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그림자 (변명을 위한 편법)                  연선 강화식

 

침대 난간에서 사투를 벌이다가

이불을 박차고 나와 된서리와 뒹구는 아침

쪽 잠을 잔 후유증이 건강한 그림자를 지우자

잊었던 흔적들이 메스꺼움을 토해낸다

유연한 관절과 이별을 한지 수 십 년

목은 좌우 11시와 1시 밖에 갈 수 없다

좁은 시야 속 공포는 고통으로 물들고

심장에 박힌 굳은 살은 느리게, 빠르게 열고 닫는다

갇힌 시간들 사이로 뚜벅뚜벅

틈을 찾아 11자로 기웃거리지만

여백은 좀처럼 가르침을 주지 않고 침묵 한다

무참하게 흘러가는 시간 위에

염증의 농도를 측량해서 다시 들어 가자

하얀 천장과 침대의 유혹이 빠르게 달라 붙지만  

뇌 속을 흩으러 놓는 단백질을

치매에게 양보 하기 싫어 또 움직인다

시간과 통증을 정복 하지 못한 서러움이

전염병 같이 스며들어, 털어내려고 흔들어 보지만

아주 먼 기억이 가까이 찾아와 속삭인다

불타는 숲을 안으라고….  

열등감이라도 벗고 편법을 저질러 볼까?

 

2020-1111 (빼빼로 데이)

 

*인턴넷 신문 - 시인뉴스 포엠에 실림

댓글 1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9 문학 서재를 열며 [2] 강화식 2017.02.25 516
38 7월의 아픈 뜰 {7월(견우 직녀 달)의 시} [3] 강화식 2020.07.22 92
37 튀르키를 삼킨 눈물 [1] 강화식 2024.02.04 91
36 6월의 우박 {6월(누리달)의 시} [5] 강화식 2020.06.30 79
35 이태원의 절규 강화식 2024.02.04 72
34 2월의 장마 강화식 2024.02.04 71
33 자진모리를 향해서 [3] 강화식 2021.04.30 63
32 임지호를 떠나 보내고 [1] 강화식 2021.07.18 61
31 6.25의 침묵 [2] 강화식 2021.06.14 61
30 문명의 딜레마 [2] 강화식 2022.09.07 61
29 봄의 경련 (3월의 시) [2] 강화식 2021.03.30 60
28 시인이 2020년 노벨문학상 수상 [1] 강화식 2020.10.10 57
27 라일락의 추억 [1] 강화식 2022.02.27 56
26 (연작시 3) 제 3의 공간 [1] 강화식 2021.02.20 56
25 12월의 물끄러미 (COVID19) {12월(매듭달)의 시} [3] 강화식 2020.12.17 54
24 8월을 기웃거리는 기억들 {8월(타오름 달)의 시} [7] 강화식 2020.08.12 54
23 (연작시 1) 끝나지 않은 연극 [2] 강화식 2021.02.20 53
22 용늪의 비밀 (9월의 2번 째 시) [2] 강화식 2020.09.11 53
21 새해 첫날이 오면(1월의 시) 2021 신축년 [2] 강화식 2021.01.10 51
20 무궁화의 전설 (연선 -강화식) [1] 강화식 2020.10.15 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