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생활 열하루 째

2020.02.29 16:30

김학 조회 수:0

방콕생활 열하루 째

김학



오늘은 일요일인데도 교회에 가지 못하고 방콕생활을 하고 있다. 벌써 열하루 째다. 방안에 갇혀 살면서 신문을 뒤적거리거나 텔레비전을 보며 시간을 보내려니 답답하기 짝이 없다. 언론은 연일 ‘코로나19’를 보도하면서 떠들썩하다. 대구와 경북에서는 신천지대구교회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했던 신도들 때문에 ‘코로나19’ 감염자가 불어나 이만저만 난리가 아니다. 신천지대구교회 행사에 참석했다가 각 지역으로 돌아간 신도들 때문에 지역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생겨서 비상이 걸렸다.

전주도 대구에 다녀온 20대 확진자가 전파하여 어느새 확진자가 다섯 사람으로 늘었다. 조용하던 전주도 불안과 공포로 시끄럽다. 창밖의 거리를 바라보니 자동차는 바쁘게 오가는데 걸어 다니는 사람은 아주 뜸하다. 거리가 옛날과 달리 무척이나 한산해졌다.

고등학교 동창회과 대학동창 모임도 취소되었다. 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1학기 강의도 연기되었고, 두 사람의 출판기념회도 취소되었으며, 정겨운 또래친구 다섯 명이 매달 한 번씩 만나 술잔을 주고받던 정다운 모임도 연기되었다. 외출할 명분도 사라졌다. 본의가 아니지만 날마다 하루 세끼를 꼬박꼬박 집에서 해결하고 있다. 내 뜻과는 상관없이 3식이가 되었다. 아내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지난 2월 19일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겨울특강을 종강하고서 그 이튿날부터 지금까지 열하루 째 외출을 삼가고 방콕생활을 하고 있다. 참으로 답답하다. 전화나 카톡으로 외부 지인들과 소식을 주고받기는 하지만 무인도에 갇힌 듯하다. 날마다 문하생들이 수필을 써서 메일로 보내주어 첨삭지도를 부탁하니 심심하지는 않다. 이 첨삭지도에서 그나마 방콕생활의 보람을 느낀다.

서울에 사는 큰아들과 고명딸 그리고 미국 샌디에이고에 사는 작은아들은 가급적 외출을 하지 말라고 시도 때도 없이 문자를 보내준다. 밖에 나갈 일이 없으니 밝은 태양도 구경할 수 없다. 그러니 비타민 D를 생성할 기회도 얻지 못한다. 날마다 만보씩 걷던 운동도 쉬고 있다. 살이 찌지 않을까 걱정이다. 가끔 가던 극장에도 가지 못한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가지 말라고 하니 엄두가 나지 않는다.

‘기생충’이란 한국영화가 2월 9일 미국의 로스앤젤레스 헐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등 4개 부문을 휩쓸었다. 그 뉴스가 신문과 방송을 도배하던 단 며칠을 제외하곤 연일 ‘코로나19’가 온통 뉴스를 지배하고 있다. 컴퓨터의 포털뉴스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이니 날마다 무슨 재미로 살겠는가?

인터넷에서 이상한 장면의 사진을 보게 되었다. 결혼식장에서 결혼식이 끝난 뒤 찍은 단체사진인데, 하객들은 모두 하얀 마스크를, 신랑과 신부 가족들은 까만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마치 조폭단체의 기념사진 같아 볼수록 웃음이 난다. 살다보니 이런 결혼사진도 구경하게 된다.

아내와 함께 외식을 한 지도 여러 날이 흘렀다. 오늘 저녁엔 외식이나 하면 어떻겠느냐고 넌지시 말을 꺼내니까 고개를 저었다. 조용해지면 하자는 것이다. 그게 슬기로운 일인지도 모른다.

서울에 사는 큰아들이 초등학교 3학년인 큰손녀와 함께 지난 2월 14일 우리 집에 오겠다기에 ‘코로나19’가 좀 수그러들면 3월에나 오라고 미루어 놓았다. 제발 만세의 달 3월에는 ‘코로나19’가 사라졌으면 좋겠다. 사람이 사는 곳에 어찌 질병이 없으랴만, 자꾸 대형 질병들이 찾아오니 걱정스러울 따름이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인 사스(SARS)는 2002년 11월 중국 광둥성에서 발생한 질병이고, 그 뒤에 나타난 중동호흡기증후군인 메르스(MERS)는 2012년 9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생한 질병이다. 이 두 가지 질병을 체험한 우리나라는 이번 ‘코로나19’를 비교적 슬기롭게 대처하고 있어서 처음엔 세계인의 칭찬을 받았다. 그러나 신천지대구교회 신도들의 ‘코로나19‘ 감염확산으로 대구‧경북지역의 감염자가 크게 번지면서 세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요즘엔 하루가 지나면 감염자가 얼마나 더 확산되느냐가 관심거리다.

오죽하면 정부가 대구‧경북지역을 감염병특별관리지역으로 정했겠는가? 이런 상황인데도 일부 단체들은 주말마다 서울 광화문 등지에서 서울시장의 만류를 뿌리치고 대형 집회를 계속하고 있어서 걱정이다. ‘코로나19’를 최고인 심각단계로 격상시켰다는데 놀라지도 않는다. 세계 50여 개 나라의 공항에서 한국인의 입국을 막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그들은 목숨이 아깝지도 않은지 겁도 없이 행동한다.

‘코로나19’가 군부대에도 파고들어 모든 군부대에 비상이 걸렸다. 장병들의 휴가와 외출, 외박, 면회도 중지되었다. 언제쯤이나 ‘코로나19’가 물러설 것인지 걱정스럽다. ‘코로나19’의 감염이 두려워서 외출을 삼가고, 크고 작은 모임을 취소하다 보니 음식점 등이 파리를 날린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가 어려운데 장사가 될 리 없다. 미국과 타이완 등 세계 여러 나라들이 한국여행을 삼가라고 권유하고 있고, 세계 50여개 나라는 공항에서 한국인의 입국을 거부하고 있단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코로나19’가 언제쯤 물러가려는지 두 손을 모으고 하나님께 빌고 싶을 뿐이다.

(2020.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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