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숙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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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나그네

2024.01.30 21:33

조형숙 조회 수:18

나그네

전화가 왔다 의대부속병원으로 급히 와달라는 다급한 목소리였다 입원실의 하얀 벽은 
창백했고 침대를 덮은 희디힌 시트는 사각거렸다 해골이 누워 있는 듯 몸은 가죽으로만 
덮여 있고 쾡한 눈은 초점을 잃고 천정을 향하고 있었다 이사람이 아버지인가 설움이 
복받쳐 올라온다  "아버지, 아버지! 이렇게 흉한 몰골 보이시려고 그렇게 찬란한 여행을 
하신 것인가요 그 여자는 어디로 가고 낯선 간병인이 병실을 지키나요? 이게 도대체 
무슨 일 입니까" 그렇게 소리 지르고 싶었지만 눈물이 먼저 순서를 차지했다  가슴에서 
큰 소리가 났다 엉엉 울었다 내 인생 사는 중 가장 섧게 울었다 젊고 싱싱한 여자를 따라 
여행을 떠났던 아버지는 그렇게 초라한 모습으로 나를 찾았다 허공을 힘없이 휘젓는 손
을 잡아드리니 입을 열어 무슨 말을 하는데 알아들을 수 없다 입술에 귀를 대어 들으니 
아주 작은 목소리로 천천히 말씀하신다  "정말 정말 미안하다" 그리고는 또 다른 여행을 
떠나셨다  나는 그 때 깨달았다 아무리 잘난 인생도 결국 다 나그네라는 것을