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이 아니었어
돌베개의 꿈속에서 당신을
좇아 헤매던 길은

하늘로 향한 사다리는
빙글빙글 돌아 오르는 나선의 계단
짙은 안개 속 희미한 당신 소리를 따라
미친 듯 올라간 길
어지럽게 구불구불
오르다 내리고
내리다 다시 오르고
앞으로 옆으로 또 뒤로
꼬여진 실타래 같았지
밝음과 어둠으로 이어진 계단들
A 와 T
G 와 C
사랑과 미움처럼 굳게 깍지 낀 손으로
영원처럼 길게 반복되는 맞물림이
꼬였다 풀리고 풀렸다 꼬이고 있었지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가
어제는 무엇이고 내일은 무엇인가
흰옷을 입은 분자들이 계단 위를
오르락내리락하고
난 깊은 어둠 속에서 계단에 새겨진
분자들의 암호를 손가락으로 읽었지
꼬인 선 위에 엉켜진 나의 운명

해독할 수 없는 자취를 남기고 당신은
어디로 가는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그대의 옷자락을 잡고 부르짖었지

찢어진 천 조각에 남은 글자 두 줄
ATGC
TACG

시작노트: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디엔에이를 가지고 있다. 바이러스에도 인간의 세포마다에도 이것이 있어 자신을 복제하고 단백질을 생산한다. 그 구조는 네가지의 염기 아데닌(adenine:A) ·구아닌(guanine:G) ·시토신(cytosine:C) ·티민(thymine:T)이 톱니처럼 맞물려 사다리를 이루고 -A는 T와만, G는 C와만 맞물림할 수 있다- 이 사다리가 나선형으로 꼬여져 다시 돌고 엉켜진 실타레. 세포가 분열할 때는 톱니처럼 맞물려 있던 사다리의 가운데 부분이 떨어지면서 두개의 긴 톱니가 된다. 4종의 염기 배열순서에 따라 서로 다른 DNA가 만들어지는데 이것이 수억 개가 연결될 때 그 배열순서에는 무한히 많은 종류가 있을 수 있으므로 그 결과 만들어지는 DNA의 종류 즉 생명의 종류도 무한히 많을 수 있다. 성격이나 유전되는 모든 것이 이것에 달려있다면... 인간의 창조비밀도 결국 이 구조속에 있다. 즉 하늘과 우리의 연결고리라는 말이다. 하지만 전체를 이해하기는... 거의 불가능이다. 겨우 부분 부분 남아있는 신의 자취를 읽는 일 뿐이니까... 이것은 또한 시인의 일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