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숙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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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배아기 (단편 소설)

2004.01.08 08:32

최영숙 조회 수:1195 추천:201

배  아  기

                                                   최   영숙



하이!”
블라인드를 젖히자 먼저 인사를 하는 마이클의 얼굴이 나타났다. 문을 열고 베란다로 나가면서 나는 그를 향해 잠간 웃음을 지며 대답을 했다.
“굿모닝!”

마이클은 하얗게 이를 드러내며 나를 보고 웃었다. 오늘은 기분이 아주 좋은 모양이었다. 양다리가 뒤틀린 채로 휠체어에 앉아 있는 그의 모습을 한 번 쳐다 보고 나는 마이클의 시선이 가 닿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엷은 갈색칠이 되어 있는 윗층 베란다 목조 난간에 오월의 아침 햇살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드문드문 칠이 벗어진 그곳에는 새똥 자국이 희끗희끗 나있었다. 처마 밑에 매달아 놓은 새모이통을 드나드는 새들 때문이었다. 베란다를 향해 열린 문 사이로는 진공 청소기와 함께 음악소리가 뒤섞여 나왔다. 높은 음색을 가진 여자 가수의 노래를 따라 부르는 씬디의 목소리가 간간이 들려 오고 천정은 그녀의 발걸음을 따라 사정없이 삐걱거리고 있었다.

“춥지 않아요?”
나는 마이클의 검푸스름한 입술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리고는 어깨를 움츠리면서 팔짱을 끼었다.  봄이 시작된지가 꽤 되었어도 아직 벗어버리지 못한 검은 스웨터 팔꿈치에  머리카락  한올이 붙어 있는 것이 보였다.

마이클은 어깨를 한번 으쓱하고는 대답을 했다.
“좀 추워요. 그렇지만 괜찮아요”
그는 다시 눈길을 옮겼다. 그리고는 늘 그랬던 것처럼 휠체어 위에 앉아서 하염없이 이층의 난간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햇빛을 따라 색갈이 얼비치는 물색 레이온 셔츠는 그의 검은 피부를 더욱 검게 보이게 했다.

마이클을 매일이다시피 마주쳤지만 만일 그를 다른 곳에서 만난다면 나는 틀림없이 그를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 착 달라붙은 곱슬머리라든지 어디를 바라보는지 모를 애매한 시선, 낮은 코허리 같은 특징들이 너무 흔한 인상이기도 했지만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그가 내 일상의 한부분으로 자리를 잡았던 탓이 아니었나 싶었다.

마이클이 지키고 있는 주차장 뒷편에는  화단이 있고 그곳에는 노란색 수선화가 심겨 있었다. 화단 옆 잔디밭에서 앞발을 들고 서서 주위를 두리번 거리는 다람쥐를 잠시 바라보다가 나는  스웨터에 붙은 머리카락을 천천히 떼어내었다. 두뼘도 넘어 보이는 생머리카락이 정전기가 일어난 손가락에서 잘 떨어지질 않았다. 날씨는 건조했고 이곳 워싱톤 지역에는 이상 저온이 계속되고 있었다.

“하이! 마이클!”
갑자기 소움을 가르면서 씬디의 목소리가 튀어 나왔다. 상체를 난간에 얹고 서서 그녀는 마이클을 향해 손을 흔들어 댔다.
“조금만 기다려! 금방 내려갈께!”
마이클의 검은 얼굴은 온통 웃음으로 주름이 져 가고 있었다. 그는 나를 향해 씽긋이 웃었고 나는 그에게 오른손을 잠간 들어 보이면서 말했다,

“해브 어 나이스 데이!”
나는 베란다 한 구석, 고추장 병 옆에 놓여 있는 화분을 향해 몸을 돌렸다. 금송화 씨를 심은지가 거의 일주일은 되어 가는 것 같은데 화분 속에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 죽은 씨를 심은 것일까? 나는 화분 속의 흙을  손끝으로 살살 파보다가 다시 덮어 버렸다. 혹시나 막 나오려던 싹이 다치지나 않을까 염려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햇볕이 부족한 탓인지도 몰랐다.

화분을 들어서 난간 위에 올려 놓았다. 벽과 맞닿아 있는 구석은 오전에만 머무르는 햇빛을 최대한으로 받아들이기에 안성 맞춤이었다. 대야 모양의 벽돌색 화분은 얼핏보면 오지 그릇 같았다. 그때 이층의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계단을 뛰어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화분이 가볍게 흔들렸다. 나는 얼른 화분을 붙들었다.

“하이! 뷰티풀 데이! 이즌 잇?”
씬디는 경쾌하게 말했다. 그녀는 반바지 차림이었다. 앞가슴에 딸기가 큼직하게 염색된 흰색의 면 셔츠도 역시 짧은 소매였다. 상의가 길어서 얼핏보면 그녀는 마치 윗옷만 입은 것 같았다. 턱에 붙은 군살 때문에 더욱 짧아 보이는 목 위로는  숱많은 금발 머리가 젖은 채로 늘어져 있었다. 그녀는 늘 사과향이 나는 샴푸를 쓰는 모양이었다. 씬디는 계단을 내려서자 마이클에게로 깡총 걸음으로 달려갔다. 씬디가 다가가는 동안 마이클은 두 손을 마주 잡고 앉아서 그녀에게 눈길을 고정 시킨 채 꼿꼿하게 앉아 있었다. 그의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왜 그런지 한쪽 켠에는 서글픔 같은 그늘이 머물러 있었다.

씬디가 마이클의 뒤로 돌아가 허리를 굽혀 잠시 그의 머리를 끌어 안고 난 다음 휠체어 손잡이에 손을 올려 놓았다. 그러자 마이클이 오른 손으로 휠체어에 달린 모터 스윗치를 눌렀다. 씬디가 놀라는 시늉을 하면서 그 자리에 서 있었고 휠체어는 수영장으로 가는 좁은 길로 움직여 가고 있었다. 씬디가 뒤를 쫓아가며 깔깔 웃었다. 그녀의 손에는 담배가 들려 있었고 막 한모금을 들이 마시고 난 입에서는 연기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그들은 벚나무 그늘을 지나 건물 뒷켠으로 사라져 갔다.

그 뒤로 갑작스런 정적이 뒤따라 왔다. 머잖아 소음이 그친 윗층 베란다에 새들이 모여 들기 시작했다. 녀석들이 사정없이 모이통을 쪼아대는 덕분에 좁쌀들이 난간 틈새로 참참이 떨어졌다. 얼마전, 갈라진 바닥에 떨어졌던  좁쌀들은 이미 싹이 돋고 있었다.

나는 서둘러 고추장 병 뚜껑이 잘 닫혔나 확인을 한다음  화분이 놓여있는 난간 아래편으로 병을 옮겨 놓았다. 햇빛에 오래 내놓아서 그런지 바깥 쪽에서 보이는 고추장들은 허옇게 탈색이 되어 있었다. 그건 그렇다치고 병뚜껑을 닿아놓아도  좁쌀들이 용케 병속에 비집고 들어가 있는 일은 정말 알다가도 모를일이었다.

나는 따스한 햇살을 등편에 받으면서 한동안을 서 있었다. 치료가 되어 가고 있는 중인지 확인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얼마되지 않아 나는 하복부에 퍼져가는 여전한 통증을 느껴야만 했다.  몸을 돌려 서서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배가 빨간 비행기 한대가 막 지나가는 중이었다. 살이 쪄서 무겁게 날으는 까만 새가 모이통에 날아들자 좁쌀들이 베란다 바닥으로 우수수 떨어져 내려왔다. 나는 그 좁쌀들을 밟으며 집안으로 들어섰다.

햇살을 등뒤로 하고 들어선 순간 실내의 어둠이 눈앞을 가로막았다. 그자리에 서서 어둠이 익숙해지길 기다린 다음에서야 블라인드를 닫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벽에 붙여 놓은 쏘파에 가서 엎드렸다. 그리고는 엉덩이를 들었다. 이미 세시간을 엎드려 있었던 탓에 목이 잘 돌아가질 않았다. 얼마를 또 엎드려 있어야 하는지 기약도 없는 시간들이 흘러 갔다.

옹이구멍을 통하여 내려다 본 마루 밑에서 곰팡내가 피어 올라 왔다. 오십여년 동안 똬리를 틀고 있던 습기 속에서 좁은 구멍을 비집고 올라온 냄새는 왜 그런지 낯익은 것이었다. 토담을 넘어온 햇살이 마루 밑으로 꽂혀 왔고 내 눈은 그 햇살을 따라 가고 있었다. 그 끝에서 나는 흰고무신 한짝을 발견했다. 그것은 어머니의 신발이었다. 한 뼘이 조금 넘어 보이는 고무신은 조그만 돌맹이 위에 간동간동 얹혀 있었다. 아마도 강아지가 물어다 놓은 모양이었다.

장손에게 시집 온 어머니는 아들을 낳지 못했다. 그 이유 하나로 어머니는 시앗을 보아야만 했고 그 여자를 한 동네에 이십여년 동안 두고 그렇게 살아 왔다. 그 여자는  아들 하나를 아버지에게 안겨 주었다. 그런데 아들이 군대에 가 있는 동안 그 여자가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래도 어머니의 한은 풀리지를 않았다. 덕분에 어머니에게 무남독녀였던 나는 늘 빚진 기분이었다. 나에게 대한 어머니의 헌신은 가슴 아픈 것이었지만 나는 언제나 도망칠 궁리만 하고 있었다.  마루 밑에 갇혀서 몇 년인지 모를 동안 쌓여온 고무신 속의 먼지는 햇살 밑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갑자기 그밑 어디에선가 웅웅 거리는 소리가 들려 왔다. 미동조차 하지 않는 공기 입자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소란스러운 소리였다.  그 소리는 발치에서 시작했다가 귀밑에서 울리고 그러다가는 머리맡으로 다가왔다. 나는 몸부림을 쳤다.

꿈이었다. 고무신 한짝이 허공에 등실 떠오르다가 사라지고 나서야  문을 가리고 있는 블라인드가 서서히 질감을 가지고 나타났다. 엎드려 있던 우단 소파에서 옅은 곰팡내가  풍겨 왔다. 고개를 들자 목을 반대 방향으로 돌릴 수 없을만큼 근육이 굳어 있었다. 잠시후, 베란다로 나가는 문이 동쪽에 있고 옆집과 마주 닿아 있는 벽은 북쪽이라는 것을  천천히 깨달은 다음에 나는 고향집 꿈을 꾸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도 삼십여년이나 역행한 열살 나이로 돌아가서.

갑자기 밖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어느새 스쿨 버스가 도착한 모양이었다. 곧 귀에 익은 발자국 소리 하나가 토닥토닥 입구의 시멘트 계단을 올라 오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시계가 벌써 두시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나는 벽에 귀를 가까이대고 정아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애가 발자국을 옮길 때마다 들려 오는 가벼운 소리에 가슴이 뜨거워져 왔다. 고개를 숙이고 오른쪽 어깨를 약간 기울인 채로 걸어오고 있을 정아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가까이 다가온 아이의 발걸음이 여느날과 다르게 들려왔다. 나는 부리나케 몸을 일으켰다. 문앞에 다가온 아이가 웬일인지 머뭇거리고 들어오질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지러움을 간신히 견디며 문을 열었을 때 나는 정아의 하얗게 질린 얼굴과 마주쳤다. 금방이라도 울듯한 모습이었다.

“엄마! 이것봐!”
정아는 어깨에 닿아있는 머리카락을 집어 올렸다.
“스쿨버스 안에서 어떤 애가 내 머리카락에 껌을 붙여 놨어. 저번에도 그랬는데 오늘 또 그랬어....”
“버스기사한테 얘기 좀 하지!”
“얘기했는데 그냥 그러지들 말라고만 하잖....아”
정아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
“누가 그랬는 지는 알아?”
아이는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올리면서 문밖으로 나섰다. 찬공기가 휘이 이맛전으로 몰려 왔다가는 이내 잔디밭에서 올라온 풀냄새와 함께 주차장 쪽으로 몰려갔다. 윗층에서 모이를 쪼아먹던 새들이 문닫히는 소리에 잠시 놀란 듯이 흐트러졌다가 다시 모여들고 있었다. 우수수 좁쌀이 한차례 쏟아져 내렸다.

“저 애야”
정아가  가리킨 아이는 스패니쉬였다. 검은 머리카락을 탐스럽게 어깨 뒤로 늘어뜨린 그 여자아이는 저보다 머리 크기만큼 작아 보이는 백인 남자 아이를 끌어 안다시피 하고 걸어오고 있는 중이었다. 나는 그들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깔깔거리며 걸어오는 그애를 가로막고 섰다. 다 커버린 어른의 얼굴을 갖고 있는 아이였다. 그애는 사태를 직감하고 곧 억지 웃음을 지었다. 나는 정아에게 손을 흔들고 있는 그애에게 정중하게 물었다.

“누가 이 애 머리에 껌을 붙여 놨는지 말해 줄 수 있겠니?”
여자아이는 눈을 둥그렇게 뜨고 남자아이에게 물었다.
“오! 누가 그런 짓을 했지? 너 아니?”
“놉! 난 몰라”
콧등에 주근깨가 함빡 돋아있는 백인 아이는 빤질거리는 눈으로 나를 올려다 보았다. 나는 어금니를 지긋이 깨물며 천천히 말했다.
“너, 지금 당장 이 껌 떼어놔! 안그러면 저 머리카락을 그대로 들고 네 학교 교장을 찾아갈꺼야. 무슨 뜻인줄 알지?”
여자아이는 멈칫거렸다. 나는 이번에는 더욱 낮은 목소리로 힘주어 말했다.

“빨리 하지 않으면 ........ 너, 죽여 버릴꺼야!”
이상한 일이었다. 마지막 말은 한국말이었는데 내 말이 끝나자마자 그 아이는 질겁을 하고 정아에게 급히 다가섰다. 그러자 정아가 머리를 흔들며 소리를 질렀다.

“싫어! 내 머리에 손대지마!”
여자아이는 난처한 얼굴로 나와 정아를 번갈아 쳐다 보았다. 남자아이는 어느새 뒷걸음질 쳐서 열발자국 정도를 물러가 있었다. 나는 그애를 한동안 노려보고 서 있다가  정아의 어깨를 감싸안으면서 돌아섰다. 정아의 얼굴빛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 나는 고개를 돌려 수선화가 피어있는 화단을 바라보면서 정아에게 물었다.

“........ 정아야, 너...... 한국에 돌아가고 싶어?”
정아는 대답 대신 어깨 위로  손을 올려 내 손을 꼭 잡았다. 아이의 손에서 온기가 전해져 왔다.
이주일 전이었다. 산부인과 병원의 진단 결과를 받은 날, 나는 남편과 마지막 통화를 했다. 그는 이미 나와는 전혀 다르다는 어떤 여자와 결혼을 서두르고 있는 중이었다. 엄격히 말하자면 그에게는 재혼이었다.
“수술..... 해야 한대”
내 말 한마디에 태평양 너머에서 남편의 놀라는 모습이 전화선을 타고 전해져 왔다.

“......어, 어떻게 다른 방법은 없대?”
“무슨 방법이 있어?, 더 이상 애를 낳을 필요가 없다면서 뭘 걱정하느냐고 의사가 그러던데..... ”

나는 애써 무심하게 말했다. 테이블에 놓여 있는 하얀 알람 시계의 숫자가 소리도 없이 바뀌어갔다. 나는 입고 있는 청바지 위에 검지 손가락으로 숫자를 따라 써 가고 있었다. 1021, 22, 23,24.......  의사는 내게 말했다. 애기집이 너무 많이 내려 앉았기 때문에 정상적인 행둥을 하기가 힘들다는 말이었다. 그것 때문에 생명에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떻든 불편하니까 수술로 제거해 버리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고 권고를 했다. 말이 권고이지 그것은 이미 선택권 밖의 일이었다. 일을 해야 되는 형편이 나를 떠밀어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루에 열시간을 서서 닭날개를 튀기고 감자를 튀겨야만 했다. 아파트세가 팔백 이십불이었고 차 월부금이 이백 구십불이었으니 잠시라도 쉬게 되면 영락없이 누군가에게 구차한 손을 내밀어야만 했다. 정말이지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그가 이맛전을 찡그린채 창가에 놓인 책상 앞에 앉아 전화기를 붙들고 있는 모습을 떠올렸다. 오른쪽 어깨를  약간 기을이고 다리를 포개고 앉아 있는 형상이 눈앞에 잡힐 듯 했으나 이상하게도 그의 얼굴 윤곽은 또렷하게 떠오르지를 않았다.

나를 미국으로 떠밀은 것은 사실 내 자신이었다. 남편이 나를 처음으로 발길질 하던 날, 나는 아파서가 아니라 수치스러워서 울었다. 두번째는 나를 때리고 난 뒤 돌아 앉아 담배를 빼어문 그의 등판이 너무 쓸쓸해 보여서 울었고 그 다음부터는 이를 악물고 눈물을 참았다.

나는 그후로 절대로 울지 않았다. 그의 구타가 잦아지기 시작했던 이유가 그것이었다. 그에게 그것은 무시를 의미했기 때문이었다. 부모님이 그와의 결혼을 반대 했던 이유는 그가 나보다 두살 연하라는 사실 하나였다.

그는 우리의 결혼이 반대를 받았다는 사실에 집요하게 매달렸고 매사를 그것과 연결하여 보는 버릇이 생겼다. 결론은 언제나 자기연민이었다. 그런 와중에서도 딸 아이는 자라갔고 그애가 머잖아 중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되어가자 나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아이가 기르던 새장 속의 잉꼬 한 쌍이 열린 문 틈새로 날아가 버렸던 일이 있었다. 그 날 아이는 손에 잡히는 것마다 내던지고 발버둥을 치면서 반나절을 소리내어 울었다. 나중에는 아이의 발작이 너무 지나쳐서 호흡이 곤란할 지경이 되었다. 똑같은 모양의 새를 사갖고 와도 막무가내인 아이를 바라보다가 나는 그 아이의 눈물의 원인이 잃어버린 새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음 날, 나는 주저없이 음모를 꾸미기 시작했다.  여권을 만들고 비자를 받고 선배가 사는 워싱턴 근교에 아파트를 세내고 근무하던 은행에 사표를 낸다음 마지막으로 비행기 표를 샀다. 이런 준비는 치밀하게 이루어졌다.  감쪽 같이 남편 앞에서 증발해 버리는 것, 그래서 그를 더할 수 없이 괴롭힐 수만 있다면 나는 그것만으로도 행복할 이유가 된다고 생각했다.

떠나는 날, 그에게 사실을 알렸을 때 그는 픽 웃었다. 가벼운 협박 정도로 여기는 그의 모습에 쾌재를 부르며, 나는 아무런 회환도 없이 딸 정아를 데리고 남편을 떠났고 내 나라를 떠났다.  두 달도 못되어 나의 은신처가 드러난 것은 정아 때문이었다.

“하이! 스위티!”
“하이! 알렉스!”
아파트 앞 주유소에서 일하는 키 큰 흑인 청년이 나와 정아를 향해 함박 웃음을 지으며 지나갔다. 알렉스는 씬디의 남자 친구였다. 윗옷은 소매를 떼어버려서 실밥이 너덜거리고 있었고 청자켓은 어깨 위에  걸친 채 그는 춤을 추는 듯한 걸음새로 앞장 서 가고 있었다. 반바지를 입은 탓에  짙은 갈색 종아리가 드러나 있었다. 그의 엉덩이와 종아리는 근육으로 인해 터질듯 해보였다. 알렉스의 발걸음은 마악 도착해서 정차하는 장애자 밴 덕분에 잠깐 멈춰졌다.

자동차의 문이 열리고 낯익은 휠체어가 천천히 내려지고 있었다. 아니 내가 본것은 휠체어가 아니라 마이클의 뒤틀려 있는 다리였다. 그의 두발은 매일처럼 계속되는 재활 훈련을 통해서도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을만큼 그저 무기력하게 발판 위에 놓여 있었다.  아버지는 물론이지만 자신을 열살까지 키운 어머니에게서도 버림을 받은 마이클은 자신의 나이를 정확히 기억을 못했으나 내눈에는 그가 스무살 정도의 나이로 보였다.

한번도 땅을 디뎌 본 일이 없다는 그의 말대로 마이클은 선천적인 장애자였다. 남들이 걷는 것을 그다지 부러워 해보지도 않았고 또 그렇게 불편하지도 않다고 그는 내게 말한 적이 있었다. 그에게는 두가지의 삶을 비교해볼만한 기회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라고는 술에 취헤 흩으러져 있던 모습뿐이라고 했다. 어느날 아버지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나자 어머니는 다른 남자를 불러 들이기 시작했고 머잖아 어머니마저 한마디 말도 없이 집을 나가 버렸다는 것이었다.

마이클의 휠체어가 내려지자 밴은 서서히 문을 닫고  입구 쪽으로 머리를 돌렸다. 차안에서 마이클 또래로 보이는 여자 하나가 표정없는 얼굴로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알렉스는 마이클을 향해 걸음을 옮겼고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휠체어를 밀고 마이클의 아파트가 있는 옆동으로 가고 있었다. 마이클의 모습은 알렉스의 커다란 등판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둘이 무어라고 이야기를 주고 받았는지 알렉스가 몸을 흔들어 대며 웃었다. 그 바람에 휠체어가 방향을 틀면서 은색 바퀴가 오후의 햇살 아래에서 잠깐 반짝였다. 씬디가 우당탕 소리를 내며 계단을 내려오는 바람에 잠시 동안의 정적이 깨어졌고 그제서야 우리 둘은 생각이 났다는 듯이 잔디밭 사이에 나있는 오솔길로 접어 들었다.

씬디는 뛰다시피 계단을 내려와서는 알렉스와 마이클이 사라져간 길을 따라 오히려 천천히 걷고 있었다. 그녀의  긴 머리카락이 등판에서 휘날리고 있었다. 가슴 부분에 붙은 살 때문에 그녀의 팔은 짧아보여서 마치 따로 붙어 있는 것 같았다.  그녀가 발걸음을 옮길때마다 흰색의 굽낮은 운동화가 가볍게 따라 올라갔다. 전혀 체증이 실리지 않는 듯한 걸음걸이였다. 그녀의 오른 손에는 영락없이 담배가 들려 있었고 그것을 입에 물기 위해 그녀는 밖으로 원을 만들며 팔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

새들이 다시 모여들기 시작하자 나는 녀석들을 노려보면서 출입문에 열쇠를 꽂았다. 파헤쳐진 새모이가 금송화를 심은 화분에 까지 떨어져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집안은 어두웠다. 블라인드를 젖히는 대신에 전기 스윗치를 올렸다. 불이 켜지자 아파트 안은 금새 아늑하고 따스해 보였다. 게다가 개스불에 올려놓은 주전자에서 찻물이 끓으며 더운 김이 피어 오르는 것을 바라보고 있자니 오늘 일어난 일들이 내게는 아주 오래 된 것처럼  느껴졌다. 벽으로 차단된 바깥과 안쪽은 전혀 상관이 없는 다른 세계 같았다. 나는 안쪽에서 일어나고 눕고 마시고 생각하고 그 안에서만 뱅글뱅글 돌고 있고 나와 바깥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막이 드리워져 있어서 그쪽으로 나가면 나의 일상은 그때부터 여지없이 무너져 버리는 것이었다. 정아가 도서관에 가기 위해 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부터  바깥 세계가 아이 앞에 다가왔고 나는 서둘러 바깥을 향해 안쪽에서 문을 잠갔다.

청색 주전자에서는 여전히 하얀 김이 퍼져 나왔다. 나는  찻잔에 믈을 따라 붓고 재스민 차를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유심히 들여다 보았다. 말린 꽃잎 하나가 찻잔에서 서서히 피어 나고 있었다. 마시기에는 웬지 아까워서 테이블에 올려 놓고 들여다 보고 있었다. 이내 백합화 문양의 흰 찻잔 안에서 재스민은 활짝 피어 있었다. 새들이 또 모여들고 있었다.  아마 떼로 몰려 온 모양이었다. 잠시 후 좁쌀이 쏟아져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차를 한모금 마셨다. 씁쓸했다. 오늘따라 새들이 요란스러웠다. 우수수, 낱알들이 또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들이 화분 위로 내려 앉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 했다.

나는 벌떡 일어났다. 아쉬운대로 신발장 옆에 세워 두었던 우산을 집어들고 블라인드를 서둘러 젖힌 다음 왈칵 문을 열었다. 그 참에 새들은 쫓을 필요도 없이 날라가 버렸다. 베란다는 생각했던대로 난장판이었다. 바닥에 돋아난 연두색 싹들 위에도 노란 좁쌀들이 흩어져 있었다. 화분은 물론이었고 고추장 병 위에는 새똥까지 떨어져 있는 판이었다. 그래도 날아가지 않은 놈들이 있는 모양이었다.

지절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자 나는 우산 손잡이로 윗집 베란다를 찔러댔다. 퉁퉁 나무판자가 울리면서 틈새에 끼어 있던 새모이들이 내 얼굴로 떨어졌다. 나는 눈을 감고 더욱 힘껏 두들겨 댔다. 나중에는 새때문인지 판자 때문인지 모를 지경으로 패대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러자 팔에서 힘이 빠져 나갔다. 나는 우산을 든채로 그 자리에 멍하니 서있었다. 우산의 위협쯤은 이미 알아 차렸다는 듯이 여전히 새들은 모여들었고 몇마리는 아예 베란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먹이를 향해 내려 앉고 있었다.
그제서야 나는 마이클의 휠체어를 보았다. 그것은 그의 뒷모습이었다. 그는 화단 옆에 있는 잔디밭을 향해 앉아 있었다. 동시에 나는 씬디를 보았다. 아니 알렉스와 씬디를 한꺼번에 보았다. 씬디는 두 다리를 뻗고 비스듬히 앉아 있었다. 알렉스는 씬디의 오른편에 마주 앉아 있었다. 소매 없는 옷속에서 드러난 알렉스의 갈색 팔목 하나는 씬디의 허리에 감겨 있었고 다른 손은 씬디의 머리카락을 움켜 잡고  입으로는 그녀의 목덜미를 핥고 있었다. 알렉스가 입술을 갖다 댈때마다 씬디는 몸을 비틀어대며 깔깔거렸다. 알렉스의 팔뚝은 핏즐이 툭툭 일어나 있었다. 그의 손이 씬디의 허벅지를 더듬기 시작했고 곧이어 알렉스의 다리가 씬디의 하얀 다리와 엉켜 갔다. 순간 알렉스가 씬디를 기운차게 잔디밭에 눕혔다.

나는 마이클을 훔쳐 보았다. 하지만 등판을 보이고 앉아 있는 그의 얼굴은 볼 수 없었다. 그는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씬디가 마이클을 향해 얼굴을 돌렸다. 그녀의 눈길이 잠시동안 마이클에게 가 있었다. 그때부터 웬일인지 씬디는 열중하지 않고 있었다. 알렉스의 손길이 닿는 대로 무심히 누워 있는 그녀는 먼 하늘에 시선을 두고 있는 것 같았다.

알렉스의 재킷은 휠체어 등받이에 걸쳐 있었고 오후의 가라앉은 햇살은 마이클의 뒷덜미에 와 닿아 있었다. 얼굴이 검붉게 달아오른 알렉스가 무릎을 일으켜 앉으면서 씬디를 잡아 끌었다. 그러자 씬디가 마이클을 가리키며 알렉스에게 무언가 말을 했다. 씬디가 두 팔을 뒤로 짚으며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동안  알렉스는 휠체어에서 마이클을 번쩍 안아 올렸다. 마이클의 다리가 알렉스의 팔뚝 아래로 늘어지면서 알렉스의 서두르는 발걸음을 따라 이리 저리 흔들렸다.

씬디는 휠체어를 밀며 뒤를 따랐다. 그들은 씬디의 집을 향해 걸어 오고 있었다. 알렉스에게 안겨 있는 마이클의 시선은 주차장에 서있는 몇대의 차를 넘어 건너편에 있는 공터를 향해 있었다. 건물을 짓기위해 잔디밭을 밀어 놓은 공터에서 새들이 날아 오르고 있었다. 나는 들고있던 우산을 베란다에 내려놓고 뒤돌아 섰다. 안에 들어와  블라인드를 천천히 닫는 동안 그들이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다. 나무 계단이 찌그덕 거리고 문 닫히는 소리가 난 다음에 천정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 왔다. 소리는 거실에서 침실로 옮겨갔다. 그리고는 이내 조용해졌다.

나는 식어버린 차를 씽크대에 쏟아 버렸다. 재스민 꽃잎은 거무스름하게 변해 버린 채 개수구 속으로 빠져 나갔다. 미처 내려 가지 못한 검은 녹색 찻잎이 서너 개 바닥에 늘어 붙어 있었다. 물을 틀어서 그것들을 깨끗이 씻어버린 다음 찌꺼기를 갈아버리기 위해 스윗치를 올렸다.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기계가 돌아가는 새에 나는 오른쪽 옆구리에서 또다시 시작되는 통증을 느꼈다. 머잖아 통증은 하복부로 퍼져 갈것이다.

나는 소파로 돌아가  의사가 가르쳐준 대로 운동을 시작했다. 우선 한쪽 무릎을 가슴까지 끌어 당겼다 놓았다. 그리고 다시 다른 쪽을 끌어 당긴 다음 양쪽 다리를 함께 당겼다 놓는 운동을 반복했다. 그런 다음에는 무릎을 꿇은 채 머리를 바닥에 대고 엎드려 있었다.

정아의 머리카락이 눈 앞에 떠 오르고  남편의 손등이 보이고  스패니쉬 여자애와 씬디의 얼굴이 번갈아 지나갔다. 씬디는 주로 나무 계단에 앉아 담배를 피웠다. 베란다에 나가면 그곳에 앉아 있는 그녀와 자주 마주치곤했다. 담배를 물고 있는 그녀의 입  주위에는 가무스름한 솜털이 돋아 있었고 얼굴은 지나치게 오른 살로 눈과 코가 파묻혀 있었다. 문득 마이클의 휠체어가 눈앞에 어른거렸다. 씬디와 알렉스를 향해 양쪽 손을 앞으로 모은 채  앉아 있던 그의 뒷모습이었다.

긴 햇살을 등지고 앉아 있던 그의 모습이 떠올랐을 때 나는 가슴 속에서 올라오는 한숨을 토해냈다. 그의 뒷모습은 흑백 사진이 되어 눈 앞에서 떠나지 않았다. 정지 되어 있던 그의 형상이 사라져 버린 것은 갑자기 튀어나온 씬디의 목소리 때문이었다.

“바바이!  허언!  러브 유!”
목소리가 약간은 쉰듯 했다. 그녀는 베란다 난간에 몸을 얹고 서서  알렉스가 주유소로 돌아가기 위해 아파트 정문을 나서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어 대며 야단을 쳐댈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웬일인지 그러질 않았다. 한마디 인사후에 곧이어 베란다 문이 닫혔고 씬디의 발자국은 다시 침실로 향하고 있었다.

식은 땀과 함께 선잠에서 깨어난 나는 내가 아직도 소파 위에 엎드려 있었다는 사실과 깊은 정적 속에 던져져 있는 나를 깨달았다. 그리고 어쩌지 못하는 그물같은 시간들이 앞에 드리워져 있다는 사실도.
그때였다.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으 아아!”
그 소리는 바로 곁에서 들려 왔지만 너무나 낯선 소리였다. 무엇인가 둔탁한 소리를 내며 계속적으로 부딫치는 소리가 동시에 들렸어도 내 귀에는 그 목소리만이 깊이 꽂혀 왔다.

베란다 문을 여는 내 손이 떨리고 있었다. 문을 열고 나가자 마자 나는 먼저 굴러 떨어진 화분을 보았다. 고추장 병은 바닥에 깨어져 있었다. 고추장이 흘러 나와 화분의 훍과 뒤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나는 계단 아래에서 휠체어를 보았다. 그것은 옆으로 쓰러져 있었다. 마이클은 맨 아래 계단에 한쪽 다리를 걸치고 거꾸로 누워 있었다. 그의 머리는 콩크리트 바닥에 닿아 있었다. 얼굴을 돌리고 누워 있는 그는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화분에서 쏟아진 흙이 그의 손과 팔에 뿌려져 있었다. 나는 멍청히 그의  손끝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곳에 떨어진 흙 속에서 뭔가 내 시선을 잡아 끄는 것이 있었다. 내가 발견한 것은 새싹이었다. 그의 손안에 새싹이 들어 있었다. 금송화 싹이었다.

그러고 보니 흙 부스러기 속에 새싹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미처 햇빛을 보지 못한 노란 싹들이 씨껍질을 막 벗어 버리고 알몸으로 내 던져져 있었다. 나는 주저 앉아 훍을 긁어 모으기 시작했다. 입에서는 신음 소리가 비어져 나왔고 곧 손뿐만이 아니라 다리까지  후둘후둘 떨리는 가운데 머리 속은 텅 비어갔다.

손톱 밑에 흙이 끼어 들었고 유리 조각 하나가 검지 손가락에 박혀 피가 배어 나왔지만 나는 쉬지 않고 베란다에 흩어진 금송화 싹을 긁어 모았다. 좁쌀들이 섞였어도 나는 개의치 않았다. 멀리서 앰블런스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 왔다. 그제서야 나는 계단에 앉아 있는 씬디를 보았다. 그녀는 입에서 담배를 뻬내어 계단 아래로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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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마, 내가 전화했어”
씬디가 갈라진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왜?, 마이클 한테 이런 짓을 했어? 왜?”
“..........난... 걔를 도와줬어,........ ”
나는 손에 움켜 잡고 있던 흙부스러기를  씬디에게 사정없이 내던졌다. 그녀는 피하지 않았다.

“너, 걔 한테 물어봤어? 물어 봤냐구?”
나는 악을 써댔다. 씬디는 쓴 웃음을 띄우며 다시 담배를 빼어 물었다. 앰블런스와 경찰차가 요란스럽게 사거리를 지나 오고 있었다. 나는 피가 배어 나오는 손가락을 스웨터 자락으로 누르며 집안으로 들어 왔다. 전화기를 들었다. 번호를 눌렀다. 웬일인지 전화번호가 기억이 나질 않았다. 다시 눌렀지만 여전히 낯선 번호였다. 등에서 식은 땀이 나고 눈 앞이 뿌옇게 흐려왔다. 손이 가는대로 누른 전화기 속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으니 전화번호와 성함을 남겨 주시면......”
남편이었다. 나는 기계에 대고 소리를 질러댔다.
“나, 수술 같은거 안해! 절대로 수술 안할꺼야! 내 말 들었어? ”
전화기 속에서 잠이 덜 깬 남편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나 절대로 수술 안.....한다구.....”
마지막 말은 목에 걸려서 잘 나오질 않았다.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나는 수화기를 든 채로 울었다. 수화기를 잡은 손가락이 쓰려왔다.

나는 오랫동안 잊고 있던 말을 눈물 속에서 찾아냈다.
“엄마! 엄마!”


2000년 한국일보 문예공모 입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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