하는 중용이란 단어가 상당이 매력적으로 느껴질뿐더로 그 이상의 나은 단어가 없는듯하다. 양극으로 치우치기보다는 중간위치에서 서로간에 조금씩 적당히 양보하여 평화로움을 지키자는것이리라. 물론 인간사회가 중용론처럼 되어진다면 이상적인 현실화로 그처럼 좋은 세상이 없을것이다.  

그래서 고대의 몇몇 현자들도 이렇게 중용론을 펼쳤다. 중용은 군자의 도리로서 극한으로 치닫지 않는 삶의 태도를 가리킨다며 공자는 때와 처지를 가려 가장 적절한 행위를 선택해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사는것을 중용의 구체적 실천이라고 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오직 중용과 일치하는 절제와 인내가 담긴 품성이 덕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무튼 평화시대에서는 중용론이 돋보이며 서로간의 삐꺽거리는 갈등을 잠재울수 있지만 인간에게서 양육강식 본능의 DNA가 제거되지 않는한 어느순간 힘의 균형이 깨지며 한쪽으로 기울게 되어있다. 전쟁으로 점철된 역사가 증명하고 있고 지금 이순간에도 세계적으로 보이게 안보이게 혹은 크고 작은전쟁들이 계속되고 있는데 이 소용돌이속에 중용론이 설자리가 어디인가?

많은 사람들이 좌우로 치우치는것을 편향이라며 폄훼하지만 좌우중에 내가 믿는 한가지를 지켜야만 내 삶의 가치가 확립될수 있다는 신조 즉 그것이 정신적 양식이기 때문에 이러한 추구가 바로 양육강식 본능과 일치한다고 보아진다. 여기에 미국의 법률가이자 정치인이었던 Patrick Henry의 유명한 연설문을 인용해본다.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 내가 믿는 신조의 선택권은 바로 나 자신이 가질수있는 자유와 권리로써 결국은 내가 사느냐 죽느냐의 궁극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이것을 지키기 위한 이념의 대립은 언제던지 물리적 전쟁으로 이어질수 있는것이다. 그렇치만 대부분 사람들은 어부지리를 얻을수있는 중용의 입장을 지킨다. 소수 무개념의 지적 저능인이들이던가 아니면 비겁한 이기주의자들이다. 바로 44번 버스의 경우에서 보듯 승객중 한 중년 남자외에 나머지 전부는 그 상황을 지켜보며 무언의 중용을 지켰다. 물론 그들은 잘못한것이 없기때문에 직접적인 정죄의 대상이 될수없다. 하지만 그들은 무기들은 강도들의 행패에 자신들의 몸을 지키려 가만히 있었고 그와같은 집단적인 비겁행위가 결국은 그 자신들 모두를 죽음의 구렁텅이에 몰아넣게 된것이다. 어부지리를 얻으려고만 했던 그들의 도전없는 중용의 선택이 처음에는 강도에게 길을 열어줬고 나아가서는 자신들 모두를 자멸시킨 결과로 이어진것이다.

과연 이 44번 버스스토리에서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이성적으로 사유하는 인간만의 능력 즉 최고의 덕인 중용의 설자리가 어디있는가? 아울러 그는 무모와 비겁이 양극단이라 했고 중용의 덕을 용기와 윤리적 탁월성이라고 했지만 이 44번 버스의 예는 이와 정반대의 결과를 보여줬다. 물론 이 사건은 한 사회적 단면이긴하지만 이념을 추구하는 모든 인간전체의 대표적 그림이라고해도 결코 과언이 아닐것이다.

거이 유일한 그 만의 방법으로 히틀러에 반기를 들었던 독일 신학자 본훼퍼는 이러한 중용에 대한 직격탄을 날렸다. 바로 그가 히틀러의 독재로 암흑속에 빠져가는 독일 인을 향해 한 말이다. ‘악을보고 침묵하는 그 자체가 악이다’.

요즘 한국을 비롯한 세계의 정치상황이 그 44번 버스의 예를 기억케한다. 요즘같이 미디어가 위험한 요소로 등장한적이 없다. 고도의 기술을 가진 주류의 미디어가 앞장서 어부지리를 구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부추기며 눈과 귀를 막고있는데 실로 상당수가 여기에 먹혀들어가고 있는것이다. 아무튼 대중들이 그 과정에서 눈을 떠 44번 버스의 중년남자의 입장이되어 대세를 뒤집으면 좋은 결과 좋은 삶을 구가할수 있지만 그 반대로 막지못한다면 44번 버스승객의 운명처럼 게임 끝인 것이다. 굳이 신약성경의 인용을 빌리자면 요한계시록에서 계시하는 영적전쟁이 바로 이 이념전쟁과 귀결된다고 보아도 타당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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