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꽃은 추억이다

코스모스

청초한 코스모스는
오직 하나인 나의 아가씨,
달빛이 싸늘히 추운 밤이면
옛 소녀가 못 견디게 그리워
코스모스 핀 정원으로 찾아간다.

코스모스는
귀또리 울음에도 수집어 지고,

코스모스 앞에선 나는
어렸을 적처럼 부끄러워지나니,

내 마음은
코스모스의 마음이오

코스모스의 마음은 내 마음이다.     -윤동주, <코스모스> 전문.

코스모스

이슬비 비오듯 내리는데
비오듯 내리는 이슬에 젖어
고은한 황혼이
황혼의 어둠 속에 피어있는 코스모스.
그 꽃을 꺽으며 꺽으며
벌레소리
요란스런 벌레소리 함부로 밟고 가면
외로움 가슴에 차고
먼 하늘엔 작은 별 하나.          -장만영, <코스모스> 전문.


코스모스
            - H의 무덤에서-

푸른 하늘이
산을 넘어 가고
해오리도 넘어 가고
바다가 보이는
고개를 넘어 가면
네 무덤엔
코스모스가 두 송이.

탄흔(彈痕)같은
빨간 코스모스에
나는
네 체온을 찾는다.     - 신석정, <코스모스> 전문.

코스모스

빛난다
유리 같은 공기 속에서!
뽑은 듯 나릿한 몸매
살랑거리는 모양이 눈에 보인다.
가벼운 속삭임이 흘러
눈썹을 간지린다.

밖엔
고달픈 애수가 헤매고 있다.
벗은 나무들 피곤한 팔 드리우고
가을바람은 마른 잎을 뿌린다.

웃음과 눈물
좀더 가까이 서자.

빛난다
유리 같은 공기 속에서!
밝게! 차게!                    -백국희, <코스모스> 전문.

코스모스

1
투명한 작은 우주
텅 비인 가슴이라
가을을 앞세우고
숨차도록 달리는데

적막한 허허벌판에서
빨간 웃음 볼에 진다.

2
가을철 잡초 속에
조심스레 하늘이면

말갛게 씻긴 고독
그리움에 묻히는데

먼 고향 슬픈 사연이
노을 밭을 비껴간다.

3
불타는 정열이사
된서리가 내려와도

시달리던 어매처럼
가는 허리 정정한데

그늘진 꽃 마음 곁엔
누구 혼이 머무는가.     -김해성, <코스모스> 전문.

가을 코스모스

휘어지고 꺾어지고
헝크러진 밑둥
딛고 올라온 꽃들
천사얼굴 아닌 것 있느냐    -김동호, <가을 코스모스> 전문.

코스모스

몸달아
기다리다
피어 오른 숨결

오시리라 믿었더니

오시리라 믿었더니

눈물로 무늬진
연분홍 옷고름

남겨 주신 노래는
아직도
맑은 이슬

뜨거운 그 말씀
재가 되겐 할 수 없어

곱게 머리 빗고
고개 숙이면

바람 부는
가을 길
노을이 탄다.   –이해인, <코스모스> 전문.

코스모스

봄 꽃이 피는 L A에서
너를 만났다
눈물을 머금고 있는 너
영문을 모르는 파란 눈의 할머니는
담담히 물을 주고 계셨지만
네 목마름을 알 수 있었다
언어마저 공허하게 울리는
척박한 화단의 한 쪽에서
옛 그림자를 붙드는 너
옷깃을 스칠 만큼의 바람이라도 부는 날은
눈썹너머 아리아리 넘어가는
한국의 가을을 불러 오려무나
눈물 찡 솟는 가을 들판에 서면
후둑 후둑 떨어질 네 설움
어깨가 젖도록 실컷 울어보려무나   -김한주, <코스모스> 전문.

코스모스

떠돌이 바람 한 올
부끄러운 옷고름 헤치고

순수를 옭아
그리움 눈망울에 새기고파

하늘을 맴도는 고추잠자리
가을을 날아 흠모의 춤을 추면

설레임만 꽃잎에 남아
가슴속 신열 앓는 중모리 가락으로

삭아가는 햇살 끝에 영그는
황금미소 넉넉하게 피어나면

연분홍 낭자들
손 흔드는 모습이 곱다   -김용욱, <코스모스> 전문.

가을과 코스모스

초가지붕
돌 담장 사이로
호수처럼 파아란
하늘이 열리면
한여름 자란 꿈을
모으는 내 소녀.

순결한 마음은
미풍에도 떨고
산 머루가 영글면
오신다던 임을
기다리는
티 없이 고운 바램

찬란한 햇살에도
잔잔한 호심(湖心)에 내려
영혼을 씻는 이 가을에
소녀여
코스모스여

살뜰히 접어
가슴 깊이 간직한
우리
사랑의 노래 일랑
함께 부르자꾸나.        -정용진, <가을과 코스모스> 전문.

수국(水菊)

연보라 피는 꽃이
탐스럽고 깨끝하이

한겨울 살아 넘겨
        더부룩이 피어났네

우리도 이 고비 넘겨
        풍성하게 지내 고저      -김용팔, <수국> 전문.

수국

집 앞뜰에
몽실몽실 하얀 수국들
시원하게 쑥쑥 자라났네
활짝 핀 쌀 튀밥의 꽃잎들
하늘 사랑 부여안고
둥글게 둥글게 모여 사네

농가의 넉넉한 인심을
고봉으로담은 흰밥공기마냥
보기좋게 수북수북 쌓여있네
탐스러운 수국 무리들
찰랑찰랑
풍년의 속살로 어른거리네   -김경호, <수국> 전문.

울안에 핀 수국 앞에서

7월 한 여름 아침
집 울 안에
푸른 수국이 피어 있을 때
그 앞에 서면
자꾸 하늘을 쳐다보게 된다

수국은 왜 하늘 빛깔을 닮았을까
그리움이 다 하면
저렇게 색깔도 옮아지는가

오늘도
수국의 갈한 목을 추겨주며
하늘 한 번, 수국 한 번
또 수국 한 번, 하늘 한 번
번갈아 쳐다본다

어느 새
나도 닮아 푸른 마음이 된다    -오정방, <울 안에 핀 수국 앞에서> 전문.  


들국화

산등성 외따른 데
애기 들국화.

바람도 없는데
괜히 몸을 뒤뉘인다.

가을은
다시 올 테지.

다시 올까?
나와 네 외로운 마음이
지금처럼 .                     -만해. 한용운, <들국화> 전문.

들국화

갈 곳이 있는 사람은
얼마나 행복한 가
돌아올 곳이 있는 사람은
또 얼마나 행복한 가

고개 숙여 돌아오는 길
누가 우러러보지 않아도
하늘이야 얼마나 아스라이 드높으신지

내 조상대대의 산자락이거든
거기 불현듯 손짓 있어
어떤 이름도 붙일 수 없는 들국화
한 송이
한 송이와 더불어
얼마나 행복한 가       -고은, <들국화> 전문.

들국화

가을 햇살 따스한
돌담 울타리

들국화의 하얀 얼굴이
말 없이 고개를 흔들고 있다

황소 발자국 깊이 패인
진흙길 돌아온
서러운 긴긴 세월
가슴 깊은 곳
주름으로 피어 있어도
새벽 길가 풀 잎에
맑은 이슬로 남아
눈물 되어 흘러 내린다

기억의 열매들이
하나 둘씩
넓은 뒷뜰 마른 낙엽에
싸여 숨쉬고
하얀 들국화의 웃음은
석양을 바라보는 두 쪽이 된 가슴에
짙은 향기로 살아나
포근히 안아 준다     -박효근, <들국화> 전문.

들국화

모두들 떠났는데
우리
뒤돌아보지 말자

늦은 꽃으로
다 주워버린
하얀 가슴

서리가 성성한데
그만
손짓으로 떠나자

머뭇거리는
아쉬운 눈빛
늦가을 향기여     -최석봉, <들국화> 전문.

치자꽃(梔子)

저녁 으스름 속의 치자 꽃 모양
아득한 기억 속 안으로
또렷이 또렷이 살아 있는 네 모습
그리고 그 너머로
뒷산마루에 둘이 앉아 바라보던
저물어가는 고향의 슬프디 슬픈 海岸通의
曲馬團의 기빨이 보이고 천막이 보이고
그리고 너는 나의, 나는 너의 눈과 눈을
저녁 으스름 속의 치자 꽃 모양
언제까지나 이렇게 지켜만 있는가   -유치환, <치자 꽃> 전문.

인동화

아름다운 꽃이여
곱게도 피었구나
이 조용한
그리 눈에 띠지 않는 그늘에 숨어
사람 손에 닿지 않고 너 꿀 먹은 꽃은 피고
사람 눈에 띠지 않고 네, 가냘픈 가지는 흔들리고
소풍 하는 이의 발 밑에 밟히는 일 없이
귀찮은 손에 걸려 눈물짓는 일도 없다.

자연은 널 백사(白砂)의 입성으로 단장 시키고
속계(俗戒) 눈에 띠지 않도록 하여
여기 호위(護衛)의 그늘을 장만해 놓고
집에서 속삭이는 시내를 보냈다.
이리하여 조용히 네 여름은 지나가고
너의 그날그날
편안한 잠에 기울어 간다..... .     -프레노오, < 인동화> 전문.

샐비어

춤을 추어라
떠날 사람 떠난 자리

아끼던 속 울음도
진홍 빛 각혈로 터지고

불현듯 내려앉는
가을 하늘이여

다시 노래 부르리
아득한 네 등 뒤에서

소스라치는 세월
일으켜 안으며

한 목숨 떠돌다 가는
신들린 넋으로             -박영희, <샐비어> 전문.

씨그라멘

넓다란 유리창 속으로
사랑과 같이 따스한 아침 볕이 쏟아져 들어온다.
씨그라멘의 화분 곁에 서면
역시 사랑과 같은 꽃 향기가 난다.

이아침
나는 시 같은 편지가 쓰고 싶다.
편지 같은 시가 쓰고 싶다.          -장만영, <씨그라멘> 전문.

능소화

누굴 위해
그리 슬피 운 날이 없건만
너는 밤새
나를
울어 주었구나
발아래
뚝. 뚝.
꺾어놓은 네 울음
이 아침
나는
결코 처참치 않으리
누군가
나를
울어 붉은 날은   -강학희,  <능소화> 전문.

능소화

아침 이슬 내린마당에
첫사랑의 편지처럼
능소화가 떨어져있다.

아직도 꽃잎이 생생하다.
너무 고와 주워드니
툭하고 또 떨어진다.
여기저기 열아홉 순수가
아름답게 수놓여있다.

아침햇살 퍼지는 마당에
분홍꽃 편지가 온통 가득하다.   –권달웅, <능소화> 전문.

코스모스의 원산지가 멕시코라면 의아해 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마치 한국이 원산지인 것처럼 우리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꽃이기 때문이다.
호수처럼 파란 하늘이 열리고 가을하늘이 높아 가면 우리의 고유명절 추석을 맞아 고향을 떠났던 사람들이 향수에 젖어 고향으로 되돌아오는 귀향의 계절, 둥근 달빛이 부서져 내리는 철도 연변에 줄지어 늘어선 코스모스의 환호를 받으면서 정든 가족과 친지들을 만난다. 가녀린 소녀의 몸매처럼 코스모스가 소슬한 가을바람에 손을 흔들어대는 모습, 이는 분명 그의 꽃말 “소녀의 순정”처럼 애잔하고 슬퍼 보인다. 코스모스는 가을이주는 우수와 상념의 심상을 우리 모두에게 진솔하게 전해주는 순정의 꽃이다. 국화는 사군자에서 이미 다루었다.
수국은 무더운 여름철 소나기가 지나간 후 소담한 꽃다발로 무지개 빛으로 피는 꽃이다. 잎은 윤기가 가득하고 이슬을 머금은 모습이 청순하다. 꽃말은”변하기 쉬운 마음. 처녀의 꿈”이다.
들국화는 늦가을 시골 길녘에 지천으로 피어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 서민적 꽃의 대명사다. 작은 키에 진한 향기를 지니고 야산과 들판 그리고 길가에 무리를 이루고 피어서 달밤 바람결이 살랑 이는 모습은 귀엽다 못하여 애처롭지만 시적인 감흥을 불러 다 주는 꽃이다.
만해 한용운 시인은 스님으로 3.1절 조선독립을 선언한 33인의 한 분이요,
민족의 독립을 위하여 혼신의 힘을 기울이신 분으로 그의 시 “님의 침묵‘은 많은 사람들이 암송하는 명시다.
고은 시인은 들국화와 더불어 행복을 느낀다고 진솔하게 고백하고 있다.
여러 번 노벨문학상 후보로 올라 각축을 벌리고 있는 분이다.
샐비어 또한 푸른 가을 하늘아래 울 가에서 진홍 각혈을 토해내는 열정의 꽃이다. 꽃말은 “건강. 정력절륜(精力絶倫)”이다.
시클라멘은 풍염하고 단정한 모습에 꽃 모양은 나비가 떼 지어 나는 군무(群舞)의 모습이다. 지중해 연안이 원산으로 꽃말은 “시기. 질투. 의혹”이다.
능소화는 중국과 미국에 두 종류가 있다. 땅을 기어가다 지쳐 슬픔에 빠져 있는데 소나무가 나에게 기대렴 하는 소리에 반가워 소나무를 타고 올라 나팔꽃 모양의 주황색 꽃을 피우는 전설이 있는데 절이나 담장에 기어 오르며 핀다. 꽃말은 여성이다.

석류(石榴)

남방토(南方土) 풀 안 돋은 양지귀가 본이다
햇비 멎은 저녁의 노을 먹고 산다
태고에 나서
선인도(仙人圖)가 꿈이다
고산정토(高山淨土)에 산약(山藥) 캐다 오다

달빛은 이향(異鄕)
눈은 정기 속에 어우러진 싸움     -백석, <석류> 전문.

석류

투박한 나의 얼굴
두툼한 나의 잎술

알알이 붉은 뜻을
내가어이 이르리까

보소라 임아 보소라
빠개 젖힌
이 가슴   -조운, <석류> 전문.

석류

장미꽃 처럼 곱게피여 가는 화로에 숫불,
입춘 때 밤은 마른풀 사르는 냄새가 난다.

한 겨울 지난 석류열매를 쪼기여
홍보석 같은 한알 한알 두알 맛 보노니,

투명한 옛 생각, 새론 시름의 무지개여,
금붕어처럼 어린 녀릿 녀릿한 느낌이여.

이 열매는 지난해 시월 상 ㅅ 달, 우리 둘의
조그마한 이야기가 비롯될 때 익은것이어니,

자근 아씨야, 가녀린 동무야, 남몰래 것들인
네 가슴에 조름 조는 옥토끼가 한쌍.

옛 못 속에 헤엄치는 흰 고기의 손가락, 손가락,
외롭게 가볍게 스스로 떠는 은(銀)실, 은실,

아아 석류알을 알알이 비추어 보며
신라천년의 푸른 하늘을 꿈꾸노니.   –정지용, <석류> 전문.

석류

여름이
두고 간 살을
누가 보았던가
와 있는
가을의 피를
누가 보았던가

다만
10월 한낮
하늘 꼭대기
햇덩이
살 한 점
피 한 방울
아무도 모르게
떨어지더니

저렇게
금빛 나는
석류 알마다
살로 피로
터지는
극채색이다      -전봉건, <석류> 전문.

석류

기억하는가, 어릴 적 석류 알을 씹던 맛을
사람들은 가을나무나 까마귀만 떠올리고
고향의 무덤을 오고 갈 때
나는
빛 고을 두암동에서
피래미 잡다 오는 길에
석류나무에 처음 손을 댄 날을 기억하지

메뚜기는
대두병에 가득 차있고
맹감, 정금, 머루로 혀는 검고 떠럽던
그곳에서
돌감나무 가지를 꺽고 있었지

밤실 길은 돌무더기 쌓여 가고
나는 부질없이 남이 쌓던 돌무더기 넘어지게 하고
코스모스 속에 피 묻혀 내려오다가
산수동 오거리에 이르면
석류나무 가득한 집이 보였네

먼데 개 짖는 소리
바람이 삼키기를 바라고
최후 심판 때 생명책에 내 이름 지워져도]
좋을 희열로 가득 차서
세상의 상급이
떨어진 석류를 따서 담던 날이여

아이와 함께 한 천사는
얼마나 탄식하며
보좌 앞 스랍들 속으로 달려갔을까
빈 가지들이 허공에 남아
내게 지르던 칭찬과 질책을 들으며
가슴에 쌓아두고 왔기에
목이 곧은, 아니 감미로운 맛을 감각하는가
흙에 묻혀도
되살아 날 영혼의 앙금으로…..

이제 시간은
줄넘기하던 소녀들의 고무줄
잡아 챈 손으로
공간의 이쪽과 저쪽을 넘나들며
도대체
어느 샘 곁에 남아
석류 알을 세며 쉬어갈 까.
* 스랍: 천국의 보좌에서 일하는 천사.    –배명식, <석류> 전문.

석류

햇살
한 올 한 올 뽑아
야금야금 깨물더니
가을도 되기 전
포식을 했다

반짝반짝 빛나는 저 웃음을 보라
여름이 톡톡
가을 껍질에 가득하다.   –변재무, <석류> 전문.

석류

누구를 기다리는가
저 여인
가지마다 등을 내거네

먼 산 바라보고
한숨짓는 빨간 입술
나지막이 부르는 사랑노래

바람도 지나가다
발을 멈추고
지는 해도 숨죽여 드네

살짝 열린 옷깃 사이로
익을 대로 익은 가슴
터져 나오려 하고
살금살금 훔쳐보던 노을
붉게 물드네

멀리 서 보아도
붉디 붉은 그 음성
눈이 띄네           -신 소피아, <석류> 전문.

석류꽃

누나야
석류꽃이 피었습니다

푸른 듯 붉은 꽃이
가지마다 피었습니다

누나가 가신 날에
잎사귀마다 그늘지어

하늘가 높은 곳에
몸부림치며

그때 같이
석류꽃이 피었습니다.     -김세익, <석류꽃> 전문.

석류꽃

피뱉은 꼭두서니
입술 하나 터트렸나

다홍구슬 알알이 쏟아지려나
눈이 신 감미로운 꽃이슬
흥근히 흥근히 고여 넘치리

벌 나비도 잠을 설친 후원에
초롱 밝힌 별당 아가씨

첩첩 규방 안에 고개 숙여도
뙤약볕을 노곤 노곤 속으로 들이켰다

가을 하늘 한 조각 깨물고
곤지 찍고 석류잠 꽂고
별당아가씨, 촛불 같은 별당 아가씨
환히 초례상 앞으로 나오라

까르르 온 천지에
가을이 쏟아 질레.     -이숭자, <석류꽃> 전문.

석류꽃

내 짝궁이
석류꽃 같이 귀엽던
내 짝궁이

대학 입학하던 첫날

석류꽃 같은
연지를 입술에 바르고
교문을 들어서다
들키자
화들짝 놀라!

그는 마침내
붉은
석류꽃으로 피었다.     -정용진, <석류꽃> 전문.

석류

그 한 톨 영그는 무게로
가을은 익어 가는가
거무스레-투박한 껍질에도
보람은 진다홍 속으로만 물들어

바람과 비 흐르는 구름
먼 천둥 꽃 비단 무지개
고뇌는 따가울수록 쓸수록
한 알 한 알 홍옥(紅玉)으로 여무는가

그 한 톨 영그는 무게로
계절은 익어만 가는가.      -최화국, <석류> 전문.

석류

타는 바람
흙먼지
한 여름을
삭정이 울 가에 서서
목마른 세월들...

낙엽이 쌓이는
고궁 돌계단을
오르는 심정으로

가슴을 열어
임을 부르는
속마음은
루비 빛 열정인데

기인 언덕
실개천에 늘어선
포프라 머리위로
청량히 고이는
하늘은 자수정.

이제
먼 언 길을 떠난
그대가
상념(想念)의 낙엽을 밟고
되돌아와
입술을 포개어
사랑을 입 맞출 때

귓전에 흘러드는
그리움의
강물소리

지금은
우리 모두가
남기고 떠나온
고향 울 가에 서서
타는 가슴을 열어
붉게 익을 석류여.      -정용진, <석류> 전문.

석류

겨드랑이 벌려 피운 깔때기 꽃
가녀린 손에 쥐어주고
드센 바람 몸 뉘어 막아
솟아난 가시-카시
홍등(紅燈)의 결을
유자(柚子)는 모른다고
아가들 젖니는 두런두런
비좁은 아우성에
메어지는 복주머니
여름 내내 꿈꿨던 유(柚)젖의 향
오늘 하루도 복 짖는 삶을 살았을까
차르르 쏟아지는 루비 또 루비….    –이주희, <석류> 전문.

앵두 꽃

흐뭇하게 먹은 아기
배를 안고
일어선 듯

손과 발 아랫도리
온몸에다
밥풀 달고

앵두꽃 환희 웃는다
이 어여뿐
봄볕 앞에.     -백수. 정완영, <앵두 꽃> 전문.


저, 열 세상 적 앵두꽃 향기는

(애터져 멍든)
꽃 진 자리
첫날밤 각시의 촉촉한
처녀막이 찢어지는,
불꽃 자죽

확 뚫리는 짙푸른 보랏빛
입구먹, 너 청춘!
그 이름도 어질머리나는

……..황홀하여라

횅하니
푸르디푸른 바람기차를 타고
채비도 없이 떠나간
삶…… 그 길목의 첫 이정표
덧없어라 해 어스름
속 문드러진
노을 빛 부적을
머흘머흘 흩뿌리고는

아스라히…..이내처럼    -노혜봉, <저, 열 세상 적 앵두꽃 향기는> 전문.


보리수꽃(菩提樹)

보리수꽃이 피고
원앙새 노래하고
햇님이 벙실벙실 웃을 때입니다.
그때 당신은 나의 목을 껴안고 입맞추셨습니다.
그때 당신은 나를 불룩한 가슴에 힘껏 껴안으셨습니다.
나뭇잎이 떨어지고
까마귀 까악 깍 울며
햇님이 언쟎은 눈초리로 바라볼 때입니다.
그때 우리들은 깨끗이 “작별의 인사”를 하였습니다.
그 때 당신은 가장 정중히 고개를 숙이셨습니다.        -하이네, <보리수> 전문.

무화과

예,
아니오,
꽃이라 하기도
열매라 하기도
애매한 그대

커다란 잎사귀도 가리지 못해
부끄러워
꽃잎도 안으로
꽃술도 안으로 집어넣고
견뎌낸 세월

멍 빞 속에 감추고 사시는
울 엄나 속마음.            –국숙, <무화과> 전문.

상사화

혼자서 피어
혼자서 기다리다
혼자서 진다

누가 볼까
들킬까
피지 못한 맘
안으로 안고서

무슨 죄 지었길래
혼자서 피었다
혼자서 시드는 귀양살이 꽃

나비야 오지마라
아무도 몰래
내 사랑 고요히
앓고 있나니….   –문재철, <상사화> 전문.

무화과는 열매가 없을 때 주님으로부터 저주를 받고 말라버린 과일 나무다.
잎인지 과일인지 분명치 않은 당도가 높은 과일이다.

포인세티아

거친 세상
황폐한 땅을 딛고서서
영원을 갈구하는
가냘픈 몸매
너와나의 간절한 염원이
순백의 눈발로 내리는
성탄의 계절에
붉게 피어오르는
포인세티아.
인간들의
죄를 대속하기 위하여
십자가에서 피 흘리시는
주님을 바라보며
기도하여라.
찬양하여라.
감사하여라.
하늘에는
찬란히 빛나는 별빛
땅에는
욕망으로 넘쳐나는 붉은 죄
포인세티아는
떨리는 두 손을 모아
주님을 향하여 기도를 드린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주께서 기뻐하시는
사람들에게 평화로다.‘   -정용진, <포인세티아 전문>.

포인세티아

해마다
성탄절이 가까워지면
잎은 피빛보다 더 붉어지고
우리의 마음은
그 붉은 잎따라
하늘을 향한다

골고다 언덕위에 흘린 피
네 잎에 닿아
꽃보다 아름답게 피어 문
사람의 급부

푸른색이 붉은 색으로 변해가면
사랑의 그날이 가까워 오는 길 알고
설레지는 마음
너와함께 붉어지고 만다.   이수학, <포인세티아> 전문.

포인세티아

낮아도, 낮아도
저리 낮은 곳에서 와서
높아도, 높아도
저리 높은 사랑 주었나

몰라도, 몰라도
너무 모르던 바보들이
십자가에 매달았는데

그 몸, 그 마음
아파도, 너무 아파서

붉어도, 붉어도
저리 붉은
눈물로 피었나.   –장수예, <포인세티아> 전문.


낙화(落花)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하리
꽃이 지는데

꽃이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아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허하노니

꽃이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조지훈, <낙화> 전문.

낙화(落花)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 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인 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이형기, <낙화> 전문.

낙화(落花)

돌 돌 돌 가랑잎을 밀치고
어느덧 실개울이 흐르기 시작한 뒷 골짝에
멧비둘기 종일을 구구구 울고
동백꽃 피 뱉고 떨어지는 뜨락.
창을 열면
우유빛 구름 하나 떠 있는 항구에선
언제라도 네가 올 수 있는 뱃고동이
오늘도 아니 오더라고
목이 찢어지게 알려오노니.
오라 어서 오라.
행길을 가도 훈훈한 바람결이 꼬옥
향긋한 네 살결 냄새가 나는 구나
네 머리칼이 얼굴을 간질이는구나.
오라 어서 오라.
나의 기다림도 정녕 한이 있겠거니
그때사 네가 온들
빈 창 밖엔

멧비둘기만 구구구 울고
뜰에는 나의 뱉고 간 피의 낙화!     -유치환, <낙화> 전문.

낙화(落花)

나는 가네.
옷을 찢고 가슴을 때리며
타는 숲 죽은 나무
꽃 지는 비탈.
나는 가네. 가시덤불
헤치며 가네.
잠든 넋 부르고
회오리바람 속,
만수천산 다리 절며
머리 풀고 가네.          -양성우, <낙화> 전문.

낙화(落花)

늦은 봄날
울밑에 잠든
삽살개 잔등위로
솔 솔 이는 실바람.

나무 그늘을 지나는
여인의 옷깃에
꽃 물결 무늬가
일고 있다.

지금은
어느 계집아이의
어머니가 되었을
세월인데

뒷집 아이가 날린
연(鳶)이
높이 떠올라
이별이 아픈
골목길.

시들은 꽃을 버리고
떠나가는
나비의 몸짓으로
낙화가 일고 있다.

멀리 서는
추억이 슬픈
강물소리

그대와 함께 거닐던
거리에
꽃 노을이 붉은
이 저녁

몸살을 알아
수척해진
너의 모습이
무척 그립다.     -정용진, <낙화> 전문.

낙화

시린 바람이
뼛 속을 흔들 때도
견딜 수 있었던 건
손곱던 설레임의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입맞추고 싶은 입술처럼
볼록 솟아오를 꽃망울엔
가슴이 뛰었고
활짝 핀 황홀 빛 꽃 향기엔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았는데

무정타 이 바람 어이 하라고
비야 바람아
꽃잎을 흔들어 놓느냐
흩날리는 꽃잎 눈물 되지 않게
아주 조금만 시간을 주려무나   -강영미, <낙화> 전문.

낙화운(韻)

바람소리가
텅 빈
꽃 노친
바람소리가

빈 가지
가짓길로
놓친 꿈을
붙잡으러 다니면
나는
새로 오리
새 꽃을 가지고….

그리고
갈기는
당신의
서늘한 매를
맞으려네.        –김선영, <낙화운> 전문.

편편화심(片片花心)

꽃이 지누나
기다려도 무심한 봄날
봄이 무거워 꽃이 지누나.

진관사 가는 언덕
훨훨 날리는 꽃.

꽃이 피어도 님 없는 봄날
꽃이 지누나
세상에 한 번 피어
가는 날까지 소리 없는 자리
님 그리다 마는 자리

하늘이 넓어 산이 깊어
가지에 피어도
피다 지는 마음은 나 여기 마음.

꽃이 지누나
진관사 깊은 골에
봄이 무거워 봄이 지누나.     -조병화, <편편화심> 전문.

  청록파 시인 조지훈. 박두진. 박목월은 우리 시단에 세 큰 수레바퀴와 같다.
조지훈은 “승무‘로 우리에게 너무 잘 아려진 올곧은 선비 시인이다. 그도 꽃이 소리 없이 지는 낙화 앞에서는 하나의 청순한 소년으로 되돌아와 울고 싶어 한다. 시의 생명이 진실과 순수임을 잘 증명해 주고 있다.
꽃이 피고, 열매를 맺고, 낙엽이 지고, 산천에 눈이 쌓이는 것은 신의 섭리요, 자연의 리듬이며, 맥박이요, 질서다.
낙화의 시를 통하여 이형기 시인은 떠나갈 때를 알아 스스로 떠나가는 자연의 질서를 여인의 뒷모습으로 표현하고 애태워 하면서도 떠나는 자를 위하여 진심으로 축가를 불러주고, 박수를 보내는 여유를 보여 주었다.
이는 결별의 아픔을 내심에 담고 영혼의 슬픈 눈으로 자신을 스스로 감싸 안는 명편이다. 울며불며 애태우고 칼부림하는 세속적 사랑의 결별을 일깨워주는 아름다운 충고다. 시 낙화를 통하여 사랑의 아름다운 추억을 가슴 속 깊이 간직할 수 있는 힘, 사랑의 묘약을 발견하기를 당부한다.
청마 유치환은 ‘깃발“ ”바위“ ”생명의 서“의 시인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편운 조병화 시인은 이승을 떠날 때 어머님의 심부름을 하러 왔다가 이제 어머님의 심부름을 마치고 어머님 곁으로 간다고 떠난 시인이다.

참꽃

저기
오는 봄
역적같이 오는 봄을보아라
어름 겹겹 근심쌓인 어깨를벗고
기를 쓰고 능선을 넘어오는
참꽃 보아라
긴 싸움 끝에
그 쓰린 상처위에
그리하여 눈물짓듯 덥썩 가슴에
차랑차랑 돋아나는 우리사랑 보아라
설움도 눈이 부셔
나는 노래로도 나는 이 봄을 다채울 수 없는데
저 맵디매운 조선처녀보아라
돌이킬 수 없는 꽃
지쳐 돌아온 오늘밤 그대에게
찬란히 몸을열어 넋까지
끝내 바치고야 말 꽃
참꽃을 보아라            -안도현, <참꽃> 전문.

들꽃

축포가터지고
관중들이 발을구르고
건각들은 일제히뛰었다.

땀에 흥건히 적시며 온 몸으로 밀고 나아가는
저 필사의 力走
승패의 互角
그리고 스탠드에서 터지는 함성,
여기서 지면 안 된다.

하나의 큰 운동장, 이 세상을 보며
神도 고함을 지르고 계실까,
그라운드 가득히 흙 먼지가 일고
승자의 머리에 월계 꽃이 꽂혀지지만

운동장은 안다.
꺽인 꽃은 언제인가 버려진다는 것을,
해가 저물고
관중들이 뿔뿔이 흩어진 뒤
보라, 그라운드에 버려져 시든 꽃잎들을.
그러나 비어 있는 운동장은
외롭지 않다.
조용히 누워 우주를 향해 눈을 뜨는
저 충만의 시간,
勝者의 발에 짓밟힌 땅에도 그는
한 그루의 들꽃을 피우는 까닭에.   –오세영, <들꽃> 전문.

풀에게

니네들 지금 뭣 하는 것인가

대지의 살결에
등뼈를 곧게 눕히고
기쁜 초록빛
해일로 해일로 일렁이면서
수상쩍게 고요하기만

예수의 몸을 치던
서른 아홉번의 채찍,
그 서른 아홉번을 낫으로잘라도
퍼렇게 환생하는
대지의 연인.
정녕 못 말리겠는 순정이로구나
햇빛 가루 속에
몰래 몰래 풀씨 섞어
휘파람 날리면서
초록의 피 질펀히
초록빛 전율 한창이로구나

참깨 쏟아지듯
작도 칼날에서도
새 씨알 부스스 떨구이는
니네들, 풀들               -김남조, <풀들에게> 전문.

이슬 꽃

간밤
창가에 서린
봄 달
애잔한 그 모습이
마음에 걸려
잠 못 이루고

한겨울
동면의 시간들을
인내로 견디다가
아침 이슬비로
벗은 나무 가지마다
초롱초롱 열린
이슬 꽃.

여린 가슴마다 어린
칠색 무지개 빛
앳된 꿈이
영롱하구나

올해도 너와 나의 삶이
거짓 없이 투명한
한해가 되기를.         -정용진, <이슬 꽃> 전문.

여름 꽃

그대와 마주 서기는
그대 눈동자 바로 보기는
두렵고 또 두려운 일이어서

자기 뜨락에 핀 꽃
여름 꽃을 보고있다.
어두움의 끝에서
몸을 활짝 열었던 아침 꽃들
정오가 오기 전에
꽃잎으로 제 얼굴을 가리고
안으로 돌아가 있다
해를 바로 보기가 어려울 것이다

어려서 여름 꽃은
꽃잎을 모아 합장한다
여름 꽃은 자기 안으로 들어가
해의 눈동자가 된다           -이문재, <여름 꽃> 전문.

서리꽃

서리꽃 하야게 들을 덮은 아침입니다
누군가의 무덤가에 나뭇짐 한 단 있습니다
삭정이 다발 묶어놓고 무덤가에 앉아
늦도록 무슨 생각을 하다 그냥 두고 갔는지
나뭇가지마다 생각처럼 하얗게 서리꽃이 앉았 습니

우리가 묻어둔 뼈가 하나씩 삭아가는 동안에도
우리들은 남아서 가시나무 가지를 치고
삭정이 다발 묶으며 삽니다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우리는 가져갈 수 있는지 모
르지만
오늘도 가야 할 몇 십 리 길이 있습니다
오늘도 서리꽃 하얗게 길을 덮은 아침들에 나섭니다      -도종환, <서리꽃> 전문.

서리꽃

손발이 시린 날은
일기를 쓴다.

무릅까지 시려오면
편지를 쓴다
부치지 못할 기인 사연을

작은 이 가슴마저
시려드는 밤이면
임자 없는 한 줄위
시를 찾아 나서노니

사람아
사람아
등만 뵈는 사람아
유월에도 녹지 않는
이 마음을 어쩔래
육모 서리꽃
내 이름을 어쩔래.        -유안진, <서리꽃> 전문.

서리꽃

남몰래 흘린 절망의 눈물
절절히 스미는 시린 가슴
사랑의 묘약을 아무리 발라도
나을 기미가 전혀 없고
지워지지 않는
차디찬 서러움이
살을 도려내고
눈보라는 가시로 피어납니다

추운 이 겨우내
서리 꽃으로 오실 그대 위해
봄비 내리면 노래로 가득 채우겠습니다.   –신 소피아, <서리꽃> 전문.

가을꽃

바람쟁이의 아내가 말한다
‘친구여’ 나는 어쩌면 좋지?

바람쟁이의 아내가 울면서 말한다
‘친구여’ 난 이제 죽고 싶어,

바람쟁이의 아내가
들꽃이 되어
바람에 한줌 머리카락만 날리며
한 줄 머리카락
그 아픈 무릎 아래로 떨구며

‘친구여’ 나 여기 이렇게 서서 무엇을 하면 되지?

혀끝이 말라
이젠 말도 못하고
새파랗게 눈 뜨는
가을 여자

가엾은 나의 친구.   –김혜숙, <가을꽃> 전문.

겨울꽃

한 가닥 희망 안고
척박한 땅에
뿌리 내리려는 의지인가

차가운 비 뿌려도
파란 새순은 돋아나고

어두운 저녁 뜰에
밝은 색 꽃망울 져
피어나는 우리 마음이여

땅줄기 굳게 묻은
우리의 가슴속 언약
곱게곱게 피어날 때

붙박혔던 고뇌도
다 털어 내 버리고
사랑위한 꽃나무도
소중히 간직하겠오

내 가슴에 피어난
새로운 소망이여!   -전종진, <겨울꽃> 전문.

달 꽃

철들어 여태까지
땅에는 별빛만
깔린 줄 알고 살았더니
그게 아니네.
땅에도 달이 있구려.

어느새 내가
그 달 속에 들어가 있네.
대낮에도 달 속에 사네.

하늘과 땅을
달이 이어놓고는
달 속에서 꽃이 피네.
달 꽃이
달아오르네.

샛말간 분홍
달 꽃이 밝아
달뜨락
하늘만 하네.     -고원, <달 꽃> 전문.

별 풀꽃

정월 밭둑에서 쥐불 놓는 아이들
그 떠들썩한 소리에
산마을 온통 흔들릴 때
살촉얼음 비집고 새봄 눈뜨는 풀 뿌리
맑은 피가 돌기 시작하는
너는 새였다.

시린 손끝 다죄면서
어두움의 굳은살 긁고 또 뜯어 내리는
아직도 서슬 푸른 동토(凍土)
그 굳어진 가슴 사이
뼈 속 마디마디 얼음 박히는
아픔 깊을수록 투명해지는
눈빛 감추는 새.

네 영혼이 끌어안고 뒹구는
갈대만의 땅 어두운 들녘
잡풀들 일어서는 날
키 낮은 풀잎 그 밑에 더 낮게
작은 꽃으로 피었다가
다소곳 곱포갠 깃 털며
또렸한 꽃불로 날아오르고 싶은
너는 새였다.                         - 한여선, <별 풀꽃> 전문.

눈꽃

슬픔 슬픔
너의 슬픔
차마 슬픔이라 말 않겠네.

예까지 밀려 떠돌며
가까스로 피어 오른 뜻.

밤새도록 울며 쌓여
기어이 황홀한 모습 들어냈고,

밤 풍경
밤 사연
한 올 한 올 짜내서

바람 불면 무너 진다
슬픔으로 쌓은 공
놓칠세라
꼬옥 꼬옥
끼리끼리 얼싸안네.      -조태일, <눈꽃> 전문.

눈꽃

보아라
벌리는 손도 없이
낮은 것을 먼저 채우고
나중 것으로만 쌓아올린


무욕의.     -정용주, <눈꽃> 전문.  * 저자의 남동생.

눈꽃

낙엽 떨군 벚나무 가지 위로
나풀나풀 날아와
사뿐히 내려앉은
순결한 모습이여

여인의 젖 무덤처럼 부드럽게
윤중로 거리를 휘덮던 날
핑크 빛 꽃 물결 넘쳐 나는 사랑을
너는 받았었지

계절이 남기고 간
아름다운 날들 속에
새하얀 그리움으로 피어올라
달빛에 눈부시다 못해
차마 애처롭구나        -박순영, <눈꽃> 전문.

얼음 꽃

그대는 나의
꿈,
의지,

그대는 나의
희망,
절망,

그대는 나의
기도,
그리움,

아, 그대는 나의
얼음 꽃             -김행자, <얼음 꽃> 전문.

바람꽃
-노 시인의 이삭줍기.11
이름 없이 피었다
소리 없이 지는
야생화
변산반도 외지 원산지엔
봄과 함께 찾아왔다 만개하고
사라지는 이름 없는
무명초
나의 기구한 생(生) 만큼이나
나의 생(生)도 시들고 있구나 -전달문, <바람꽃> 전문.

사막의 꽃
-아리조나 여행 중에서-

아무것도 다치지 않으려고
이 세상 내가 왔지만
나도 한때는 젊어 있어서
너의 꿈으로 피어나
너의 진실로 흔들리고 싶었다

인간으로 태어나서 피 할 수 없는
번뇌나 갈등이나
사랑이나 욕정이나
그 진한 빛깔로 피어나서
타오르는 대낮에
그 절정을 흔들어대고 싶은
그런 때도 있었다

그러나 오늘 아침 나는
이 광막한 사막 그 어느 곳에서
내리는 새벽 이슬을 모아
너의 진정한 슬픔
아파하는 그 영혼의 빛깔로 태어나
너를 괴롭히고 싶었다
아무것도, 아무것도 다치지 않으려고
이 세상에 내가 왔지만                -이창윤, <사막의 꽃> 전문.

붉은 꽃

어디쯤일까  어디쯤일까
그리움 가는 길에 발돋움하고
누구를 향한 마음에
이렇게 몸부림쳐 붉은 꽃일까
먼발치로 사라지는 세월을 두고
한세상 마당귀에 불을 지르네     -정희성, <붉은 꽃> 전문.

비오는 날의 노오란꽃

비가 오는 날이면
너에게 갈 수도 있지.

그러나 비가 오는 날에는
홀로 화원에 가
노오란 꽃 한아름 사겠어.

그 꽃이
노오란 후리지아나
노오란 데프딜이면 더욱 좋겠지.

비가 내려 우울한 날
창가에 작은 등불처럼 비치는 노오란 꽃 보면
막 끓인 커피 한잔 마시고 싶겠지.

그리고 침몰하는 배의 절망처럼
서서히 밀려 올 고독
그까짓 거 트라킬 한 잔 마시듯
원 삿에 삼켜 버리고
나- 블르문 노래를 들으면서도
너에게 가지않지.

눈을 감고도 찾을 수 있는
너에게 가는 길.

비가 오는 날이면
너에게 갈 수도 있지
포도주 한잔쯤 마산 표정으로

그러나 비가 오는 날에는
노오란 꽃 한아름 사다
내 창가에 꽂겠어.

그 꽃이 무엇이든
노오란 꽃이면 족하지.   –타냐고(현혜), <비오는 날의 노오란 꽃> 전문.

꽃 노을

연지 찍고
곤지 찍고

간밤
꿈길을 밟고
임 만나러 가는
구름 한 점.

서산마루를 오르다
발이 부르터
옷깃에 배인
붉은 꽃  노을.

연지 찍고
곤지 찍고

그리움 품고 자란
내 아씨는
애련의 설움
옷고름에 씻고

저녁마다
수줍어
가슴 달아오르는
붉은 꽃 노을.        -정용진, <꽃 노을> 전문.

노을꽃

그날에는
태양을 향하여
사랑으로 피어나던
꽃 한송이 있어

내마음 하늘을 품어
달을 걸어놓고
별을 걸어놓고

젊은 꿈이
푸른하늘 가로질러
불꽃향기피웠는데

어느덧
낙엽진가지끝에 걸려있는
빈허공
한 귀퉁이에서

노을꽃 조용히
외로움에 떠는 내마음   -박영숙영,   <노을꽃> 전문.

인간은 세익스피어의 말처럼 만물의 영장이기 때문에 상상력이 하늘을 날고 땅에 가득 넘친다. 여기 상상의 날개를 펴고 피어나는 갖가지 상상의 꽃을 보라 얼마나 화려하고 찬란한가?
꽃은 나무나 풀처럼 생명의 세계를 통하여 나타나기도 하지만 이슬이나 눈 같은 형상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기도 한다.
마른 나무 가지 위에 진주로 영롱하게 열리는 이슬 꽃, 그리고 벗은 나무 가지 위에 햇솜  처럼 곱고 풍성하게 내려 안는 눈꽃은 축제의 대상이 되기도 하다. 자연의 아름다운 변화를 통하여 천연의 미를 발견하고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기쁨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밤하늘에 총 총히 반짝이는 별들과 아침저녁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은 그 자체가 시요, 예술이며, 한 폭의 그림이다. 노을을 보면 연지 찍고 곤지 찍고 시집가던 누님이 생각난다. 아름답고 그리운 추억이다.
도종환 시인은 “접시꽃 당신“의 연가 시인으로 유명하다. 정의로운 투쟁으로 몸을 많이 상하고 요양 중이란다.
정희성 시인에게는 ”저문 강에 삽을 씻고“명 편이 우리의 심금을 울린다.

석류는 그 꽃이 사랑스러운 연인의 입술처럼 우아하고, 단아하고, 선정적이다. 늦가을 타는 가슴을 열어 입을 벌린 정경은 지나가던 행인이라도 달려들어 껴안고 입을 맞추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보리수는 석가여래가 49일 동안 고행 끝에 대오각성(大悟覺醒)하여 생사의 고를 초탈(超脫)하였다는 성수(聖樹)로 여겨지며 꽃말은“해탈(解脫)”이다. 불가에서는 보리수열매로 염주를 만들어 공덕무량배(功德無量倍)를 한다.
보리수가 종교적인데 반하여, 석류는 시화(詩畵의 표제다. 많은 시인들이 시의 주제로 삼고, 화가들이 그림의 소재로 삼는다.
더구나 알알이 영글어 보석처럼 빛나는 석류 알들은 진주보다도 아름답다. 동양화의 화두가 되는 연유를 알만하다. 꽃말은 “자손번영, 자손 수호”이니 우리의 조상들이 어찌 창가에 심고 아끼지 아니할 수 있었으랴.
  추사 김정희는 호를 여럿 가진 것으로도 유명하지만 노년에 호를 노과(老果)라 짓고 스스로 만족하여 즐겨 쓴 것으로 더욱 유명하다.
성숙한 과일처럼 원숙한 인품으로 인생을 마감하고 싶은 욕망이었을 것이다.
그의 서체가 추사체(秋史體)로 후대에 표본이 된 것으로도 이를 증명하고 남으리라.
완성의 결정체인 모든 과일들은 꽃으로부터 시작된다. 한 겨울을 추위 속에 견디고 봄을 맞이하면 새싹이 돋고, 꽃이 피는 것은 자연의 고귀한 질서요 윤리다. 꽃이 향을 발하면 벌과 나비들이 몰려들고, 이들은 양식인 꿀의 원료를 얻는 대신 꽃에게는 결실의 기쁨을 선사한다.
꽃은 열매로 변신하고 열매는 무더운 여름철을 견디면서 과일로 자라 가을의 따가운 햇빛과, 서늘한 바람, 그리고 매서운 서릿발을 받고 향기로운 열매로 성숙한다.
문학 작품도 이와 다를 것이 없다. 독자를 일시적으로 유혹하는 얕은 향기만으로는 절대로 성공적인 명작이 될 수 없다. 성숙의 인고와, 힘겨운 상황과의 끈질긴 투쟁이 있어야 독자에게 사랑을 받고 남에게 인정을 받는 명작이 탄생되는 것이다. 이런 작품이 시간이 흐른 뒤에 역사적 고전으로 자리 매김을 하게 된다.
해마다 크리스 마스가되면 포인세티아가 붉은 리본을 달고 크리스마스를 알린다.
피의 상징 붉은색, 사랑의 상징 붉은색. 예수님의 마음을 보는듯 모두의 마음이 숙연해 진다.
봄에 갈지 않으면 가을에 거둘 것이 없고, 봄에 꽃이 없으면, 가을에 열매가 없다. 그래서 춘경추수 춘화추실(春耕秋收春花秋實)이 자연의 세계 속에서의 고귀한 질서인 것처럼 문학의 세계 속에도 같다. 부단한 독서와 계속적인 퇴고가 문학인의 생명이다. 시가 아무리 영감과 직관의 산물이라 하여도 현대 시인들은 하나같이 남의 작품 읽기를 게을리 한다. 아무리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하여도 시대의 유행을 따르다 보면 자기 고유의 명작을 남길 수 없다.
포스트 모더니즘 이후로는 특색 있는 시풍이 없는 것이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시인으로서 부끄럽고 슬픈 일이라고 생각한다.
“되 땅에 꽃이 없으니 봄이 와도 봄 같지 않구나,(胡地無花草 春來不似春)이라고 옛 시인은 노래하였다.
자연의 아름다움은 자연 자체만으로는 안 되고 하늘과 땅, 인간의 천지인(天地人)의 아름다운 조화 속에서만 가능하다. 꽃과 향기와 열매, 벌과 나비와의 귀한 만남 속에 진정한 미가 완성 되는 것이다.
젊음은 젊음 자체만으로도 고귀하고 아름답다. 이른 아침 영롱한 이슬방울이 맺힌 꽃 봉우리처럼 청순한 몸매, 싱그러운 향내가 옮아 나는 기품, 그리고 착하고 순수하게 자신의 염원을 갈구하는 이성에 대한 그리움, 진심으로 갖고 싶어 하는 소망 등이 삶을 신나는 축제의 광장으로 이끄는 요소들이다.
인간이 태어날 때도 중요하지만 세상을 마지막 떠날 때가 더욱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철학을 좋아하고 이를 “죽음을 연습하는 학문”이라고 정의를 내린다. 하물며 영원으로 안내하는 종교에 있어 서랴.
언 땅을 가르고 솟아오르는 생명의 열기, 촉촉한 봄비와 포근한 햇살을 받은 나무들이 한 여름 폭양 속에 싱그러운 잎들의 보호를 받으며 열매를 키우고, 가을 양광과  바람 속에서 향기가 진한 과일로 성숙한다.
그리고 그들은 늦가을 찬 서리를 맞으면서 누르고 붉게 단풍으로 물들고 겨울 눈발을 받으면서 모든 잎들을 말끔히 떨 구고 알몸으로 신 앞에 서서 또 하나의 생명을 부여 받는다.
꽃과 벌과 나비들이 벌리는 사랑의 행진 속에서 꽃의 미학이 탄생되고 축제가 열리듯 시인들은 문학의 꽃인 고귀한 시를 탄생시키려고 전력투구의 정열을 쏟아 붓는다.
나는 그간 써온 꽃의 시들과 많은 시인들의 꽃에 관한 시들을 조화시키면서 꽃의 시학을 꾸미고 싶었다. 분명 시는 문학의 꽃이요, 향기며, 정수(精髓)다. 이 글을 쓰기 위하여 참으로 많이 찾고 또 많이 읽었다. 나는 꽃을 사랑하면서 꽃의 시를 계속 쓰고 싶다. 꽃은 나의 삶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이 부족한 글을 끝까지 열심히 읽어주신 분들에게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 꽃과 같이 향기 나는 삶을 누리시기를 기원한다.                                                
필자 (시인. 전 미주한국문인협회 회장)


참고 : 나는 20여년 전부터 “꽃의 시학”을 쓸 것을 염두에 두고 준비해 왔다.
여기에 인용된 시들은 나의 소장 시집 중에서 필자의 원문대로 옮겼음을 밝혀둔다.
나의 서재에는 국내외에서 구입하고 증정된 500여권의 시집이 진열되어 있다.
나는 이 시집들을 모조리 들춰가며 꽃의 시를 찾았다. 시단의 원로들을 제외하고 많은 분들의 작품은 발견되는 대로 올렸다. 나에게 작품집을 우송하지 않은 분들은 크게 손해를 본 셈 이다.
나와 에덴농장에서 결의형제를 맺으신 고은(高銀) 형님께서 “만인보”를 쓰셨듯이 이 논문은 계속 될 것이니 본인의 작품이 빠졌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다만 출간된 작품집에서 뽑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끝으로 이 글은 시와 꽃을 사랑하는 한 시인이 쓴 연구논문임을 밝혀둔다.
                                                        
샌디에고 에덴농장에서 秀峯 鄭用眞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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