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멍

2023.03.04 12:09

조형숙 조회 수:12

 *초멍                                                                                                                                                                                                             

탁자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촛불 하나를 멍하니 바라본다. 그윽한 *프로폴리스향으로 타오르는 한자루의 초를 통해 머리를 비운다. 초는 눈물로 녹아내리면서 성벽을 쌓아가고 있다. 눈물의 슬픈 흔적들로 성벽은 견고해지고 드디어 하얀 심지가 드러난다. 
주위를 비추어 주는 촛불은 약한 빛으로 잠시 머물다가 다시 푸르게 타오르기를 반복한다. 하얀 연기와 함께 바지작거리며 서서히 심지를 태운다.
 
 촛불 하나가 가족을 한 곳에 모은다. 촛불을 중심으로 빙 둘러 앉아 오늘을 돌아보고 내일의 꿈을 꾸면 기쁨의 빛이 된다. 불 밝히기 전에는 어두움이었다. 하나의 촛불이 여러 개의 눈을 반짝이게 한다. 값이 나가는 것도 아니고 크지도 않은 것이 소망을 가져다 준다. 
자신을 불살라 주위를 밝혀주고도 자세를 변함없이 유지하고 있는 초의 희생과 지혜는 촛불 하나의 의미로 다가온다. 내 삶은 당연히 밝을 것이라는 생각은  어둠을 통해 변하게 된다.
캄캄한 속에 희망을 주고 하루를 차분히 여물어가게 하는 불빛은 초 한 자루로 충분하다. 촛불 하나 켜서 맘이 환해지고 촛불 하나로 미소를 불러오고 촛불 하나로 소망을 갖게된다. 
소망이 없다고 믿는 것과 언제고 내 소망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믿는 것 중에 선택하라면 나는 당연히 후자를 택한다.어둠 속에서 비추이는 한 개의 촛불이 얼마나 감사한지 생각하게 된다. 촛불에게서 어려움 뒤에 오는 희망을 배운다.
"어둠을 탓하지 말고 초 한자루를 밝히는 것이 낫다" 고 말한 *사티쉬 쿠마르의 뜻을 되새긴다.
 
 
 *초멍 : 불멍의 미니버전, 멍 때려 머리 비우기
*프로폴리스향 : 벌에서 생성되는 천연항생제로 특유한 천연의 꿀향이 난다. 효과는 공기정화, 심신 안정
*사티쉬 쿠마르(Satish Kumar) : 인도 출신의 녹색환경운동가. 평화운동가. 
                                         저서: '버리고 행복하라'  '그대가 있어 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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